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따뜻한시선

아빠 급식 도우미

강산21 2005. 3. 29. 23:33

아빠 급식 도우미

오늘 1학년인 우리 둘째강이의 반에 급식 도우미로 참여하고 돌아왔다. 늘 엄마들이 참여해서 매번 두 명씩 조를 짜서 배식을 하고 청소까지 하고 돌아오는 일인데 내가아내에게 무거운 짐을 맡긴 관계로 내가 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불가피하기만 했던 상황은 아니었다. 첫째 산이가 입학을 하고 아내가 여러번 급식 도우미의 역할을 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한번쯤 참여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고, 강이의 경우에는 입학식과첫 학부모 모임에도 나갔었던 이유로 교실에서 강이가 지내는 모습을 보고싶기도 했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자의반타의반으로 참여하게 된 급식 도우미로서의 하루는 만만치 않았다. 일찌감치 도착한 나는 교실 창으로 강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조금 늦게 도착한 다른 엄마와 함께급식실에서 밀차로 밥과 반찬을 가져오는 일부터 시작했다.

교실에 도착하여 자리를 펴고 45명이나 되는 아이들의 식판에 하나하나밥과 스프를 나눠주는 일을 맡았는데 전이해나 경험이 없었기에 밥을 남기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좀 많이씩 나눠주게 되었고 결국 절묘하
게양을 맞출 수 있었다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지만 곧 그것이 나의 잘못이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아이들이 밥과 반찬의 양이 많아서 엄청 고생하는장면을 목격해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힘겹게 급식 도우미의 역할을 하고서는 청소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어릴적 다녔던 초등학교의교실을 생각하며 즐겁게 비질을 시작했지만 곧 힘겹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땀은 비오듯 나고 허리는
아프고 만만치 않은 시간이었던것이 사실이다. 함께하는 학부형에게 폐가 되기 싫어 열심히 하긴 했지만 쉽지 않은 시간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하여간 우여곡절 끝에 물걸레청소까지 마친 나는 선생님과 차 한잔 가볍게 나누고 돌아와서 개인적인 일을 보러 외출했지만 하루 종일 교실에서의 경험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니 오늘 두 시간 정도밖에 시간을 내지 않았고 게다가 한 일이라곤 그다지 잘하지도 않은 배식과 청소 조금이었는데 땀도 나고힘도 들었던 걸 생각하면 이미 오랜 시간동안 그 일을 묵묵히 감당해 온 엄마들에 대한 고마움과 존경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많은 아버지들이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고 과거와 달리 참여적인 분위기가 고양된 것은 사실이지만 낯설고 미경험지인 경우 참여하기를 꺼리는 것도사실이기에 오랫동안 엄마들의 몫으로 귀결되어 온 급식 도우미의 역할을 가능하다면 아버지들이 맡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작단 한번의 경험으로 무엇인가를 주장하기는 곤란하지만 경험상 그것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아이의 커가는 모습을 제대로 차분히 느끼지도 못하고지나는 아버지가 얼마나 많은가. 아이들의 공간에 가보지 못한 아버지가 대부분이 아닌가. 단 한번의 경험이었지만 그곳에서의 내 경험은 소중한 것이되었다.

지금껏 아버지가 배식을 하러 온 일이 없었기에 온 교실 아이들의 관심대상이기도 했고 강이 친구들의 질문세례를 받기도했으며 선생님의 관심대상이 된 것이 별스런 일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램이 생겼다. 아이의 아버지로 아이의 교실에 참여해보는 경험은 아이와의 긴밀한관계에 도움이 될 것이며 건전한 인격형성에도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다.
오늘 강이 친구들이 "아빠도 이런 일 해요?"라고 질문할 때그것이 얼마나 편중된 인격을 낳을까 염려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아빠라고 하지 못할 일은 없어야 바람직한 가정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신앙인이라 하더라도 대개는 자기들이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해 무관심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해보지 않은 일이라고 해서 옳지 않거나외면해야 할 일은 아닌 것이다. 신앙을 잘 지키기 위해 개인적인 노력은 하지만 내가 하지 않아서 다른 이들이 맡아야 할 짐이 많아진다면 그것은그른 일이 아닐까 싶다. 가보지 않은 길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바른 길이라면 지금까지의 관행을 뒤엎을 수 있는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한다.

김성현 / 광명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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