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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하루

강산21 2017. 2. 14. 22:05

 

 

왕의 하루

 

조선시대 왕의 일과는 어떠했을까? 조선시대에는 국왕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된 만큼 국왕이 매일 처리해야 할 업무 또한 적지 않았다. 물론 국왕에 따라 차이가 있었지만, 일반적으로 왕의 공적, 사적 일상은 늘 분주할 수밖에 없었다. 이하에서는 자연인으로서의 국왕에 주목하여 왕의 일과를 따라가보기로 한다.

왕의 일과는 아침, 낮, 저녁, 밤의 네 단계로 구분된다. 이를 사시라 했는데, 마치 1년의 사계절처럼 왕의 하루도 네 단계로 나뉘었다. 왕의 일과는 이른 아침 웃어른에 대한 문안인사로 시작되었다. 이어 해 뜰 무렵에는 신하들과의 학문과 정치토론을 위한 경연에 참석하였다. 경연은 국왕과 신료들 간의 소통의 공간으로서 중요했다.

경연이 끝나고 아침식사를 한 후에는 조회가 시작되었는데, 왕의 공식 집무는 이때부터였다. 조회는 관원들이 왕에게 충성의 의식을 행하고 국정을 논의하는 자리로서, 종친과 문무백관이 모두 모여 조정에서 행하는 큰 행사인 조참에서부터 임금이 몇몇 관원들을 불러 내전에서 실무에 관한 보고를 듣고 논의하는 윤대에 이르기까지 여러 형식이 있었다.

조회 가운데 조참은 매달 5일, 11일, 21일, 25일 네 차례에 걸쳐 관원들이 궁궐 조정에 나아가 왕을 알현하고 왕명을 받는 큰 의식이다. 반면 상참은 매일 종친부, 의정부 등의 당상관을 비롯한 주요 지위의 관리들만 참여하는 정례적인 약식 조회였다.

조참과 상참 이외에도 왕이 신하들과 만나는 형식의 하나로 차대와 윤대가 있었다. 차대는 비변사의 도제조 이하 당상관들과 삼사에서 한 사람씩의 관원들이 궁궐에 들어와 왕을 뵙고 국정을 논의하는 모임이며, 윤대는 실무 행정 부서의 중하급 관료들이 순번에 따라 번갈아가며 왕을 뵙는 모임이었다. 윤대에 파견된 관료를 윤대관이라 하였는데, 대개 하루에 5명 이하로 제한되었다.

이처럼 경연과 조회 등 아침 일과를 마치고 점심을 먹고 나면 정오가 되었는데, 왕은 이 때 다시 경연에 나갔다. 이 때의 경연을 낮에 하는 강의라 하여 주강이라 하였다. 주강 이후 지방에 파견된 관리들의 문안을 받거나 관찰사와 수령들을 친히 만나 지방행정에 관한 보고를 받거나 민원을 해결하였다.

이상의 일을 처리하고 나서 오후 5시경 왕의 공식 업무는 종결되지만, 이것으로 하루 집무가 모두 끝난 것은 아니었다. 왕은 해지기 전에 다시 경연에 참석하기도 하였는데, 이를 저녁 강의라 하여 석강이라 하였다. 석강 후 저녁을 먹고 휴식을 취한 뒤에 때로는 낮 시간에 미뤄두었던 업무를 마저 보기도 하였다. 이처럼 왕의 하루는 늘 분주하였다.

 

<조선의 왕으로 살아가기> 한국학중앙연구원, 돌베개, 2011. 4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