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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정부 시대에서 신보수 정권으로 이행한 두 가지 이유

강산21 2010. 9. 2. 10:46

민주정부 시대에서 신보수 정권으로 이행한 두 가지 이유


반독재 민주정부 시대에서 신보수 정권으로 이행하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첫째, 1987년 6월 민주항쟁이라고 하는 국민적 항쟁 속에서 당연하게 전제되고 합의되었던 개혁 의제들이-철저하건 불철저하건 간에-종결됨으로써 나타나는 위기이다. 즉 민주정부에 의해서 ‘어렵게 진행된’ 개혁 자체도 국민들이 ‘주어진given’것으로 인식함으로서 ‘성취된 개혁’에 기대어 자신의 정당성을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다. 나아가 ‘당연히 합의된’ 개혁 의제들을 뛰어넘어 높은 수준의 개혁 의제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보수 세력과 더욱 치열한 갈등이 초래되었고 그로 인해 민주정부의 정치적 기반이 균열되어 갔다. 필자는 이를 일종의 ‘성공의 위기’로 파악한다.


둘째, 민주개혁의 그러한 ‘성공’적 진전에도 불구하고-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온-신자유주의적 지구화의 파괴적 결과에 대하여 정책적으로 응전하지 못함으로써, 민주개혁의 성과가 퇴색되어 버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반독재 민주정부가 ‘사회경제적 진보주의’를 구체화하여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대중들의 사회경제적 문제(예컨대 양극화, 소득분배 악화, 자영업의 몰락, 고용 불안정, 비정규직화 등)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되면서 역으로 대중들은-정치적 개혁주의에 한정된-민주주의에 대한 실망과 좌절을 갖게 되고, 이는-반독재 민주 세력의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민주주의에 대한 대중의 지지와 신뢰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이는 연쇄적으로-첫째와 다른 방식으로-반독재 민주정부의 정치적 기반을 균열시켰던 것이다.


결국 민주정부는 10년 동안 다양한 정치적 개혁을 수행했지만 결과적으로 폭넓은 사회 경제적 개혁을 통해서 ‘박정희와 다른 방식으로 대중들을 잘 먹고 살게’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중들 사이에 ‘독재시대의 기억’이 선명하게 존재하고 있을 때에는 이러한 사회 경제적 불만들이 주변화될 수 있었으나,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민주화의 성과’ 자체를 ‘주어진’ 것으로 인식하면서 대중들은 자신들의 사회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반독재 민주정부, 나아가 그들이 담지하는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불만과 회의를 표현하게 되었다. 첫째가 ‘성공의 위기’라고 한다면, 둘째는 ‘실패의 위기’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반독재 민주정부의 ‘사회경제적 성취’의 이러한 지체는 대중들의 불만을 ‘신개발주의’로 전유하는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이양되는 결과로 나타났다. 2008년 한국에서의 이명박 정부나 대만에서의 마잉주 정부의 성립이 이런 의미이다.


<노무현이 꿈꾼 나라> 조희연, “진보 정치가 가야 할 방향은?” 동녘, 2010, 66-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