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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평준화, 어떻게 결정되는지 아시나요?

강산21 2008. 12. 16. 12:45

고교평준화, 어떻게 결정되는지 아시나요?

[교육현안토론②] 지역 교육현안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다

강찬호, 광명시민신문

등록일: 2008-12-15 오후 5: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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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현장에 느끼는 교육현실의 문제와 대안은 무엇일까. 경기도 광명시에서 지난 11월 14일 열린 교육관련 토론회를 통해 시의원, 교사, 학부모, 시민단체 등이 느끼는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겠습니다.

이번 교육현안토론은 광명시민신문과 참여시민네트워크에 의해 준비되었으며 광명시민신문에 게제된 내용을 받아 3회에 나눠 커널뉴스에 게재합니다.

<연재순서>

교육현안토론① - 학교급식문제
교육현안토론② - 고교평준화
교육현안토론③ - 교원평가제


지난 14일(금) 오후 6시 광명시평생학습원 회의실에서 교육을 주제로 광명시민신문과 참여시민네트워크가 좌담회를 진행했다. 참여시민네트워크 김성현 대표 사회로 양두영 전교조 광명지회 지회장, 문현수 시의원, 이연숙 큰나무학교협동조합 조합장, 남혜정 학부모가 참석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좌담회에서는 크게 학교급식에 대한 문제, 고교평준화 문제, 교원평가제 문제가 거론됐다. 경기도교육감 선거의 중요성도 거론됐다.

 
▲ 참여시민네트워크 김성현 대표의 사회로 4명의 패널이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 사진 왼쪽부터 이연숙 큰나무학교 조합장, 문현수 시의원, 김성현 참여시민네트워크 대표, 양두영 전교조 지회장, 남혜정 학부모

교육현안토론② - 고교평준화

지난 14일 진행된 교육좌담회 두 번째 주제는 자연스럽게 고교평준화 문제로 이어졌다. 문현수 시의원은 5대 의회 들어가고서 바로 평준화 문제를 위해 결의한 채택 등의 노력을 했지만 어려웠다며 현실의 벽을 호소했다. 자치단체장이 교육관련 예산을 통해 도 교육감을 압박하는 방법도 있다며 문제는 단체장의 의지이자 마인드라고 지적했다.

양두영 지회장은 포항시의 경우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평준화를 이뤄내는 과정이 있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평준화 문제에 대해 학력의 문제만이 아닌 먹거리와 인성, 태도 등 종합적인 차원에서 평준화 문제에 대해 접근해야 한다며 평준화 제도의 우월성을 주장했다.

이연숙 조합장은 초등학교 과정에서 정상아동과 장애아동과 통합교육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지만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고교 입시 문제로 통합교육이 왜곡되고 있다며 비평준화의 비인간성 문제를 언급했다. 광명시에 거주하고 있다는 이유로 교육문제와 함께 비평준화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남혜정씨도 직접 자녀들을 키우면서 중학교 시절 아이들이 제대로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며 고교 입시 현실을 토로했고 그러한 폐해들이 나오고 있다며 우려했다.

이연숙 : 지역의 이해관계, 평준화 문제가 걸려있어 경기도 교육감 선거는 서울 부모들 같지 않을 것이라 판단이 서는데...평준화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요.

사회자 : 자연스럽게 넘어가도록 하지요.

 
▲ 문현수 광명 시의원 
문현수 : 당원은 교육감 선거운동에 참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암묵적으로 다 한 것 아닌가하는 생각입니다. 광명은 평준화 하겠다는 교육감과 그렇지 않은 교육감으로 결정이 난다고 봐야지요.

이연숙 : 평준화는 교육감의 권한이지만 시민들의 자치활동, 시의회, 시장, 국회의원들, 지역교육청 관계자들이 자치 차원에서 해결할 수는 없나요.

사회자 : 우리 권한이 아니므로 최종 권한이 없어서. 그동안 여러 경로로 요청해보았지만 별 성과가 없었어요. 안 먹히는 암담함만 느꼈다고 할까요.

문현수 : 각 자치단체장이 교육관련 예산편성권 있는데 만약 광명시가 6,70억원을 지원하지 않으면 교육청이 부담해야 하는데 도 교육감이 부담을 느끼게 되죠. 따라서 예산권으로 무기 삼아 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할 수도 있는데...시장의 마인드가 어떤가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평준화 인정하고 덤비면 될 수도 있는데.

양두영 : 고교평준화시민연대에서 여러 차례 주장한 내용입니다. 경기도가 과밀학급이 가장 많습니다. 시장의 권한 통해 해결하는 방법, 시의회 결의안 등을 요구했습니다. 직접적인 권한이 없지만 광명시민들의 바람을 시장은 교육감에게 영향력 있게 전달할 수 있음에도...결국 시장의 교육 마인드, 철학의 문제라고 봅니다.

 
▲ 사회를 맡은 김성현 참여시민네트워크 대표 
사회자 : 또 암담해집니다. 교육감, 자치단체장의 마인드로 귀결되니 답답합니다.

