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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청년’ MC몽

강산21 2009. 2. 27. 18:37

[톱스타 성공 키워드]‘열혈청년’ MC몽

2009 03/03   위클리경향 814호

MC몽은 막내 조연출부터 영향력 높은 편성 피디까지 대하는 태도가 비슷한 한결같은 연예인이다. <경향신문>
공교롭게도 글을 쓰는 중, MC몽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열애설을 고백한 탓에 인터넷 검색순위 1위를 차지했다. 끝까지 가면을 쓰려다가, 양심에 강력한 레드카드라도 받은 것일까.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그 사랑에 대한 관리부재의 책임을 뒤늦게라도 깨달은 그의 고백이 어쩐지 용감해 보였다. 달콤한 사랑의 연서라기보다 반성문에 가까운 글이었는데, 비록 사람들의 관심을 먹고사는 연예인이라 할지라도 사람들이 쳐다보는 눈 따위는 정말 신경쓰지 않겠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열애설 공개 문제는 남녀문제라기보다 전적으로 개인성에 따라 다른 이야기지만, 진짜 ‘소통’이란 상대방 면전에서 기분 좋게 구는 얄팍한 세련됨이 아니라 이렇듯 진심을 전달하는 것일 터. 그가 이제라도 자신의 소중한 삶의 한 부분과 소통하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그 글 또한 젊은 치기로 내뿜는 즉흥적인 과시가 아니라 오랜 시간 고뇌의 흔적이 있는 글이었다. 사는 동안 자신을 속이지 않겠노라는 선언문 같아 보였다. 본인의 말대로 ‘위험할지도 모를’ 그런 시도가 반가웠고 한편으로 응원해주고 싶었다.

무슨 문제든 우회전술이 아니라 정면승부하는 것, 그 스스로 오랜 동안 예능에서 보여준 MC몽 정신이란 게 이런 종류가 아닐까. 혹자는 뻔뻔하다고 또는 신중하지 못하다는 시선도 있지만 그렇다 한들 어떤가. 대탐험가가 말하길 “실패 자체가 두려운 게 아니라 실패가 두려워 도전하지 않는 게 더 두렵다”고 하지 않았나.

겉으로는 단순해 보여도, 속 깊은 사람
필자가 운동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노래 중 하나가 거북이와 MC몽의 노래다. 개인적으로 육신의 노폐물과 함께 영혼의 노폐물(?)을 빼기에 이만한 BGM(배경음악)이 없다고 생각한다. MC몽의 노래들은 하나같이 ‘걱정하지 마. 다 잘될 거야. 겁낼 것 없어. 금방 지나갈 거야’류의 기분 좋은 주문 같았다. 평소에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나와서 하는 일련의 행동을 보면 생각이 얕아 보이지만 그가 쓰는 노랫말, 그가 쓰는 글들을 보면 또 그 또래만의 깊은 번민을 안고 사는 젊은이가 아니던가.

얼마 전 MC몽과 절친한 홍진경씨를 인터뷰한 일이 있다. 연예인이 대중을 위해 자신을 캐릭터 안에 갇히게 하는 삶이 얼마나 고단한지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버스 안내원을 하며 ‘오라이’를 외쳐대던 모습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진지함과 내면의 깊이가 그녀에게서 묻어나왔다. 대뜸 MC몽 이야기를 꺼낸 것도 그녀였다. “MC몽 같은 친구들 만나봤어요? 사람들은 바보 같고 매번 당하는 그 친구의 모습만 기억하지만 실제로 만나면 얼마나 똑똑한데요. 생각도 무척 깊어요.”

진심으로 공감한다. 그리고 이해했다. 그들이 화면에서 웃고 떠들며 ‘퍼블릭 서비스’를 하는 동안, 연예계의 수많은 MC몽(들)은 그러한 일들을 받아들이면서도 다소 억울한 삶을 살아야 했다는 것을.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는 하지만 누구를 대하건 태도가 똑같은 사람이 좋다. 내가 경험한 MC몽은 막내 조연출에게도 영향력 높은 편성피디에게도 대하는 태도가 비슷했다. 그가 최고의 인기를 얻으면서 최근에는 함께 작업할 기회가 없었지만(변하지 않았으리라고 믿는다), 피플크루 시절 함께 장거리 촬영을 한 적이 있다.

