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글 좋은글

[아들아...199] 목욕

강산21 2001. 4. 3. 16:29
경비아저씨 토니의 크리스마스이브새벽에겪은한일화  

       꼭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아들이 없는 아버지들이 아쉬운 것은 아
    들과 함께목욕할 수 있는 기회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버
    지와 아들이 함께 목욕을 하면서 남자들만의 정도 느끼게 되고 속내를
    털어놓는 시간을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사춘기에  접어드는 아들이 있
    는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목욕탕에 가보라고권유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나도 아들과 목욕하는 걸 좋아한다. 남들처럼 목욕탕에  가는게 아
    니라 집에서 한다.  특별한 경우에는 가족끼리 여관에 가서  씻기도 한
    다. 온몸에 화상으로  수술을 많이받았지만 흉측한 흉터는  그대로 있
    다. 옷을  입으면 잘생긴 남자인데 벗고  보면 별로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전에 용기를 내어 목욕탕에 갔다가 큰 충격을  받았었다. 내가 벗고
    목발을 짚고 목욕탕 실내로 들어가는데 어떤아이가 비명을 지르며 도
    망가다 넘어져 머리가 깨졌다. 내 모습을 보고  놀란 아이가 그렇게 되
    니 참 힘들었다.얼마를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집에서 하는 것도 남을
    위한 배려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최근에 나의 벗은  몸을 본 사람은아
    내와 아들뿐이다.

       내 아들 양준열.  이제 9살인 준열이는 다른 아이들보다는  조금늦
    다. 양쪽  귀가 들리지 않다가 이제야  보청기 덕분에 들을 수  있으니
    요즘은 분주하다. 궁금한  것도 많고생각하는 것도  더 많은 것 같다.
    지금까지는 조금 뒤떨어져  살아왔지만 점점 좋아지리라 믿는다.  감사
    의조건이다.
       준열이와 난 목욕을 할  때면 서로에게 비누칠해서 씻어 주느라 바
    쁘다.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다.소중한 행복을 지키려면 내가 건강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궁금한 것도 물어  볼 수 있어 준열이는  좋은가
    보다.

       오늘도 준열이와 목욕을 하면서 느낀 거... 많이 컸구나. 그 어린 핏
    덩이가 많이 컸구나  였다.녀석은 흉측한 아빠의 온몸에  비누칠을 해
    주면서 좋아한다. 그러면서  내게 묻는다. "아빠는 왜 나하고 목욕하면
    좋아해요? 그렇게  좋아요?" 한다.  녀석의 질문을 들으면서도  기분이
    좋다. "그럼~ 얼마나 좋은데... 아빠가아들  등 밀어 주고, 아들이 아빠
    등 밀어 줄 때 사랑이 흐르기 때문이란다."
       녀석의 질문은  또 이어진다."아빠! 그럼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에
    요?" "그럼~  당연하지 우린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아빠와아들인
    데..." 녀석이 또 묻는다.  "아빠 가게에 불났을 때 도망가지 왜  불끄다
    가 아빠가 탔어요?"  "음...소방차가 오기 전에  불이 번지면 가스통이
    터질 것 같아서  불을 끈 거야... 다음에 자세히 알려  줄께~" 녀석과의
    대화는 목욕이 끝날 때까지 이어진다.

       22년전... 내 나이 19살  때, 그때 처음으로 아버님과목욕탕에 갔었
    다. 평소 호랑이처럼 무서우셨던  아버님었는데, 그날 내 등을 밀어 주
    시며 흐뭇해하시던 아버님의 표정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아버님이
    하늘나라에 가신지  13년이 지났지만, 그  모습이 아직도 좋기만  하는
    이유는 아마... 그리움 때문일 게다.
       2001.3.29
       http://jaonanum.net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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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199] 목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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