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현실그대로

미국에서 본 어떤 민영화의 폐해

강산21 2009. 2. 17. 14:52

미국에서 본 어떤 민영화의 폐해
 - 민영화와 사이버 모욕죄에 대한 단상

(서프라이즈 / Crete / 2009-02-17)


다음은 뉴욕타임즈 2/12/09(목)의 한 기사 제목입니다.

돈을 벌 목적으로 청소년들을 감방으로 보낸 판사, 유죄를 인정하다. (Judges Plead Guilty in Scheme to Jail Youths for Profit. 출처☜)

간단히 사건의 개요를 말씀드리자면, 우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커나핸(Conahan)과 쉬바렐래(Ciavarella)라는 판사 둘이서 십대 청소년들을 대규모로 소년원(youth detention center)으로 보내 버린 사건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아래 사진이 희생자 중에 한 사람인 힐러리의 모습입니다.

 (사진 출처☜, Niko J. Kallianiotis for The New York Times)

힐러리 같은 경우 자신의 홈피에다가 교감 선생님을 풍자하는 글을 올렸다는 죄목으로 잡혀와서 판사 앞에 섰죠. 이 사건이 있기 전까지 꽤나 모범생이었던 그에게 판사는 3개월간 소년원에 수감될 것을 판결해 버렸습니다. 죄명은 모욕죄(harassment).

현재 한나라당에서 추진하는 사이버 모욕죄의 실사판이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아무튼 부모가 보는 앞에서 3개월 징역형을 선고받고는 법정에서 바로 손에 수갑이 채워진 채 끌려갔습니다. 힐러리가 17살이던 2007년 벌어진 일이죠. 아무리 상식이 안드로메다로 가버린 보수적인 분들이 보시더라도 ‘이건 좀 아니다!’ 싶을 정도의 과한 판결이었습니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할 사춘기 시기에 저런 일을 겪었다면… 또 그걸 옆에서 부모가 보고 있는 상황이라면… 부모나 해당 자녀, 둘 다 모두 지우기 힘든 상처로 남았을 겁니다.

아무튼…

앞서 말씀드린 두 판사, 즉 커나핸과 슈바렐래는 다른 평균적인 판사들이 대략 10% 정도의 피고만 소년원에 보내는 대신에 대략 25% 정도의 비율로 피고들을 소년원에 보내 버립니다. 또 검사나 보호 관찰자들이 정상참작을 요청해도 무시하기 일쑤였다고 합니다. 이 두 판사가 2002~2006년까지 소년원으로 보내 버린 사람이 5천여 명이나 됩니다. 대단한 양반들이죠. 일단 이 양반들 얼굴이나 한번 보시죠. 왼쪽이 커나핸, 오른쪽이 쉬바랠레. 생긴 건 멀쩡한데… 쩝.

 (Crete 편집, 자료 인용☜ from David Kidwell /Associated Press)

그럼 왜 이 두 판사가 이렇게 강경한 판결을 밥 먹듯이 했느냐?

이 부분이 황당한 노릇인데, 이 두 판사가 청소년들을 보내 버린 소년원은 국가가 운영하는 곳이 아니고, 펜실베이니아 아동 보호소(PA Child Care)라는 민간 회사가 운영하는 민영 소년원입니다. 즉 법원에서 청소년들에게 징역형을 때려 버리면 이 민영 소년원에 수감되는데, 머리 숫자에 따라 정부에서 보조금이 나오는 형태죠. 무슨 말이냐 하면, 소년원으로 많은 청소년들을 보낼수록 이 민영 소년원은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말씀입니다.

이번에 이 두 명의 판사가 잡힌 것도 지난 5년간 이 민영 소년원에서 자그마치 2백60만 달러(35억원)나, 자기들에게 많은 청소년들을 보내 준 것에 대한 답례비(kickbacks)가 이들 판사에게 지불되는 과정에서 두 판사가 소득세를 제대로 납부하지 않은 것(-.-;;)이 발단이 된 것이죠.

