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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소리가 들려요!

강산21 2001. 2. 26. 00:28
경비아저씨 토니의 크리스마스이브새벽에겪은한일화
아빠! 소리가 들려요!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쯤이었던 것 같다. 내가  사고로 힘겹게 투병 생활을 하고 있을 때였던 것 같다. 사고로  장애인이 되자 가정이 깨지고 녀석은  고모를 엄마라 부르며 자라야  했다.어린이 집에 다닐  때 말귀를 잘 알아먹지 못하고 발음이 정확하지  않았었다. 그래도 녀석에게 신경을  쓰지 못하고있었다.  아빠가 장애인이라는 훈장을  달고도 생사를 오가는 투병  생활을 하고 있으니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것이다.나눔의 사역을 하면서도 발음만  부정확하고 나머지는 이상 없이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를 보며 감사만 했었다.

      소리가 잘 들리지 않으니  혼자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던 준열이는 언제나 조용했다.  동네 의원에서아이가 자폐 증상이  있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절규를 했던지.... 아내를 새로 맞이하고 가정이 안정되었을 때, 아내가제일  먼저 한 것은 녀석을 병원에 데리고  다니며 중이염 치료를  하는 것이었다. 동네  이비인후과를 다니며 치료를  하다보니 어느새 중이염은  완치가 됐다. 그런데도 아이는 잘  듣지를 못한다. 언제나 집에서는 큰소리가  났다. 아이의모든 문제를 아내에게 일임하는 게 좋다는 생각에 관여를 하지  않았는데, 아이에게 큰소리만치는 아내와 다투는  시간이많아졌다. 옹졸한 마음이 아내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이다. 아이가  큰 소리 아니면 듣지 못하는데 그걸  생각 못한것이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아이가 그런  말을 했을까. "엄마! 나도 안 들려서 답답해요 으앙~" 어느  날아내에게 혼나던 아이가 하는 말이 억장을 무너지게 만들었다. 큰  병원으로 가보기로 했다. 종합 병원 두군데를 갔는데모두가 더 큰 병원으로 가란다.  결국 신촌 세브란스 병원까지 가게 된다. 최종 진단은 아이의 청각이 없다는 것이다. 영악한녀석은 상대의 입 모양을 보고 말을 알아먹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녀석에게 너무나 미안했다.왼쪽  귀는 아예 들리지 않고 오른쪽 귀만 약하게  들리는데, 장애5급의 진단을 받고  초고속 주파수를 받을  수 있는보청기를 끼어야만  정확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단다. 아빠가 "바람풍"하면 아이의 귀에는 "바담풍"으로 들리는 현상이다.보청기 값이  나의 생활로는 엄두를 낼  수가 없었다. 그런 돈이  있으면 더 어려운 사람 돕겠다고 했다가 아내에게호되게 질책만 받는 철부지 남편이었다.

      그런데 오늘 아이가  소리를 듣게 되었다. 본인을  밝히기를거부하는 지인의  도움으로 오늘 준열이가  보청기를 끼었다. 두시간  정도의 주파수 조정을 마친 후 아빠의  말을정확히 따라 하는 아이의 얼굴이 그렇게 밝을 수가 없었다. "아빠! 소리가 들려요! 아빠 소리가 들려요!"
   아이를 안고울었다. 아내도  고개를 돌린다. 내 아버지도 내가 다쳤을 때 이렇게  가슴이 아팠으리라. 그러나  아들이 이렇게 재기하고  살고있는 모습을 보지도 못하고 하늘나라에  가셨으니... 돌아가신 부모님이 엄청 보고 싶었다.

      녀석을 밖으로 데리고  와 이 소리 저 소리를 물어  본다. 지나가는 전철 소리, 자동차 소리, 웃는 소리... 모두 들을 수 있단다. 모두 들린단다. 너무나 감사했다. 하나님께 감사했고, 지인에게 감사했고, 우리를위해 기도해 주고 염려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했다. 다시 진료실로 들어가 마무리 작업을 하고 보청기 값을 지불하고집으로 돌아오며 아내와 나는 작은 목소리로 아들을 불렀다. 대답을 한다. 평상시 같으면 듣지 못하고 자기  일만 하던녀석이 대답을  한다. 너무나 좋았다. 조금 가다 또 준열이를 불러 본다. 아들의 대답이  우렁차다. "아빠! 잘들려요~!"

      아들아...
      아빠는 널  듣지 못하는 아이로 만들었지만  하나님과 어느 고마운분은 너를 들을 수 있게 해 주었단다. 항상 감사하며 살아가자구나. 언젠가는 그분을 만날 수  있으리라 아빠는믿는단다. 준열아, 네가 듣지 못하고 살았을 때의 답답함을 알고 있을거야.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듣지 못하는 사람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으리라  믿는단다. 아빠의 바램은 상대방의 마음에서 나오는  소리도 들을 수 있는 맑은영혼의 준열이가 되기를 기도한단다.  그리고... 틈나는 대로 준열이도 수화를 배웠으면 해... 아빠는 초급반만마쳤는데 다 까먹었다. 다시 시작해야겠어... 그게 사랑이란 걸 깨달았어. 사랑한다아들아....

 2001.2.21     부천에서 나눔

글쓴이 양미동님은 자오나눔선교회를맡아 일하고 있고 jaonanum.net의 운영자이기도 합니다. 장애의 몸으로무료급식과 교도소 사역, 문서사역 등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지금은장애인 그룹홈을 구성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따뜻한 세상만들기>는 작으나마마음을 나누며 따뜻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만든 방입니다. 따뜻한 글을 싣고서로 좋은 글을 공유하며 자그마한 정성이라도 함께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이제 시작입니다. 함께 만들어 가는 열린 공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칼럼지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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