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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피우는 시간

강산21 2013. 4. 24. 14:44

담배 피우는 시간

 

총격전이 갑자기 멈추었다.

우리는 담배를 말았다.

독일군도 담배를 말았다.

그리고 우리는 정신 나간 사람들처럼

서로 마주 보고 섰다.

긴장까지 풀고서.

누군가 쉰목소리로 말했다. '담배 피우는 시간.'

독일군이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야, 파우제, 조포르트!"(좋아, 휴식, 즉시!)

그들과 우리, 우리는 풀밭에 앉았다.

겨우 다섯 걸음 떨어진 곳.

우리는 발 옆에 소총을 내려놓고

배낭에서 담배를 꺼냈다.

그래, 전쟁 중에도 즐겨야 하는 것!

지옥에 빠진 영혼은 믿지 못하겠지만.

그리고 차분하고 조용히

서로 눈동자를 조심스레 지켜보며

우리는 담배를 비벼 껐고,

독일군도 담배를 비벼 껐다.

조금 전의 그 목소리가 다시 소리쳤다.

으스스하고 핏발 선 목소리로

"담배 피우는 시간, 끝!"

-유리 벨라슈, 퇴역군인, 모스크바

 

-<유럽사 산책 2> 헤이르트 마크. 옥당. 2011. 274-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