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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과장, 케이블업체 관계자 불러 “술값 내라”

강산21 2009. 3. 31. 14:35

방통위 과장, 케이블업체 관계자 불러 “술값 내라”
케이블방송사 합병의결 앞두고 향응 요구…문제 불거지자 심사 연기
입력 :2009-03-31 08:07:00  
[데일리서프] 청와대 행정관과 방송통신위원회 뉴미디어 과장 등이 케이블방송 업체 티브로드사로부터 받은 룸살롱 술접대는 복수 유선 방송사에 대한 인수합병 승인 의결을 6일 앞두고 벌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번 술접대 사건은 케이블 방송업체의 자발적인 접대가 아니라 방통위 신 모과장이 업체 관계자를 불러내 계산하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31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30일 “방통위에서 케이블TV 정책을 맡고 있는 신모 과장이 지난 25일 저녁 청와대 행정관 등과의 자리를 주선한 가운데 케이블방송 사업자인 티브로드 문모 팀장을 불러내 계산하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업체가 요청해 청와대 관계자를 만나려면 대표이사급이 나서는 게 관례”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티브로드 측은 “문 팀장이 ‘내가 만나달라고 요청해 1차에서 85만원을 결제하고 그 이후는 만취해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밝힌 뒤 지난 27일 사표를 제출했다”고 해명했다고 경향신문은 보도했다. 논란의 당사자인 신 과장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또한 방통위는 사건이 불거지자 31일 열리는 전체회의 안건 중 ‘티브로드의 큐릭스 인수·합병 승인에 관한 의결안’을 이날 긴급 삭제했다. 방통위 측은 안건 삭제에 대해 처음엔 “그런 적이 없다”고 발뺌하다가 취재가 시작되자 “오해를 살까봐 제외했다”고 해명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와 관련 티브로드는 국내 최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로 경기남부와 부산, 인천 등지에 15개의 케이블 사업체를 소유하고 있다. 티브로드는 최근 업계 6위인 큐릭스를 인수해 방통위의 합병승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15개 사업권역을 갖고 있는 티브로드와 7개 권역을 갖고 있는 큐릭스가 합병할 경우 케이블방송 시장 점유율이 23%로 높아져 CJ 헬로비전(16%), CNM(13%) 등을 크게 제치게 된다.

방통위의 합병 의결은 술접대 6일 뒤인 31일로 예정돼 있었다. 이 때문에 청와대와 방통위 간부가 연루된 이번 술접대가 인수합병 로비 차원에서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방통위는 이날 모임 주선자인 신 과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성매매 사실이 발각된 뒤 방통위로 복귀한 김 행정관의 사표는 수리를 보류하고 수사 결과가 나오면 파면 해임 등 중징계를 하기로 했다.

안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