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카드

<열정세대〉참여연대 기획·김진아 외 지음 / 양철북

강산21 2009. 2. 24. 17:57

〈열정세대〉참여연대 기획·김진아 외 지음 /양철북·9800원

인권운동을 하는 따이루는 가출한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따이루는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인권운동을 하려고 집을 나왔다. “가출하고 나서 나는 진짜 미래 계획을 세울 수 있었어. 전에는 희미하게 보이던 미래가 조금씩 명확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아마도 내 인생이 진짜 내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인 것 같아.”

학교 밖에서 그는 서울 신림동 순대타운에서 알바를 하며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싸장님’ 혼쭐을 내주기도 하고, 학교에서는 두발 규제, 체벌, 소지품 검사에 맞선다.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하는 ‘좀비’로 살면 편하기야 하겠지만 ‘진짜 사람’은 아니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좀비가 되지 않으려면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의문을 갖고, 무언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 때 행동하라고 당부한다.

물론 집 나와 하는 생활은 무척이나 고생스럽다. 주위의 따가운 시선도 만만치 않다. 그는 집과 학교에서 억압당하기만 하는 청소년들이 집을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나 청소년이 집을 나와서 정당하게 노동하고 돈을 벌 수 없고 지낼 곳도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외면한 채 우리 사회가 ‘가출 청소년=범죄의 온상’이라는 딱지를 붙인다고 비판한다.

청소년 따이루의 이야기 뒤에는 ‘어른’의 글이 붙어 있다. 인권교육센터 ‘들’ 상임활동가 배경내씨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 자기를 귀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내일이 되면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으로 ‘지금’을 포기하는 한 우리가 원하는 변화는 결코 오지 않는다”고 다시 한 번 되뇐다.

<열정세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시위에 자발적으로 나선 십대의 정체성을 탐구하고자 참여연대가 기획한 책이다. 학생자치, 인권, 성, 생태 등 열 가지 분야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활동하는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싣고, 같은 분야에서 활동하는 선배들의 글을 덧붙였다. 어른들의 판단과 지시를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청소년들의 팔딱이는 힘이 고스란히 담겼다.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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