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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빼기 마케팅’은 MB 탓?

강산21 2009. 2. 18. 17:35

‘한나라당 빼기 마케팅’은 MB 탓?
편집국장 고 하 승
최근 <시민일보>는 수도권 지역 국회의원들의 의정보고서 내용을 연재 형식으로 잇달아 보도하고 있다.

이미 서울지역구 출신들의 의정보고서는 모두 소개를 마쳤고, 현재는 경기.인천 지역구 의원들의 의정보고서 내용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현상을 발견하게 됐다.

표지에 당연히 들어 있어야할 소속 정당명을 표기하지 않은 의정보고서가 상당수 눈에 띄었다.

물론 표지는 아니더라도 보고서 중간이나 뒷면에 어느 정당 소속 의원이라는 사실을 작은 글씨로 소개하고는 있다.

하지만 예전 같으면 대문짝만 글씨로 당당하게 소속 정당을 밝혔을 것이라는 점에서 의외다.

특히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에게서 그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과거 참여정부 후반기에 각종 재·보궐 선거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들이 당명과 당상징색(노랑)을 감춘 것과 유사한 현상이 이번에는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에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즉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 사이에서 이른바 ‘한나라당 빼기마케팅’이 성행하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 서울 서대문을 지역구 출신 정두언 의원 등 상당수의 의원들이 표지에 당명을 표기하지 않았다.

심지어 한나라당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정몽준 의원은 물론 차기 서울시장 후보를 염두에 두고 있는 권영세 의원도 표지에서 당명을 뺐다.

또 차기 경기도지사를 꿈꾸는 것으로 알려진 남경필 의원과 친이 차명진,심재철 의원 등도 표지에 당명을 기입하지 않았다.

이외에도 일일이 다 열거 하기 어려울만큼 많다.

반면 민주당은 표지에 당명을 기입하지 않은 의원들이 몇 명 안 된다.

사실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에게 나타난 ‘빼기마케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9총선 당시에도 한나라당 출마자들 사이에서는 ‘이명박 빼기마케팅’이 경쟁적으로 벌어졌었다.

특히, 수도권에서 상대 후보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들을 중심으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었다.

서울 마포갑에 출마한 강승규 전 인수위 부대변인은 당초 홍보 현수막에 ‘마포 MB(이명박)’라는 글자를 넣어 부각시켰지만 3월 중순 선거사무소를 옮기면서 다시 내건 현수막엔 이 문구를 빼 버렸었다.

광진을에 출마한 박명환 후보는 아예 명함을 바꿔버렸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팬 클럽인 ‘MB연대’ 대표를 지낸 그는 당초 ‘새로운 출발, 이명박, 박명환과 함께’라고 적힌 명함을 돌렸지만 바뀐 명함엔 ‘이명박’이라는 글귀가 사라져 버렸었다.

서울 성동갑 진수희 후보 역시 애초 현수막에는 ‘이명박 컨셉’이라는 간판 구호를 넣었으나 나중에는 ‘이명박’이라는 글귀를 빼고, 완전히 다른 구호로 바꿔치기 해 버렸었다.

아마도 ‘이명박’이라는 이름이 선거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자신의 표만 갉아먹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한나라당 빼기마케팅’을 하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일지 모른다.

즉 ‘이명박 빼기마케팅’이나 ‘한나라당 빼기마케팅’이 성행하는 것은 모두 ‘MB 탓’이라는 말이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20%대에 불과하다. 장장 8개월째다.

회생 가망이라도 엿보이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국민 10명중 6명이 다시 투표하면 결코 이명박을 찍지 않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가하면, 지난 대선 때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고 밝힌 응답자 가운데서도 절반 이상이 다시는 그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반면 이명박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자는 겨우 두 명을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명을 의정보고서에 큼직하게 박아 넣는 게 2011년 총선에 출마할 사람들의 득표에 도움이 될 리 만무하다.

그래서 과거 ‘이명박 빼기’를 시도했던 것처럼, ‘한나라당 빼기’를 시도하는 것이라면, 참으로 불쌍한 사람들이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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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2-18 1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