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현실그대로

유시민 “국민들, MB정부에 너무 비싼 수업료 내"

강산21 2009. 3. 4. 12:41

[데일리서프]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대부분 사람들은 일은 못하고 대통령 욕하며 시간만 보내고 있다"며 "엄청난 재앙이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지난 2일 보도된 충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회에 닥친 위기를 이기려면 사회가 가진 역량을 전부 가동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연대해야 하는데 모든 구성원이 유리한 해법을 찾는 게 아직 힘들다"며 "한국사회는 위기 경험이 IMF나 요즘 같은 대공황 빼고는 거의 없고, 갈등을 수습하는 방법도 공유된 게 없다"고 진단했다.

유 전 장관은 또 이명박 정부에 대해 "무개념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며 "집을 지으려면 설계도가 있고, 자재를 모으고, 작업하는 사람을 모아야 하고, 그 사람들이 설계도에 대해 이해와 공감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다"고 혹평했다. 그는 "(국민들이) 너무 비싼 수업료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의 공안분위기 조성에 대해선 자신이 대학을 다녔던 박정희 정권 때와 비교해 "지금이야 장난이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는)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면 붙잡아가고, 감옥에 가두고, 고문하고 죽여서 내다 버리고 이런 공포 분위기"라며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건 '사회에 대들 것인가 아닌가' 둘 중 하나였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유 전 장관은 "(지금은) 미네르바 잡아가고, 촛불집회 나갔다고 벌금 때리고..그땐 도서관 옥상에 올라가서 3분 고함지르면 징역3년!"이라며 "지금 이명박 대통령은 사이버 모욕죄니, 국정원 개정이니 말하는데 물론 그거 다 나쁜 거지만 박정희 대통령에 비하면 장난 같은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그땐 기관총에 박격포였으면 지금은 방망이 수준이다"며 "이 대통령이 박정희 대통령처럼 행동하고 싶지만 마음대로 안 되는 상황이다"고 변화된 한국 사회를 지적했다.

때문에 유 전 장관은 70-80년대에 비해 현재 대학생들의 정치 무관심도 자연스러운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예전처럼 언론자유가 전혀 없고, 노동조합이나 정부기관이나 모두가 정체돼 있다면 시민들은 모두 나설 것이다"며 "그런데 지금은 사회문제에 대해 발 벗고 고민할 농민회나 민주노총도 있고, 일부 양심 있는 언론이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또 "대학생 60%가 이명박을 지지했어도 함께 뽑은 대통령인데, 대통령이 잘못하면 국민이 같이 책임져야지, 왜 대학생이 특히 책임져야 하냐"며 "대학생들은 각자 먹고 살기도 바쁘다"고 말했다.

"한국사회는 지금 민주주의 할부금 내는 중"

그는 이어 2009년 대한민국에서 대학생의 역할에 대해 "대학생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며 "자기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직업을 찾는 게 대학생 때 할 일이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세상은 늘 용기 있고 희생정신 강한 사람들의 기여만 필요해하진 않는다, 시기에 따라 이기적이긴 해도 선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의 기여가 필요하기도 하다"며 "중요한 것은 마음먹었을 때 동시대 사람들에게 기여할 수 있는 용기, 쓸모 있는 사람이 되는 거, 개인의 행복함이다"고 대학생들에게 조언했다.

3월 중순 '후불제 민주주의'란 제목의 신간 출간을 앞두고 있는 유 전 장관은 책에 대해 "그냥 헌법에 대한 상식적인 이야기를 담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우리나라 헌법은 세계의 어느 국가의 헌법과 겨뤄도 뒤지지 않는다"며 "서방국가에서 내전이 일어나 수 만명이 죽고, 왕 목 잘라 죽이고 엄청난 유혈의 강을 건너 쟁취한 헌법을 그대로 카피Copy해 들여 온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 전 장관은 "투쟁 없이 여성 참정권이 있고, 인권이란 개념이 없던 시절에 '기본법'이 있게 됐고, 공장이 거의 없는데 '노동3권'이 있었다"며 "그러나 그런 대가 없이 들여온 헌법에 대한 할부금을 우리는 계속 내고 있다, 4.19나 5.18, 6월 항쟁이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을 우리 것으로 만들려면 후불로 할부금을 내야 하는 것이다"며 "요즘도 그 할부금이다"고 한국사회의 갈등과 진통을 진단했다. 유 전 장관이 앞서 낸 '대한민국 개조론'에 이어 시민사회의 변화와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한 책으로 보인다.

민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