문현수 : 의회 들어가자마자 첫 시정질문으로 평준화 문제를 거론했습니다. 평준화가 적합한 것인지 아닌지 타당성 조사라도 해보자고 주장했습니다. 결의안도 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런데 안 했습니다.

양두영 : 좋은 말씀입니다. 그런데 포항시의 경우 2007년인가 3천만원 예산을 편성해서 추진한 사례가 있습니다. 따라서 시의회 차원에서 촉구할 수도 있습니다. 평준화 못 미덥다면 평준화와 비평준화에 대해 사전 조사를 통해 무엇이 더 적합한지 타당성 조사라도 해보자는 것입니다. 이것은 아집이 아닙니다. 평준화론자나 비평준화론자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합니다. 그런데도 되지 않았습니다. 아쉽습니다.

문현수 : 경기도 교육감이 사전 타당성 조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해서 하지 못한 것이라고 당시에 이 시장이 예산 편성 거부의 이유로 거론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남혜정 : 학부모 입장에서 비평준화 문제는 매우 심각합니다. 혹시 학부모 의식에서 비평준화가 오히려 좋다라는 식의 의식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시험 보는 날 외부에서 버스 대절해서 오고, 외부에서 진학하는 경우 많아 광명시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외부로 나가야 하는 상황도 있습니다.

이연숙 : 시흥 지역의 경우 평준화 문제가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느낌입니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그 지역은 고등학교 서열화가 광명지역처럼 심하지 않아 덜 느끼는 것 같습니다.

평준화 가장 필요한 것은 중학교 아이들에게 입시병 같은 것이 없도록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중1,2인데, 책 읽을 시간도 아이들에게 없어 보입니다.

남혜정 : 중학교 들어가면 인성교육은 뒤로하고 학습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중학교에서 책 안 읽은 것이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게 됩니다. 중학교 때 자기주도적인 학습이 중요한 시기인데 결국 그것을 못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고, 장기적으로 아이 미래에서도 마이너스입니다.

 
▲ 이연숙 큰나무학교협동조합 조합장 
이연숙 : 특수학급학부모로서 통합교육을 6년 동안 아이들과 잘하고 있는데 중학교만 가면 아이들이 분리가 돼 매우 안타깝습니다. 서울 평준화 지역은 그래도 덜 한 것 같습니다. 교실공동체에서 여러 형태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은데, 그 안에서 관계 맺는 것이 다양할텐데 중학교만 가면 특수학급 아이들이 소외되게 됩니다. 통합교육이 정상 아이들에게도 훨씬 좋은 것이고 교실 안에서 문제해결 능력도 더 좋아진다고 봅니다.

그런데 (고교입시 중심의) 교육 풍토 때문에 어렵습니다. 시험을 수도 없이 보고 일제고사 봐서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고, 수행평가 시 따로 가서 시험보고 그러는데....평준화가 절실합니다. 장애, 비장애 학생들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통합교육 차원에서 매우 필요합니다. 멀리보고 깊게 볼 수 있는 관계가 필요합니다. 입시지옥에서 떨쳐내야 합니다.

오늘 국회 앞에서 특수학급 교사 확보를 위한 시위에 참여하고 왔습니다. 특수교육법을 4년 동안 싸워서 얻은 것인데 시행령에서 특수학급이 배제되고 정부주도로 시행령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러 문제 중에서 학생 수 대비 교사 배정 문제로 초중고 4, 6, 7명을 확보하도록 해야 하는데 현재는 12명당 1명입니다. 1천명에서 3천명 정도 특수학급 교사를 추가로 확보해야 교육의 질이 담보되는데 이명박 정부에서 공무원 정원을 동결해 그 파장이 미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나마 정교사가 많지 않고 계약직 교사로 배치됩니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되면 특수학급교사를 해임하게 됩니다. 계약직이기 때문입니다. 신분불안정 문제가 있습니다. 계약직으로 혹은 비전공자를 특수교사로 임명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특수교육전공학생들, 특수학급학부모회 학부모들이 모여 특수교사 특별채용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시위 현장도 살벌해졌습니다. 인도에서 집회를 한 것인데도 시위 인원보다 몇 배 많은 공권력이 투입되었습니다. 정상이 아닙니다.

 
▲ 양두영 전교조 광명지회장 (현직교사) 
양두영 : 평준화를 논의할 때 평준화는 공부 못하는 아이들에게 유리하고, 비평준화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에게 유리한 제도 인 것으로 빠지면 상당히 힘들다고 봅니다. 대체로 오피니언 리더들이 상류층에 속해있고, 결정이 그런 방식으로 흘러 버립니다.

