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포스코·KT 등 영입.. 기업 '방패막이' 활용 논란
대기업들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 측근을 사외이사로 대거 영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춰 기업경영 전반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해야 할 사외이사가 기업의 '방패막이'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거세게 일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다음달 13일 주총에서 MB측근인 김상희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할 계획이다.
김 변호사는 지난 1993년 대검찰청 기획과장, 1999년 서울 고등검찰청 검사장, 2004년 법무부 차관을 거쳐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 당선 후 '이명박 특검법'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제기한 소송 대리인으로, 현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 후보 등으로도 거론된 바 있다.
LG전자측은 이에 대해 "법조에서 오랜 경험을 지닌 인물을 추천한 것으로, 정치적 배경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현대제철도 다음달 13일 주총에서 오정석 서울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오 교수는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의 사위로, 오명 건국대 총장의 아들이기도 하다.
오 교수는 특히 1970년생의 젊은 이사 후보로, 다른 사외이사들과 20년 가까이 차이가 난다는 게 이색적이다. 오 교수와 함께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된 전형수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과 김상대 고려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각각 1953년, 1949년생이다. 전 변호사와 김 교수는 현재 현대제철 사외이사로 이번에 임기 만료로 재추천 됐다.
포스코, KT, KT&G등 민영화된 공기업 역시 이번 주총에서 이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을 사외이사로 대거 영입한다.
오는 27일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인 포스코는 MB 간판인사인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와 김병희 전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을 사외이사로 모실 계획이다.
유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 후보 정책자문단 출신으로 현 정부 출범 후 ' 대한민국 건국60년기념사업위원회' 민간위원으로 맡은 경력이 있으며 김병기 전 재정부 기획관리실장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KT도 다음달 6일 주총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후에너지변화 태스크포스팀장을 맡았던 허증수 경북대 교수와 이명박 정부 첫 여성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낙마한 이춘호 인하대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밖에 KT&G가 사외이사 후보로 올린 김원용 이화여대 교수 역시 지난 대선 당시 전략홍보기획조정회의 일원으로 일하며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익명을 요청한 재계 관계자는 "사외이사제가 경영진의 독단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정치색과 무관하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사외이사의 경우 특히 정권을 염두에 둔 코드 인사의 유혹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원식 금융감독원 부국장은 "사실 사외이사들이 겸업을 하거나 독립성에도 문제를 보이는 등 불완전한 점들이 많이 발견된다"며 "사외이사 선정을 엄격하게 하는 한편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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