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따뜻한시선

오프사이드

강산21 2005. 4. 11. 11:51

오프사이드

 

한동안 투잡족이 되어 지내느라 못하던 축구를 다시 시작했다. 그러면서 새삼스레 축구가 좋아진 것은 건강을 위해서나 친목을 위해서나 내게는 아주 좋은 일이다. 원래는 야구보는 것을 즐거움으로 알고 지내던 나였지만 주변에 야구 할 사람이 없어서 축구를 하게 된 것인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가끔은 골 맛도 보고 하면서 즐기는 중이다.

 

축구를 다시 시작하면서 최근 읽은 책이 <오프사이드는 왜 반칙인가>이다. 수비진들보다 앞서 있는 공격진이 있으면 그건 반칙이 되어 공격권을 반납하게 한 규정인 '오프사이드'는 축구의 맛을 느끼게 하는 아주 좋은 규정이다. 그런데 때때로 오프사이드 트릭을 쓰는 수비진들로 인해 보는 재미가 반감되기도 하기에 나름의 악명을 가진 규정이기도 하다.

 

오프사이드에 대한 규정 설명과 그것이 왜 그렇게 규정되었는지를 책은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또한 오프사이드가 나오게 된 배경적인 지식을 위해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중세 영국에서는 마을별로 일년에 한번씩은 수백명씩이 한편이 되어 심지어는 4킬로미터의 거리에 있는 골대를 사이에 두고 경기를 벌이는 축제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 축제 때문에 다치고 싸움이 나는 것은 다반사였다고 한다. 이 축제는 민중의 종교적 행사이자 농민들이 인클로저라는 자본주의적 토지소유에 저항하고 항거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1점을 내면 경기가 마친다나 뭐라나 하는 축제의 한 과정이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이런 배경에서 볼 때 오프사이드는 경기를 오래 즐기게 하기 위한 도구였던 것이다.

 

부작용으로 싸움이 나기도 하지만 전체가 어우러지는 경기를 오래 즐기기 위해 규정을 두었다는 것이다. 실력의 큰 차이는 축구를 재미없게 하는 요소도 된다. 그래서 오래도록 그리고 함께 즐기기 위한 의도에서 오프사이드가 나왔다고 하니 나름대로 철학이 있는 규정이 아닌가.

 

축구가 단체 경기임이 분명하기에 어느 특정 선수의 활약에 의존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음은 다 안다. 하지만 승패가 있는 경기이기에 승리를 위해 상대방을 눌러야 하는 입장에서 보면 치열해지기도 하고 반칙도 나오기 마련이다. 승부욕에 불타는 이들이 있다보면 난동도 일어나고.

하지만 오프사이드라는 규정을 둘만큼 축구는 애초에 우리팀만이 아닌 양팀 모두의 화합과 축제를 위한 것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지나친 승부에 대한 집착은 분명 버려야 할 일이 된다. 생각해보면 세상사 어느 것이든 다 마찬가지이겠지만 말이다.

 

정치에서, 경제에서, 경기에서 어느 팀의 완승은 의미가 없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의 슬기와 지혜 그리고 덕스러움이 있어야만 한다는 너무도 당연한 생각을 한다. 그런데 왜 그게 그렇게 안될까.

김성현 / 주간 독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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