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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제때 도망치지 못하는가

강산21 2016. 12. 14. 15:46

3.11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다로우라는 지구는 이전부터 쓰나미로 큰 피해를 입곤 했다. 예를 들어 1933년의 쇼와산리쿠 쓰나미에서는 당시 인구의 3분의 1이 사망했다. 그 때 지진학자들이 쓰나미가 도달하지 못하는 높은 지대로 거주지역을 옮길 것을 권고했으나, 실제로 이루어진 것은 '만리장성'이라고 불리는 10미터 높이의 대형 방파제 건설이었다.

1934년주터 1979년에 걸쳐 세 개의 방파제가 완성되었고, 그 기저부는 최대 25미터에 달하는 위용을 과시했다. 다로우 지구는 '쓰나미 방파제 마을'을 선언했다. 쓰나미를 우려해 살지 않던 땅에 호텔이 들어섰고 사람들고 그 주변에 거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3.11의 거대 쓰나미는 방파제를 부수고 덮쳐왔고, 그로 인해 이 지구 전역에서 2백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만약 방파제가 있으니 쓰나미가 와도 괜찮을거라고 안이하게 안심하지 않았더라면, 또한 만약 이 정도로 심한 지진이 온 직후니까 신속히 높은 지대로 도망쳐야 한다고 생각하며 행동했다면 피해는 매우 적었을 것이다. 방파제와 같은 방재 하드웨어에 대한 과신이 쓰나미 위험을 환기시켜줄 방재 소프트웨어의 가동을 억제해버렸다고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견고한 만리장성이라도 침입자는 그것을 쉽게 넘는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행동과 심리 속에 오히려 위험을 피할수 있는 최선책이 있다는 점이다.

쓰나미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실로 간단한 것을 하면 된다. 쓰나미가 도달하기 전에 높은 지대나 튼튼한 철근콘크리트로 된 높은 건물의 상층부로 피난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많은 희생자가 나온 것일까. 이 의혹을 풀 열쇠는 하드웨어적인 방재시설에 너무 의존한 나머지 인간의 행동과 심리 측면의 소프트웨어적인 방재 대책을 등한시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재해를 피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인 방재 대책의 요체는 내재된 몇 개의 덫에 주의하고 거기에 빠지지 않는 것으로 실로 단순하고 명료하다.


<인간은 왜 제때 도망치지 못하는가> 히로세 히로타다, 모요사, 2014. 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