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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택 교육감 사퇴” 보수·진보 한목소리

강산21 2008. 10. 18. 22:45

“공정택 교육감 사퇴” 보수·진보 한목소리

기사입력

2008-10-18 01:28 

 

 
[중앙일보 민동기.박수련]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2가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이상한 광경이 벌어졌다. 국제중학교 설립을 놓고 찬반 양론으로 대립해온 보수와 진보단체가 “오락가락 교육정책,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사퇴”를 동시에 외치며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시교육청이 전날 국제중 내년 개교를 위해 '특성화 중학교 지정 동의안'의 재의를 시교육위원회에 요청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반발이다.

전교조와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참학) 등 진보단체 회원 30여 명은 이날 오전 10시 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제중 설립 재추진에 반대한다”며 공 교육감 사퇴를 주장했다. 오전 10시30분에는 국제중 설립을 찬성하는 보수 성향의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학사모)의 회원 40여 명도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학사모는 “하루 만에 내년 개교 계획을 다시 발표한 것은 학부모를 기만한 것”이라며 “공 교육감은 즉각 사퇴하라”고 밝혔다.

양 단체는 오전 내내 교육청 앞 도로를 사이에 두고 집회를 이어갔다. 학사모 회원들이 “공정택은 사퇴하라”고 구호를 외치자 반대편의 참학 등에서는 “사퇴하라”를 복창하며 호응했다. 또 학사모 측에서 한국정치평론가협회 전대열(67) 회장이 교육감 비판 연설을 하자 길 건너 참학 쪽에서 “맞습니다, 옳소, 지지합니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양 단체 회원들도 이런 광경이 서로 익숙하지 않은 듯 곳곳에서 실소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국제중 반대 측 연사로 나선 민노당 서울시당 이상규(43) 위원장은 “이런 일도 있다니 요지경”이라며 “이틀 전 대원중 앞에서는 양측 학부모들이 서로 설전을 벌였지만 이제는 시교육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같다”고 평가했다. 이를 지켜본 시교육청 관계자는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됐는지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갈라진 시교육위원회=교육위원들 가운데 국제중 찬성 입장을 고수해 온 강호봉·이상진 위원 등은 재의를 요청할 경우 동의안 가결에 무게를 실었다. 이 위원은 “내년 개교의 소신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전교조 성향의 최홍이·이부영 위원 등은 보류 입장에 변함이 없다.

최 위원은 “보류 사유가 준비 미흡과 사회적 여건 미성숙인데 며칠 만에 무슨 준비가 되고 여건이 성숙되겠느냐”며 “하루 만에 재의를 요구한 공 교육감은 교육위를 무시하고 우리에게 도발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다수의 위원은 “일단 시교육청 보완책을 보겠다”는 쪽이어서 '동의안 가결(내년 개교)' 가능성을 열어뒀다. 나영수 위원은 “재의에서 가결되려면 여건 충족이 전제돼야 한다”며 “보완책을 검토한 뒤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위는 20~31일 열리는 정례회에서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