저의 경우 광명북고에서 5년 근무 후 자원해서 소하고로 지원했습니다. 잘하는 아이들도 가르쳐보고, 학업능력 떨어지는 아이들도 가르쳐보고 싶어서입니다. 평준화에 대해 찬반을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반반정도로 나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 중학교에서 자신감을 갖고 왔다가 줄 세우기에 패배감을 맞봐서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균형 잡힌 아이들도 많습니다. 졸부 스타일 아니고 패거리로 성장할 것이냐 아니면 각 분야에서 균형 잡힌 아이로 성장할 것이냐가 관건인데 아이들은 오히려 건강한 모습입니다. 반면 부모가 안 그런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평준화 문제는 학습만이 아니라 인성이나 태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봅니다. 몇 시간 공부했냐보다 먹거리, 태도, 인성 등이 학습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차별이 아닌 평준화가 돼야 하는데 비평준화는 이미 차별입니다. 예를 들어 단맛도 있고, 짠맛도 있어야 하는데 비평준화제도는 편중되고 차별적입니다. 다양하게 어우러져야 하는 것인데 그것이 평준화의 이점인데....정당하게 의사를 표출하는 방법 등 생활 속에서 다양하게 표출되는 것이므로 학습에만 치중해서 평준화 문제를 접근하지 않아야 한다고 봅니다.

특정 상위그룹 학교의 입시성적도 썩 좋지 않습니다. 저의 경우 서울 근교 비평준화지역에서 고교를 나왔는데 그 학교의 입시성적이 광명북고나 진성고와 비슷합니다. 중학교 때 가능성 있는 아이들 다 데리고 와서 그 입시 성적을 보면 결국 실패라고 봅니다. 몇 명이 상위학교에 갔느냐만 놓고 보는 시각으로 봐도 그렇습니다. 따라서 종합적으로 본다면 비평준화 제도는 실패라고 봅니다.

 
▲ 남혜정 학부모 
남혜정 : 서울, 분당의 아이들도 최상위권 아니면 상위학교 못가고 특목고가 다 차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 다 결정이 나버리는 것 같습니다.

엄마들 입장에서 보면 비평준화가 편한 경우도 있습니다. 엄마들 입장에서 성적으로만 놓고 보면 그렇습니다. 결국 학벌제가 문제라고 봅니다.

양두영 : 비평준화지역에는 상위권 학생들 학부모 유리하다는 것인데....

남혜정 : 남자아이들의 경우 공부가 늦게 티는 아이들도 있는데....광명은 일찍 결정되어 되어 버립니다. 학습, 인성 차원에서 보면 평준화가 필요합니다.

문현수 : 저의 경우 광명시에서 고교를 졸업했습니다. 입학 당시 광명고 한 개만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때에는 60명 20명도 대학에 안 들어갔습니다. 현재는 대학 진학률이 8-90%로 오히려 진학률 높은 것이 문제입니다.

좋은 법, 제도는 인권문제에 최대한 충실해야 된다고 봅니다. 그러나 비평준화, 특목고는 차별이고 인권적이지 못해 충실하지 못한 제도라고 봅니다.

사회자 : 평준화만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문제인 것 같기도 합니다. 고교 특성화가 안 되어서 그런 것 아닌가하는 아쉬운 점 있습니다. 특목고 말고 특성화고가 많았으면 획일화된 틀 안에서 꼼짝 못해...

문현수 : 특수목적고가 특목고인데 외고 출신은 외대로 가고, 과학고 출신은 그 쪽으로 가야 하는데....

이연숙 : 교육 문제...학교는 2백년 역사 밖에 안 되는데 우리나라는 모든 제도를 다 도입해봤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대학평준화를 지향하고 학교가 경쟁이 아닌, 다른 사례들 즉 모범적인 필란드 등 유럽의 사례로 갔으면 하는데 우리나라 현실에서 현실성이 없다고 하니, 교육열 어쩔 수 없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선택권이란 정부가 무조건 지원하고 학부모가 선택하는 것이라 보는데 공교육을 대폭 지원하는 것도 아니고 공교육은 열악해지고 사교육은 계속 커져가고 있습니다. 전국의 학부모들이 사교육을 동시에 딱 놓는다면 방법이 나올까요.

평준화문제는 기본적인 문제이고, 우리는 그런 기본도 안 되어있는 곳에서 살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미 평준화는 대도시에 다 되어 있고 검증도 되어 있는데. 광명에 산다는 이유로 교육문제에, 평준화 문제까지 안 고 있어 속상합니다. 빨리 평준화 문제는 벗어나고 싶은데요.

문현수 : 어디선가 들었는데요. 요즘 결혼정보회사에서 강남 출신은 강남 출신과 만나려고 한다는 군요. 마찬가지로 특목고 출신 인맥구조를 형성하기 위해 경쟁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 장영실은 노예 출신인데도 그 능력을 발견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배치되었습니다. 능력이 있다는 것을 공부 잘 한다고 보는 학부모들의 시각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망하는 것입니다.

편집자주 : 이상은 고교평준화와 관련한 토론이었습니다. 다음은 <교육현안토론③ - 교원평가제>에 대한 생생한 현장토론이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