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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불신임 범국민투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활동한 전정훈씨. ⓒ경향닷컴 |
ㆍ“‘불신임’ 내건 투표지만 예상보다 심각했다”ㆍ“취임 1주년되는 날 미디어법 직권상정…변할 마음 없는 것”이명박 정부 출범 1년. 평가는 냉혹했다. 각 언론사가 발표한 이명박 정부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평균 30%대. 2007년 대선 당시 50%에 육박하던 지지율은 1년여 만에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지금 다시 대선을 치른다면 이명박 대통령에게 투표하겠냐’는 질문에는 58~65%가 ‘투표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사실상 불신임이다.
이보다 앞서 온·오프라인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 국민투표가 진행됐다. 지난달 8일부터 22일까지 실시한 결과 14만5594명(온라인 12만3811명) 중 96.78%(14만909명)가 ‘불신임’을 선택했다. ‘신임한다’는 응답은 3.08%(4487명)에 불과했다. 이유는 뭘까. 이번 투표를 진행한 ‘이명박 대통령 불신임 범국민투표 선거관리위원회’의 전정훈씨(32)는 “1년을 지켜보니 더해봐야 뻔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투표결과를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등 사회단체들이 주축이 돼 진행한 투표지만 “바닥 민심이 이 대통령을 이렇게까지 싫어할지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 불신임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은 했다. 그러나 아무리 ‘불신임’이라는 단어를 내세워 같은 입장을 가진 사람들의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해도 이렇듯 압도적인 결과에는 자신들도 놀랐단다.
“거리에서 만난 많은 분들이 ‘1표로는 부족하다 우리 가족, 친구들 것까지 대신하면 안 되냐’는 말을 했어요. 이 대통령을 지지했던 분들도 ‘경제라도 살릴 줄 알았는데 서민경제는 나 몰라라 한다’ ‘친기업 정책만 쏟아놓는다’고 쓴소리를 하시더라고요. 지역별로도 큰 차이가 없었어요. 한나라당 텃밭인 경상도 지역에서도 87% 가량이 불신임이라고 답했거든요.”
투표는 1인 1투표를 원칙으로, 연령 제한을 두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오프라인에서는 서울·경기는 물론 대전, 대구, 부산, 광주, 제주까지 전국의 71개 투표소에서 실시됐다. 온라인에서는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를 통해 진행됐다. 투표의 신뢰성에 대해서도 “(온라인 투표가 대다수인데) 한 개의 IP당 한번 투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공정성은 자신있다”는 게 선관위 측의 입장이다.
“온라인 불신임 투표를 시작했을 때 3일 만에 3만여 명이 투표를 했고 일주일 사이에 10만 명이 넘어섰어요. 당초 계획했던 100만 명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충분히 전달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지난 1년을 돌이켰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명박산성’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2MB 등 그 어떤 대통령보다 많은 별명을 가지고 있다”며 “그것은 국민들이 아무런 신뢰도, 존경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이번에 실시한 국민투표는 일부로 불신임을 유도한 것이 아니에요. 1년 동안 이명박 정부와 이 대통령이 보여준 단상이 신뢰와 진심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인 거죠.”
그는 자신은 물론 많은 국민들이 이명박 정부의 독재정치에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과 1년 전 취임식에서 국민을 섬기는 정치를 하겠다고 말한 사람이 자신밖에 모르는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씨는 “주말에 시내에 나가면 용산참사와 관련한 집회 때문에 경찰차가 무리지어 있는 것을 자주 본다”며 “오히려 그 모습이 국민들을 더 위협적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14일에는 집회신고를 한 서울 인사동에 투표소를 설치하자 경찰이 이를 둘러싸고 막는 일도 있었다. 시민들이 경찰을 헤집고 들어와 투표를 하는 기이한(?) 광경도 펼쳐졌다고. 전씨는 “정부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무조건 막는 게 시민들을 더 자극한다는 것을 왜 모르나”라고 답답해했다.
이명박 정부에 점수를 준다면 10점 만점에 몇 점을 줄 수 있을까. 그는 “점수 자체를 주고 싶지 않다”며 한동안 뜸들이더니 “1점”이라고 말했다.
며칠사이 쏟아진 각 언론사의 이명박 정부 1년에 대한 평가 여론조사는 어떻게 봤을까. 수치상 차이는 있지만 국민들이 실망했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반갑지 않았을까. 그는 오히려 “안타까웠다”고 답했다. 불신임 투표를 하면서 국민여론을 체험했기 때문에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을까 싶다”고 한숨지었다.
일각에서는 지난 1년을 두고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 대통령도 25일 취임 1주년을 맞아 “지난 1년을 교훈삼아 심기일전의 자세로 일하자”며 “우리는 5년 국정 운영의 결과로 평가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씨는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바로 그날 한나라당이 미디어관계법을 직권상정 했잖아요. 마치 이 대통령에게 취임 1주년 선물을 안겨주고 싶다는 것처럼. 그걸 보고 변할 자세와 마음과 없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이제 실망은 실망으로만 끝나지 않을 겁니다. 국민들이 직접 나설 거예요. 2008년 촛불집회 때 보여줬던 것처럼. 그것은 더욱 커지면 커졌지 작아지지는 않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이명박 정부는 □□□다’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고민하지 않고 ‘양치기 소년’이라고 답했다. 이유는 “잘하겠다고 말하면서 결국엔 바뀌지 않으니까”란다. 그러면서 “앞으론 제발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정치를 했으면 좋겠어요. 똑바로 정신 차리고…”라고 신신당부했다.
<경향닷컴 이성희기자 mong2@kh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