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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마저 자충수라니..촛불 도화선에 불 붙인 꼴

강산21 2009. 1. 17. 16:40

KBS마저 자충수라니..촛불 도화선에 불 붙인 꼴

중징계는 잠자는 KBS 노동자들을 반정부투쟁의 장으로 불러 들인 惡手

김태일, info@humanpos.kr

등록일: 2009-01-17 오전 2:53:57


파면
양승동 PD (KBS 사원행동 대표. 前 PD협회장)
김현석 기자 (KBS 사원행동 대변인, 前 기자협회장)
해임 - 성재호 기자
정직 3개월 - 이준화 PD, 이상협 아나운서
감봉 6개월 - 이도영 경영협회장, 복진선 행정직사원
감봉 3개월 - 박승규 기자 (KBS 전 노조위원장)

* 파면 : 직무나 직업을 그만두게 함.
* 해임 : 어떤 지위나 맡은 임무를 그만두게 함.
대부분의 기자들이 주말을 준비하는 금요일 밤, KBS는 언론노동자 8명을 파면, 해임, 정직, 감봉하는 대량 중징계 단행했다. 방송사답게 언론 취약시간을 절묘하게 맞춰냈다.

지난해 이병순 KBS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KBS 이사회와 정면충돌한 노동자들은 인사조치 할 때도 한밤중에 인사통보를 내렸다. 이번이 두 번째다. 무슨 일을 밤에만 하는가.

잠자는 KBS 노동자들의 코털을 뽑았다. 어찌 감당하려고 이러나

이번 중징계 결정을 이병순 사장 스스로 내린 결론이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가 KBS 사장이 될 때부터 정권의 청부 사장, 대리 사장, 꼭두각시 사장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그는 그 비판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사장이 되자마자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KBS 노동자들을 인사 조치했다. 이번 중징계는 그 작업의 마침표를 찍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일은 파국의 시작이자 잠자는 5천 KBS 노동자의 코털을 제대로 뽑아버린 일대 사건이다. 그동안 KBS 노조는 이렇다 할 투쟁을 하지 않았다. 느낀 대로 말하자면 사측과의 충돌을 애써 피하려 했다. 그 이유가 정권과의 교감이든 눈치 보기든 간에 몸을 사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중징계로 상황은 급반전 될 것으로 보인다. KBS 노동자들이 90년 4월 투쟁 이후 보수화 되고 노령화 되었다고 하지만 동료들의 목이 잘려 나간 이번 일은 KBS 노동자들의 자존심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기름에 불을 지른 양상으로 번져 나갈 공산이 크다.

또한 새로 들어선 12대 노조가 KBS 노동자들의 단결과 화합을 위해 60여 표 차이로 떨어진 경쟁자들과 통합노조를 건설하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전, 현직 노조 간부들이 포함된 이번 중징계는 예전과 달리 노조의 강력한 투쟁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중징계는 KBS 노동자들을 반정부투쟁의 장으로 불러들인 자충수

지금 정국은 대충돌 초읽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야당과 언론노조는 방송법 개악저지 투쟁을 위해 총력저지, 총파업의 깃발을 들고 있고,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 구속으로 인해 표현의 자유가 억압 받고 있다며 세상이 온통 들썩거리고 있다.

이 상황에 투쟁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여 왔던 방송의 맏형격인 KBS 노조와 노동자들이 팔을 걷고 투쟁의 대열로 나온다면 정부여당이 강행하려는 2월 입법전쟁은 그야말로 국회를 뛰어 넘어 정부와 국민간의 대충돌 양상으로 확산되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정권과 이병순 KBS 사장이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뽑고 사자를 우리 밖으로 끄집어 낸 꼴이다. 검찰이 네티즌 대부분의 공분을 사는 자충수를 두었다면 KBS 이병순 사장은 노동자 몇 명을 손 본 것이 아니라 언론노동자와 국민의 공분을 사는 자충수를 둔 것이다.

KBS 대량 중징계는 제2의 촛불을 타오르게 하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2월이 되면 언론노조의 2차 총파업이 예고되어 있고, 국회의 입법전쟁 2라운드도 1월보다 더 격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다 교직원 해고와 YTN 기자 해고 사태, 미네르바 구속 사태 등으로 민심이반이 가속화 되고 있는 가운데 KBS PD와 기자들의 파면, 해임 사태까지 보태져 대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신태섭 동의대 교수해임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오면서 신태섭 KBS 前 이사의 해임과 정연주 KBS 前 사장의 해임과정의 부당성이 속속 알려지고 있기 때문에 KBS는 그야말로 전 국민적 공분의 도화선 역할을 할 공산이 커지고 있다.

건너지 말아야 강을 건넜고 넘지 말아야 선을 넘어 버린 셈이다. 수면 아래로 내려가 있던 촛불은 언제냐 만 남았을 뿐, 폭발직전이다.

도대체 국민의 언로, 언론의 자유를 막아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되묻기 시작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폭발하는 순간 그 위력은 2008년 촛불을 능가하는 메가톤급 폭풍이 될 것이다.

2009년 1월, 대한민국은 폭풍 속으로 달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