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따뜻한시선

[칼럼] 원칙과 정서

강산21 2005. 3. 26. 00:42

원칙과 정서

 

정치를 떠올리면 왠지 칙칙한 분위기를 느낀다는 이들이 아직도 많다. 조폭이라고까지 하기에는 문제가 있지만 상명하복의 정서가 여전하고 국민을 믿고 하는 정치라기 보다는 패거리를 믿고 하는 정치에 익숙한 탓이다.

 

사실 정치인들의 구태적인 모습이 문제이긴 하지만 따지고 보면 국민들도 그다지 나은 바는 없다. 왜냐하면 정치인들의 행태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어느새 보면 한통속이 되어 있거나 건강한 상식과 원칙을 지키기 보다는 정치권의 힘에 기대어 일을 해결하려는 경향성을 보일 때가 많은 것을 본다.

 

선거 때가 되면 용돈이라도 얻어보려는 마음이 동하고 일당이라도 생겨야만 선거운동에 참여하는 형태의 정치주변 인물들이 많은 탓에 세상이 바뀌었다고도 하고 시스템이 변하고 있다고도 하는 시대를 맞고서도 많이 변하지 않았음을 보게 되는 것이다.

 

최근 여당의 당의장 선거와 관련하여 '내분'이 많아지는 것으로 해석하는 언론들이 많은데 정말 그것이 내분이라는 표현에 걸맞는 사안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사안에 대한 입장 차이에 대한 지적과 다른 부분을 가지고 논쟁하는 것은 내분이라 할 수 없다. 과거와 같은 '계파'정치는 문을 닫았고 이제 있다면 '정파'의 논쟁이 있을 뿐인데도 짚어내기 좋아하는 언론은 본질이 아닌 주변적 결과에 대한 기사만을 남발한다.

 

아직도 과거의 정치에 익숙한 기자들의 탓이다. 새로운 시대적 패러다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다. 정치인들도 변하느라 변하고 있지만 그것을 지켜보는 기자들도 바뀌어야만 제대로 해석할 수 있을 터인데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원칙을 이야기하고 원칙적으로 차이와 같음에 대해 지적하면 그것이 내분으로 비치는 것이 아닌가.

 

정치는 어찌보면 세력간의 다툼인데 지금 정치지형의 변화는 소수가 다수에 대해 당당히 대적하는 형국이고 보면 원칙에 대한 지적을 함에도 불구하고 정서적으로 거리감이 있다는 이유로 한 길에 서지 않는 무원칙의 산물을 낳게된다. 흔히들 386세대 의원이라 불리는 이들도 이미 기존 정치지형에 익숙해진 탓에 새로운 흐름에 적응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도 과거에는 새로운 흐름이었고 그 흐름으로 새상에 기여한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변화의 흐름을 따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386이든 새로운 정치세력이든 누구나 다 자기성찰에 적극적이지 않다면 어느새 흘러간 물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나간 물이 되지 않으려한다면 해법은 간단하다. 원칙과 정서의 다툼 중에서는 언제든 원칙을 선택하고 지키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김성현 / 독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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