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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 유시민 정리

강산21 2010. 4. 24. 11:46

노무현 서거 1주기…그의 슬픔을 읽다

2010년 04월 23일 (금) 22:08   한겨레신문

[한겨레] 자서전 ‘운명이다’ 출간 육성·회고록 한데 모아 노무현재단(이사장 대행 문재인)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꼭 한 달 앞둔 23일, 그의 자서전 <운명이다>(돌베개 펴냄)를 펴냈다.

모두 300여쪽에 이르는 이 책은 생전에 나왔던 노 전 대통령의 자서전과 미공개 자필·구술 기록, 쓰다 만 회고록, 홈페이지에 실렸던 글, 봉하마을 방문객들에게 건넨 인사말과 진보주의 연구모임의 토론회 발언 녹취록을 바탕으로 가족과 참모들의 이야기를 덧붙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1인칭 시점’으로 정리한 것이다.

어깨를 짓누른 가난 속에 위경련을 앓으면서도 유달리 고집 세고 자존심이 강했던 어린 시절부터 사법고시 합격 이후 ‘세무 전문 변호사’로 출세만 바라보고 내달리다 ‘부림사건’을 계기로 민주화운동에 뛰어든 이야기, 1988년 정치 입문 뒤 네 번의 낙선에도 꺾이지 않고 도전해 2002년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의 일화, 탄핵·이라크파병·대북송금 특검·검찰개혁 실패 등 대통령 재임 기간에 벌어진 일 등이 담겼다. 퇴임 뒤 봉하마을에서 화포천을 가꾸고 오리쌀을 거두며 잠깐 누렸던 행복, 국가기록물을 둘러싼 이명박 대통령과의 갈등, 검찰 수사, 그리고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리기까지. 노 전 대통령의 굴곡진 인생이 숨가쁘게 펼쳐진다.

노 전 대통령은 본래 퇴임 직후엔 “관계를 맺었던 많은 사람이 여전히 현업에 있는 상황이라 모든 것을 사실 그대로 솔직하게 말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자서전을 쓰지 않을 작정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검찰에 불려나가기 직전 그는 참모들에게 “이제는 쓰지 않으려고 했던 회고록을 써야할 때”라고 말했다. 그것도 “영광과 성공의 이야기가 아니고 시행착오와 좌절과 실패의 이야기”를 쓰고자 했다. 하지만 그는 ‘좌절과 실패의 이야기’조차도 쓰지 못한 채 14줄짜리 유언만 남기고 황급히 우리 곁을 떠났다. 그래서 이 책은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쓴 “시행착오와 좌절과 실패의 이야기”가 됐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