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인을 만난 자전거 그예 또 자전거를 잃어버리고말았습니다. 잃었다는 말보다는 점잖지 못한 표현이긴 해도 도둑 맞았다는 말이 더 적합할 것 같습니다. 사실 이번 자전거에 대해서는 적잖은고민이 깃들은 자전거였기에 나는 서운하다 못해 내심 잘 되었다는, 후련한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몇 년 전 제법 근사한 자전거가 있었습니다.직장 동료가 타던 것인데도 꽤나 쓸만한 자전거여서 요긴하게 사용하던 터에 어느 날 큰 아이가 학원에 갔다오더니, 울먹이며 자전거를 잃어 버렸다는것이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나와 아들은 주변을 찾아 헤매었지만 끝내 찾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그 속상함이 한참 지속되었고 애꿎은 아들은 자전거를사달란 말도 못하고 그렇게 몇 년이 지났습니다. 이 번엔 작은 아들이었습니다. 좀 솔직한 편인 이 녀석은 자전거보다는운동화를 선호했기에 그 비싼(?) 운동화를 신은 덕에 자전거를 타고 싶어도 사달라는 속내를 드러내지 못하다가, 두 달 전인가 아파트 입구에자전거를 가득 싫은 트럭이 왔는데 신문을 새로 구독하면 공짜로(?) 자전거를 준다고 막 내게 선전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나는 녀석의의중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지만 순전히 자전거를 얻기 위해 차마 지금 보던 신문을 끊을 수는 없었습니다. 나는 20년 애독자였습니다. 그렇다고두 개의 신문을 보기엔 다소 무리가 따랐기에, 그 때부터 고민은 시작되었습니다. 그러기를 몇 시간 여, 내 속마음에 점점 그 자전거가 커지더니'볼만큼 봤다'는 그럴듯한 이유를 내세워 나는 신문을 바꾸기로 결정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생긴 자전거는 우리 집의 애물이되었는데, 문제는 녀석이 무얼 믿고 그러는지 자물쇠도 안 채우고 소홀히 관리한다는데 있었습니다. 그 날도 인근 도서관 입구에 고이 세워 놓고들어갔으니, 누군가 횡재하라고 바친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잃어버린 자전거의 사연은 대략 이렇습니다만 정작 내 기분이 영 개운치 않은것은 그 까짓 자전거 한 대 때문에 애독하는 신문에 대한 의리를 져 버렸다는 스스로의 자괴심에서 였습니다. 그러니 자전거를 잃어버린 일이 차라리잘 되었다고 여긴지도 모릅니다. 이제 그 녀석의 불찰을 원망한들 때늦은 후회일 뿐, 그 자전거를 누가 타던지, 유익하게 사용되기를 바라는 수밖에없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이번 사태(?)에 의미있는 교훈을 되새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이의 실수를 원망하기 전에 먼저내 자신의 비양심(非良心)을 탓해야만 했고 정정당당하게 비용을 지불하고 구입한 자전거라면 녀석은 어쩌면 더욱 소중하게 챙겼을 것입니다. 또한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원칙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과감히 아니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값진 교훈이었습니다. 이렇게 얘기하고 나니 내가 뭐대단한 양심가나 된 듯 하지만 어쨌거나 부끄러운 일입니다. 하기야 내 소년기에도 아버지가 사주신 자전거를 잃어버리고 터벅터벅 신작로를 걸어 읍내학교까지 걸어가던 시절이 있었으니, 우리 집 세 남자들은 모두가 같은 전력을 같게 되었네요... - 자전거야! 새 주인 만났으니,부디 행복하려무나... 교도관이쓰는민들레편지
<따뜻한 세상만들기>는 작으나마마음을 나누며 따뜻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만든 방입니다. 따뜻한 글을 싣고서로 좋은 글을 공유하며 자그마한 정성이라도 함께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이제 시작입니다. 함께 만들어 가는 열린 공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칼럼지기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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