열 받으시죠? 사실 제 아이들도 조만간 하이틴이 될 텐데, 저런 부패한 판사들이 주변에 있다고 생각하면 끔찍할 노릇이죠. 부모입장에서 저 두 명의 판사가 좀 엄정하게 죗값을 치르면 좋겠는데, 아마도 많이 받아봐야 80개월 정도라고 하네요.

사실 예전 같으면 정부에서 운영했을 소년원을 민영화한 이유는 경비 절감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자본의 생리랄까? 어떤 제도가 만들어지면 그 제도 안에서 최대한의 수익을 내려고 하는 것이 자본의 특성인데, 저렇게 더 많은 죄수가 몰려 올수록 감방을 운영하는 회사가 번창하는 제도하에서는 저런 식으로 민영화된 감방과 판사들의 검은 뒷거래가 말썽이 될 소지가 아주 많겠죠.

하기사 이번에 저렇게 문제가 생기기는 했지만, 누군가 엄격하게 저 과정을 관리 감독하고 또 운영이 투명하게 이루어진다면야, 굳이 민영화를 나쁘게 볼 이유만은 없기는 할 테지만… 또 결과물이 긍정적이라면 더욱 더 말이죠.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이명박 정부가 등장하고서 소위 ‘실용주의’를 앞세우면서 밀어붙인 몇 가지 일들이 있죠? 가령 최근에 mbc 민영화를 밀어붙이려고 하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을 보면서 더 굳어진 생각인데…

기존에 이명박 정부가 자기 사람들을 심어버린 KBS와 YTN의 경우를 보면, 정부 입김이 들어간 뒤로 이 두 매체가 얼마나 힘이 없어졌는지 아마도 보수적인 분들도 다 동감하실 겁니다. 뭐 날카로움이 좀 덜해지는 정도야 봐 줄 수 있을 것 같지만, 이건 완전히 5공 시절의 뉴스를 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 퇴행하는 모습을 보며… 다음과 같은 확신이 드네요.

민영화라는 것이 운영을 잘하고 또 주변에 관리 감독이 잘 이루어질 제도적 장치들이 완비된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지금 정권을 잡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지난 몇 개월간 KBS와 YTN을 통해 보여준 모습을 보면 솔직히 긍정적인 미래보다는 부정적인 결과가 산더미처럼 쌓일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오늘 소개해 드린 펜실베이니아주의 저 민영 소년원의 예를 보듯이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시장경제 시스템이 과연 언론이나 교정행정 같은 공익적 성격이 강한 분야에까지 진입하는 것이 과연 옳은 지에 대해 저는 아주 회의적이라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애들 키우는 부모입장에서 저런 심란한 뉴스를 보며, 조국에서 소위 정부 여당이란 집단이 추진하는 ‘사이버 모욕죄’와 ‘각종 국영 기업 민영화’에 대한 우려를 금할 길이 없어 한자 적어 보았습니다.

사족: 이번 교도소의 민영화 문제를 가지고 언론사 민영화를 우려한 이번 포스팅이 보수적인 분들의 심기를 많이 상하게 한 것 같습니다. 오늘 포스팅에서 제가 거론한 문제는 교도소 민영화의 문제라기보다는 두 판사의 개인적 윤리 문제라는 지적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교도소 민영화에 대해서는 이미 건국대학교 법대의 이승호님께서 쓰신 교도소 민영화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이 있습니다. 이 논문에 보시면 이런 부분이 있죠.

“수인 확보가 영업성공의 중요한 관건임으로 로비를 통해서라도 끊임없이 수인의 수를 늘려가게 되어 있다는 것

즉 민영화된 교도소가 가지는 부패 메커니즘이 있다는 연구 결과입니다. 보수적인 분들도 속이 답답하시겠지만, 더 이상 이 문제로 딴지를 걸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 Cre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