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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안 되는 '청와대의 물품구입 논란 해명'

강산21 2008. 12. 4. 21:11

해석 안 되는 '청와대의 물품구입 논란 해명'

14억 물품구입 논란에 청와대가 해명글 올리며 진화에 나섰지만

김태일, info@humanpos.kr

등록일: 2008-12-04 오전 8:10:53

 
얼마 전 청와대가 7개월 동안 물품구입비로 14억 썼다는 보도로 인해 한동안 시끌시끌 했었다. 경제도 어려운데 무슨 고가물품을 사들였냐는 것이다. 네티즌 역시 블로그를 통해 청와대 반성론이 대세를 이뤘다.

이 같은 비판이 날로 더해지자 청와대가 작심하고 3일 오후 3시경에 ‘푸른팔작지붕아래’라는 이름의 청와대 블로그에 ‘청와대 물품구입 펑펑 논란, 사실은...’이란 제목으로 해명글을 올려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대체적인 분위기가 청와대 마음과는 반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한마디로 말해 안하니 만 못한 해명글이라는 평가다.

이번에도 오해라구요? 물품내역과 영수증 보여주세요!

청와대는 해명글 첫머리에 노무현 정부 출범한 2003년 보다 45% 수준의 적은 비용을 들여 물품 구입했다고 밝히면서 언론에 보도된 구입 품명이 구매사유 없이 보도되어 생긴 오해라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문제 되었던 몇 가지 항목의 예를 들었다.

야외용 파라솔 -> 하절기 청와대 관람객용 차양막
커피메이커 -> 국무회의 등 주요회의시 셀프서비스 용 커피메이커
소형컴퓨터 -> 청와대 업무망용 서버셋트
파라솔 -> 청와대 출입기자용 휴식시설

등등의 구매 사유를 들어 불필요한 것을 구입한 것이 아니니 오해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차라리 물품내역과 영수증을 보여 달라” “아직도 노무현 까냐?” “청와대에 방송용 카메라가 왜 필요하냐” “커피는 셀프라면서 커피메이커는 왜 샀냐” “차라리 커피메이커 대여해라” “웹서버 사양 불러 달라. 견적 비교하겠다” 등의 댓글을 올리며 청와대가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며 더욱 거센 항의를 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청와대가 해명글을 올린 뒤 7개월, 14억에 관련하여 인터넷에 글을 올린 블로그를 일일이 찾아 트래백을 걸어 많은 네티즌들이 트래백을 따라 청와대 블로그로 찾아왔다는 것이다. 찾아 와보니 ‘해명’이 아니라 ‘대충설명’이 지나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 것이다.

해석하기 너무 힘든 청와대 해명

해명글이 다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와중에 뭔가 해석이 잘 안 되는 것이 있었다.

 
▲ 해명글 중에서 커피메이커에 대한 부분 
ⓒ 청와대 블로그

커피메이커는 “취임 초 장관도 대통령도 커피는 셀프서비스”로 바꾸면서 구입했다고 밝히고 친절하게 기사 링크까지 걸어 두어서 링크를 따라 가봤다. 그런데 링크에 걸린 기사를 봤지만 도무지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기사 내용은 커피믹스, 생수, 물 끓이는 것으로 보이는 커피포트 등이 보이는 테이블 앞에서 차를 마시는 국무위원들 사진이 나온 쿠키뉴스 기사 였다.

 
▲ 청와대 해명글에 링크 걸린 쿠키뉴스 사진 

어~ 이게 뭐지....한참 동안 머릿속이 뒤죽박죽되었다.

커피믹스로 타 먹는데 커피메이커가 왜 필요하지?
커피믹스도 타 먹고 커피메이커로 원두커피도 먹었다는 건가?
커피믹스로 알아서 커피 타 먹었다고 칭찬이 자자했는데 158만 원짜리 커피메이커는 왜 산거지?

그래서 말이 안 되니 맞춰라도 봐야겠다 싶어 노무현 정부의 셀프커피와 이명박 정부의 셀프커피에 대해 내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1시간도 안되어 싱겁게 결론이 났다. 아래 사진을 보자

 

위쪽 사진은 노무현 정부의 국무회의 셀프커피 모습이고 아래쪽 사진은 이명박 정부의 국무회의 셀프커피 모습이다. 위쪽이나 아래쪽이나 똑같은 것이 보인다. 바로 커피포트다. 뜨거운 물 받아서 커피 타 먹는 커피포트 말이다.

청와대 커피메이커 관련 해명의 결론은?

처음에는 셀프커피를 커피믹스로 타 먹었는데 불편하기 그지없어서 고급 커피메이커로 바꿨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즉 “커피포트로 커피믹스 타 먹다가 커피메이커로 바꿨다”쯤 되겠다.

참 쉬운 말을 두고 어렵게 말을 하니 허구헌 날 오해라는 말이 나오는 것 아닐까 싶다. 그냥 커피믹스로 타 먹는 것이 불편해서 아래 사진과 같이 시중에 나오는 업소용 대용량 커피메이커와 비슷한 것으로(사실 비슷한지 완전히 다른 것인지는 모르지만) 바꿨다고 쓰면 될 것을 빙빙 돌려서 말하니까 소통이 될 리가 있나.

 
▲ 시중가 159만 원대 업소용, 회의용 커피메이커 - 이미지는 청와대 구입물품과 다를 수 있습니다. 비슷한 가격대의 시중 제품입니다.

사실 커피를 직접 타 마셨다는 것 자체로 한때 논란이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무회의를 하면서 커피를 직접 타 마실 때는 어느 언론도 말하지 않다가 이명박 대통령이 “커피는 셀프”라고 하니 무슨 대단한 일 인양 언론이 대서특필하면서 논란이 야기된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이번 청와대의 해명은 글 쓴 네티즌들을 일일이 찾아서 트래백을 달 정성만큼 왜 자료를 소상히 못 밝히는 것일까 하는 의문만 남긴 채 다시 논란속에 휩싸고 있다.

(그런데 청와대 직원들이 네티즌 블로그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트래백 거는 것이 정상적인 업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