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글 좋은글

할머니와 배

강산21 2001. 2. 22. 00:02
경비아저씨 토니의 크리스마스이브새벽에겪은한일화
할머니와 배

얼마 전, 저녁이 다 되어 집으로 오는 길이었습니다. 동네 입구로 들어서자 할머니 한분이 짐을 옆에 두고 쪽지를 들여다보고 계셨습니다. 길을 못 찾으시는 듯해 일부러 그 옆으로 지나가려니 아니나다를까, 할머니가 저를 불러 도움을청했습니다. 할머니는 딸네집에 왔다며 쪽지 하나를 내보였는데 가만 보니 동네사람도 헷갈리기 쉬운 곳이라 제가 직접 모셔다 드리기로 하고 짐을들었습니다.

찾으시던 아파트 단지에 다다랐을 때 할머니는 여기부턴 찾아갈 수 있으니 저더러 그만 가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아파트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어 그 무거운 짐을 들고 5층까지 걸어 올라가시기 힘들 것 같았습니다. 제가 다시 짐을 들려고 하자 할머니는 여기까지도너무 고맙다며 극구 만류하셨지요. 한참 실랑이만 벌이다 결국 조심해 들어가시라며 인사하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 순간 할머니가“학생, 고마운데 우유라도 사 먹어” 하며 천 원짜리 한 장을 손에 쥐어 주셨습니다. 얼른 “저희 할머니 생각나서 도와 드린 거예요” 하고정중히 거절했습니다. 그러자 할머니는 보따리를 풀어 시골에서 따 온 거라며, 큼직한 배 하나를 꺼내 주셨습니다. 차마 그것까지 거절할 수 없어감사 인사를 드린 뒤 먹음직스러운 배를 받아 들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현관문을 막 들어서는데 어머니가 급하게 나가시는 거였어요. 무슨 일인가 여쭈었더니 오늘이 할머니제삿날인데 배 하나를 덜 사왔다는 것입니다. 그때 전 아무 말 없이 손에 들고 있던 배를 어머니께 드렸죠.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우리 할머니는제가 아주 어릴 때 돌아가셔서 얼굴도 잘 몰랐는데, 그 뒤론 할머니의 모습을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좋은생각2001.1>

이종필 님 / 경기도 성남시야탑동

<따뜻한 세상만들기>는 작으나마마음을 나누며 따뜻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만든 방입니다. 따뜻한 글을 싣고서로 좋은 글을 공유하며 자그마한 정성이라도 함께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이제 시작입니다. 함께 만들어 가는 열린 공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칼럼지기 드림

동화나라

그림성경이야기

교회사이야기

월간선한이웃

한길교회

독서신문시사칼럼

월간나눔신앙칼럼

산이강이



'따뜻한글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빠! 소리가 들려요!  (0) 2001.02.26
마지막 편지  (0) 2001.02.24
아름다운 뒷 모습  (0) 2001.02.20
가슴 뭉클한 기사이야기  (0) 2001.02.19
세 나무의 소망  (0) 2001.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