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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분석]한국, 미드필더 싸움에서 졌다

강산21 2006. 2. 2. 10:39
[전술분석]한국, 미드필더 싸움에서 졌다
[오마이뉴스 2006-02-02 03:14]    
[오마이뉴스 김정혁 기자] 월드컵 마지막 상대인 스위스전을 대비한 값진 경험이었다. 한국은 1일 오후 9시 15분(한국시각) 홍콩에서 펼쳐진 덴마크와의 칼스버그컵 결승에서 조재진의 선취골을 지켜내지 못하고 1-3으로 분패했다.

한국은 예상대로 4-3-3 전술을 통해 경기 초반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주도권을 잡았으나 후반 미드필더 싸움에서 밀리며 고전했다. 결국 상대에게 수차례 수비 뒷공간을 내주며 후반 연속 두 골을 허용해 아쉽게 준우승에 그치고 말았다.

스위스와 닮은꼴 덴마크

덴마크는 지난 2002 월드컵에서 4-2-3-1을 선보였다. 포백라인에다 두 명의 미드필더를 둬 수비에 안정감을 기했다. 미드필더진은 2선과 3선 총 5명으로 구축, 수적 우위를 활용해 2선을 장악했다.

항상 일정한 수의 미드필더 라인을 바탕으로, 원톱을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전부 수비에 가담, 순간적으로 2-3명이 에워싸는 압박을 선보였다. 그 결과, 상대 측면 공격을 완벽히 봉쇄했고, 백패스와 횡패스를 유도해 수비 전열을 가다듬을 시간을 벌었다.

덴마크는 이날 경기에서도 4-2-3-1을 선보였다. 기본적인 4-4-2 포메이션에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포백 앞에 받치고, 공격수 중 한 명인 베크가 처진 스트라이커로 내려오면서 양윙과 함께 3명의 윙어를 구축했다. 최전방엔 쇠렌센이 원톱으로 고립될 수 있었지만 쉐도우 스트라이커와 양윙어들의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그 문제점을 보완했다.

한국과 같은 조에 편성된 스위스도 덴마크와 비슷한 수비축구를 구사한다. 4-4-2포메이션을 바탕으로 마그너-센데로스-뮐러-데겐으로 이어지는 포백라인과 예전 박지성, 이영표와 한솥밥을 먹었던 AC밀란의 요한 보겔이 이끄는 미드필더진은 강력한 수비진용을 구축한다. 예선 10경기에서 7골을 허용했고, 특히 프랑스와의 두차례 경기에선 단 1골밖에 실점하지 않을 만큼 위력적인 방어막을 가지고 있다.

이날 결승전은 선수비 후역습을 시도하는 스위스와 색깔이 비슷한 덴마크를 스위스라는 가상의 적으로 놓고, 여러 면을 평가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한국, 중원싸움서 완패

 
▲ 한국 득점상황. 코너킥 시 박주영과 최진철이 상대 수비수를 각각 좌우로 유인하면서, 뒤로 돌아 들어오던 조재진이 헤딩슛
ⓒ2006 김정혁
한국은 2선에서 백지훈과 김두현을 앞선에, 김남일을 뒷선에 두는 역삼각형의 형태를 띤 미드필더진을 구성했고, 덴마크는 측면 미드필더에 실베르아우어, 듀어 중앙 미드필더에 스톡홀롬과 아우구스티누센을 배치했다.

한국은 전반 초반 안정된 포백라인을 바탕으로 경기 주도권을 잡고 나갔다. 그 결과 전반 14분 백지훈의 코너킥을 조재진이 수비 뒤쪽에서 돌아 들어오며 헤딩, 한국의 선취골을 뽑아냈다. 아드보카트 부임이후 한층 강화된 한국의 세트 플레이 능력이 발휘된 순간이었다.

비록 전반 막판 한골을 실점하긴 했지만 북유럽의 강호 덴마크를 맞아 밀리지 않는 경기를 이끌어 냈다.

하지만 후반전이 시작되자, 덴마크는 공격 참여를 자제한 채 철저히 선수비 후역습을 펼치는 수비 전략을 구사했다. 수비 뒷공간을 좀처럼 내주지 않은 채, 2선 미드필더에서 수적 우위를 발판 삼아 한국의 2선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덴마크의 강한 압박으로 인해 한국은 전방으로의 전진패스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 김동진, 조원희로 이어지는 좌우 측면 공격은 상대에 의해 번번이 차단당했다.

4-3-3 전술의 핵심은 2선 미드필더진에 달려 있다. 그러나 이날 한국의 중원은 상대와의 중원 경쟁에서 완패했다. 공격의 활로를 뚫고 중원을 장악해야 할 김두현은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채 후반 교체됐다.

또 센터백 뒤로 떨어뜨려주는 상대의 롱패스에 김남일도 공간을 자주 내주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나마 백지훈이 분전했지만 전반과 같은 활발한 움직임은 보여주지 못했다.

반면 덴마크의 2선 공격수들은 한국의 좌우측면의 빈 공간을 끊임없이 파고들었다. 중원에서 이어지는 로빙패스는 위협적이었다. 덴마크 공격수들은 한국 센터백의 뒷공간을 철저히 공략했다.

후반 20분 최진철-유경렬의 뒷공간으로 떨어뜨려준 패스를 덴마크 선수가 침투해 슈팅, 이운재가 막아내자 베크가 재차 슛, 역전골을 뽑아냈다.

후반 막판에 허용한 골도 마찬가지. 2선에서 올라온 롱패스가 유경렬의 뒷공간에 떨어졌고 베르가 경합 끝에 볼을 따내 실베르아우어에게 연결해 팀의 세 번째 골을 넣게 해 한국의 추격에 쐐기를 박아버렸다.

▲ 후반전 덴마크 공격루트. 한국 센터백 뒷공간을 활용한 로빙패스를 자주 시도. 조원희와 김동진의 커버플레이가 늦어 위험한 상황 자주 노출(좌) 후반 종료 직전 센터백인 유경렬이 상대 공격수와의 자리싸움에서 밀려 수비 뒷공간 완전히 내주며 추가실점(우)
ⓒ2006 김정혁
후반전 선수 간 커버플레이 아쉬워

전반전에 이뤄졌던 수비수 간 커버플레이도 후반전엔 잘 이뤄지지 않았다. 한 예로, 전반 41분 경 조원희가 포백라인의 왼쪽 측면이 무너지자 우측에서 들어와 결정적인 슈팅을 막아내는 파이팅을 보여줬다.

그러나 후반전엔 순간적으로 우리 수비수들이 엉퀴거나 양쪽 풀백의 수비가담이 늦어 센터백 뒤로 보내는 상대의 롱패스에 번번이 공간을 허용하는 모습이었다.

▲ 수비 커버플레이의 전후반 차이. 전반 41분 상대의 스루패스에 포백라인의 왼쪽 측면이 무너지자 조원희가 커버플레이 들어옴(좌) 후반 20분 상대 스루패스에 포백라인 무너짐. 측면 크로스에 의한 슈팅, 이운재가 선방했으나 2차 슈팅에 의한 실점. 커버플레이가 이뤄지지 않았고, 수비수들이 순간적으로 엉키는 상황 연출(우)
ⓒ2006 김정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