수년 전, <체험 삶의현장>이라는 프로그램을 할 때였다. 집중호우로 도로가 끊기고, 삶의 터전을 잃은 경북 김천의 수해복구 현장에 동참하는 일이었다. 전날 감기몸살과 고열에 시달렸다는 MC몽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수차례 구토를 하며 힘들어했다. “어떻게 이런 모습으로 그 힘든 중노동을 할 수 있겠냐”며 담당작가인 나는 현장에서 발을 동동거렸다. 억지로 방송 촬영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취소할 수도 없어 난감하던 차였다.

헌신적인 열정, 초심 잃지 않기를
<1박 2일>의 고정 멤버가 되고 나서 그가 보여준 까나리 액젓 정신(!)은 MC몽이 걸어온 길을 대변했다. |MBC제공
하지만 제작진 누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MC몽은 무거운 짐들을 나르며 모든 이의 염려를 무색케 했다. 카메라 작동 여부와 상관없이 무너진 강둑에 모래주머니를 쌓아올리고 맨발로 뛰며 피해 주민들의 세간을 닦아내던 모습, 방송을 위해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수해복구에 동화되어 그들의 아픔을 닦아내는 모습이었다. 당시 인근 군부대에서 복구 현장에 대거 지원을 나와 있었는데, 촬영시간이 아닌데도 그들을 위해 즉석에서 경쾌한 랩과 함께 위문공연까지 자처한 MC몽. 정작 본인은 토할 정도로 아팠는데, 방송과 상관없이 헌신하는 모습을 보고, 참으로 흐뭇한 신인이라고 생각했더랬다.

요령을 모르는 태도는 인기를 얻어서도 마찬가지다. 한참 주목받기 시작한 MC몽을 아침토크쇼에서 취재한 동료 최화영 작가의 말을 옮겨본다. 양평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에서 그가 발을 씻을 잠시 동안의 여유도 없이 2박 3일간 춤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고, 그 열정에 놀랐다고 했다.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는지 새까맣게 변한 그 발을 지나칠 수가 없었노라고,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눈꺼풀이 반쯤 감기는 상태에서도 스태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귀를 여는 모습이 ‘너무 착한’ 남자였다고, 그 착한 면모가 변하지 않았으면 하노라고 당시의 인상을 전했다.

미친 듯이 열심히 하는 사람, 뒷일이 어떻게 되건 제작진의 몫으로 맡기고 맡은 역할 그 이상으로 ‘헌신’하는 사람. 너무 힘이 들어 연예계 생활을 그만두고 싶어 했고, 여러 번 도망치기도 했으나, 결국 정면승부하기 위해 다시 걸어온 맷집. 그 역시 한때는 예능 피디에게 “앞으로 나와 방송할 생각하지 마라”는 경고를 받기도 하는 등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강호동의 인도가 컸지만, <1박 2일>의 고정 멤버가 되고 나서 그가 보여준 까나리 액젓 정신(!)은 MC몽이 걸어온 길을 대변했다. 한 큐에 참고 마시는 그 무대포 정신을 보면서, 마치 철든 군대 이등병을 보는 기분이었다. ‘어차피 누군가 해야 할 궂은일, 험한 일이라면 내가 먼저 나서서 하고, 그 덕분에 남들이 즐겁다면 기꺼이 동네북이 되어주마. 그리고 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하게 고뇌하며 가장 광대스럽게 이 길을 걸어 나가겠다’는 그 결심을 MC몽의 표정에서 읽었다고 하면 호들갑일까. 신인 때 보고 느꼈던 그 고운 심성이 변치 않기를, 앞으로도 시간이 가도 초심을 잃지 않는, 용감무쌍한 방송인이 되길 바라며, 그의 성장통을 유쾌하게 지켜볼 참이다.

<남미영 방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