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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욕설 빼라”…이병순 취임뒤 KBS 수시로 ‘삭제 압력?’

강산21 2008. 11. 12. 21:44

유인촌 욕설 빼라”…이병순 취임뒤 KBS 수시로 ‘삭제 압력?’
KSB ‘미디어포커스’ 제작진 “YTN·촛불집회 등 제작 자율성 침해 당해” 밝혀
입력 :2008-11-10 08:11:00   안재현 기자
[데일리서프 안재현 기자] 오는 15일 방송을 끝으로 폐지 위기에 처한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미디어포커스’ 제작진들이 이병순 사장 취임 뒤 수시로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는 빼라는 압력과 침해를 받았다며 폭로했다.

김덕재 PD협회장은 10일부터 KBS 신관 2층에서 농성을 시작하며 ‘미디어포커스’, ‘시사투나잇’의 폐지를 반대하는 기자, PD 등도 오는 11일 집단 행동을 벌일 예정이다.

‘미디어포커스’ 제작진 6명은 지난 7일 사내게시판(코비스)에 올린 “‘미디어포커스’ 이렇게 보낼 수는 없다”는 제목의 글에서 “제작진은 현 시사보도팀장 부임 이후, 제작과 관련해 불합리한 압력을 여러 차례 감수해야 했다”며 “팀장의 요구로 ‘이명박 OUT’이라고 쓰인 손팻말 그림이 다른 그림으로 대체됐다”고 밝혔다. 이세강 팀장은 이병순 사장 취임 직후인 지난 9월 간부 인사에서 시사보도팀장을 발탁된 바 있다.

또한 이들은 “여섯 명이 해임된 YTN 사태는 취재 기자가 밤늦게까지 팀장과 격한 논쟁을 벌인 끝에 겨우 방송을 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언론계 최대 이슈인 YTN 사태가 뉴스 아이템으로 다뤄지는 것조차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또 “‘유인촌 장관 막말 파문’ 보도 때는, 유 장관의 품위가 손상될만한 민감한 내용들은 빼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팀장이 ‘연합뉴스’ 인쇄물을 들고 와, 아이템으로 다룰 것을 지시하는 구태도 벌어졌다”고 폭로했다.

이와 관련 10일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유 장관의 욕설 파문을 다룬 ‘의원에게 뺨 맞고 기자에게 화풀이’ 기사에 담당기자가 유 장관을 인터뷰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으나 편집과정에서 이세강 시사보도팀장의 지시로 빠졌다.

제작진은 아울러 타이틀 변경과 관련해 “그 동안 간절히 타이틀을 지키려 한 이유는 조중동과 한나라당이 ‘미디어포커스’ 폐지를 줄기차게 요구해온 상황에서 KBS가 권력에 굴복하는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제작진은 “‘미디어포커스’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저희들은, 소망한다. 사측이 ‘미디어포커스’의 타이틀을 포기한 것을 ‘원죄’로 여기길 바란다”며 “그리고 지금보다 더 냉철하고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제작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 프로그램이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면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은 죽는다”고 강조했다.

제작진은 “저희의 마지막 싸움이 ‘미디어 비평’이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에서 일하게 될 제작진들에게 작은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며 “‘미디어포커스’ 제작진은 지난 5년의 역사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인 자세로 남은 프로그램 제작에 매진할 생각이다. 최후의 순간까지 ‘미디어포커스’를 지키는 투쟁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안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