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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종교계의 상반된 견해

강산21 2006. 2. 1. 14:20
<종교계 '양심적 병역거부' 어떻게 보나>
[연합뉴스 2006-02-01 13:09]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한 논란이 뜨겁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26일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헌법과 국제규약상 양심의 자유의 보호 범위 안에 있다며 국회의장과 국방부장관에게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윤광웅(尹光雄)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6일 정례브리핑에서 올해 민ㆍ관ㆍ군이 참여하는 '정책공동체'를 만들어 연구한 뒤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한 대체복무제도의 시행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종교상 이유로 병역을 거부했다가 구속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사법 당국은 "대체 입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병역거부는 엄연한 실정법 위반"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에 대한 찬반 논란도 그만큼 거세지고 있다. 종교계에서는 종교적 교리나 보수ㆍ진보의 정치성 성향에 따라 각각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어 관심을 끈다.

 

불교신자로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했던 김도형(27ㆍ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중앙간사) 씨가 지난달 26일 구속 수감되자 대한불교청년회, 불교인권위원회,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참여불교재가연대 등 6개 불교 단체는 성명을 내 "양심적 병역거부 권리와 대체복무제도가 국제적 기준에 맞게 보편적 기본권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구속 직전 쓴 '부처님과 사명대사'라는 글에서 "부처님은 분쟁이 있거나, 전쟁이 일어나려고 했던 곳에 목숨을 걸고 뛰어들어 전쟁을 막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조계종을 비롯해 불교 종단들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있다. 다만 태고종 제17세 종정 혜초 스님이 2004년 6월 취임 기자회견에서 "불살생(不殺生)이 덕목이지만 전쟁 상황도 아닌데 사람을 죽이는 일이 있겠느냐"며 "스님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해야 당당하게 부처님을 모실 수 있다"고 밝혔을 뿐이다.

 

천주교도 교리상 대체복무제도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1965년 반포한 '사목헌장'은 "양심상의 이유로 무기 사용을 거부하며 다른 방법으로 인간 공동체에 봉사하려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국가가 공정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천주교 신자 고동주(26ㆍ인천교구 부천 삼정동본당) 씨가 한국 천주교에서 최초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한 것과 관련해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최기산 주교)는 지난해 12월 가진 정기총회에서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있고, 징병제도가 실시되고 있는 안보현실을 감안할 때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의견을 모았다.

 

정평위는 그러나 "고씨에 대한 불구속 기소를 촉구하고, 장기적으로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할 것과 한국 사회에 대체복무제에 대한 신중한 논의가 이뤄질 것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아울러 내놨다.

 

개신교 양대기구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상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2004년 5월 서울남부지법이 양심적 병역거부 피고인 3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자 진보를 표방하는 KNCC 인권위원회가 '환영'의 입장을, 보수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한기총이 '우려'의 뜻을 나타낸 것이 일례다.

 

KNCC는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한해 수백 명의 사람들이 양심 혹은 신앙에 따른 병역 거부를 결단하고 있다"며 "정부 당국은 이번 사법부의 판결을 참고해 하루 속히 대체복무제를 실시해야한다"고 말했다.

 

반면 기독교계 오른쪽 날개격인 한기총은 "무죄 선고가 병역기피 확산으로 이어져 군의 사기 저하와 국민 위화감을 조성할 뿐더러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지 않을까 크게 우려된다"고 밝혔다.

2004년 11월 이미 양심적 병역거부자수가 1만 명을 넘어섰던 여호와의 증인은 국가인권위의 대체복무제 도입 권고에 대해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여호와의 증인 내 양심적 병역거부 수형자가족모임 홍영일(41) 공동대표는 "많은 국민이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있다"면서 "하지만 대체복무제를 도입한 전세계 31개국에서 안보와 국방에 문제가 생긴 사례도 없고, 도입했다 폐지한 경우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을 포함한 세계 8개국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고 있는데, 처벌자의 90%가 한국에 몰려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여호와의 증인 신자 가운데 병역거부에 따른 수감자는 1천75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anfou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