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2롯데월드는 MB의 친구게이트? | ||||||||
2008 10/07 위클리경향 794호 | ||||||||
친구게이트 정황 1 MB 당선인 시절부터 롯데호텔 애용 2 롯데호텔 총괄사장에 MB 동기 선임 3 제2롯데월드 신축 반대 공참총장 경질
‘제2롯데월드’는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초고층 건물’에 대한 염원에서 나온 사업으로, 1994년부터 추진해왔다. 롯데그룹은 1조7000억 원을 투입해 서울 송파구 신천동 29번지 일대 8만7182.80㎡ 부지에 연면적 60만7849㎡ 규모로 백화점과 쇼핑몰 등 112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로 구성된 제2롯데월드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제2롯데월드 건립 시 변경될 수밖에 없는 성남 서울공항 활주로 문제로 서울시와 국방부, 성남 시민의 반대에 난항을 거듭해왔다. 민주당 ‘친구게이트’ 의혹 제기 14년 롯데의 숙원은 ‘키’를 쥐고 있는 국토해양부, 국방부, 서울시가 아닌 이명박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풀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과 성남지역 시민단체 등은 제2롯데월드의 신축이 허가되면 서울공항 활주로의 방향이 좀 더 동쪽, 그러니까 성남 시내 방향으로 변경될 수밖에 없어 송파 동부, 성남 전역이 제한구역에 새로 편입되거나 기존 제한구역의 건축 제한이 강화되어 건축 제한 및 재개발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활주로 이설 및 관련 시설 이전 공사에 최대 8000억 원이라는 혈세를 낭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유사 시 착륙전투기의 요격 위험이 높고, 9·11과 같은 대형 충돌 참사의 위험이 있는 등 국가 안보에 상당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부대변인은 “롯데그룹 측이 14년 전부터 추진했으나 이런 문제 때문에 지금까지 공군의 극력 반대와 전 정부의 부정적 태도로 무산됐던 것인데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후 일사천리로 추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경유착 의혹도 제기됐다. 최재성 민주당 의원(대변인)은 “롯데 총괄사장에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동기가 취임한 것도 석연치 않은데다, 롯데 본사 자금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풍문이 증권가에 많이 돌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일본 자금의 한국 유입은 이미 롯데 측이 사전 내락을 받았기 때문에 자금이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돌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제2롯데월드 허용 방침이 최근 이명박 정부와 롯데의 긴밀한 밀월관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과 함께 롯데호텔 총괄사장에 고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동창을 선임한 점 ▲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부터 롯데호텔을 개인 사무실용으로 사용하고 롯데호텔에서 정부 관련 행사가 많은 점 ▲허용 검토 방침과 함께 제2롯데월드 신축을 반대한 김은기 공군참모총장을 경질한 점 ▲허용 방침을 결정하기 이전부터 롯데그룹 측이 일본에서 자금을 들여오고 있던 점 등이 그것이다. 일단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바로 장경작 롯데호텔 총괄대표다. 그가 MB와 롯데그룹의 매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야당에서 언니게이트와 사위게이트에 이어 ‘친구게이트’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한 당사자다. 장경작 롯데호텔 총괄사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동창으로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웨스틴조선호텔 사장으로 있다가 2005년 롯데호텔 사장으로 영입된 그는 지난 2월엔 총괄사장 자리에 올랐다. 그의 등장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의 롯데호텔에 대한 애정은 깊어졌다. MB가 당선인 시절 각종 인선 작업을 위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머물면서 이곳은 ‘베이스캠프’ ‘작은 청와대’ ‘제2청와대’ ‘야외청와대’ ‘주말청와대’ 등으로 불렸다. 이 당선인은 롯데호텔 31층 로열 스위트룸을 밤 늦게까지 이용하면서 각 부처 조각과 청와대 비서진용을 구상했고, 당선한 후 가족과 함께 롯데호텔 스위트룸에서 지내기도 했다. 새 총리로 지명한 한승수 유엔 기후변화 특사도 이곳에서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조직 개편안을 만든 핵심 멤버도 기자들의 추적과 각 부처의 로비를 피하기 위해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숨어 개편안을 최종 마무리한 곳이 바로 롯데호텔이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등이 만나 KBS 사장 후임 인사를 논의한 곳도 롯데호텔이었다. 정가에서는 MB와 롯데호텔을 단순한 이용객과 숙박업체의 관계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 측은 “원래 이 대통령이 헬스클럽 멤버인데다 머리도 만져야 하고, 그래서 호텔에 자주 들르다 보니 편하고 애착이 생겼을 것”이라면서 “다른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MB 덕분에 장 사장의 위상도 함께 올라갔다. 이를 입증하듯 그는 2월 12일 인사에서 롯데그룹 호텔 부문 총괄사장에 올랐다. 롯데호텔, 롯데면세점, 롯데월드 등을 총괄하는 이 자리는 이번에 새롭게 만든 것이다. 대통령 취임에 맞춰 롯데 측이 총괄사장직을 신설해 장 사장을 전진 배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사실 롯데호텔은 이명박 대통령과 고대 동기동창인 장경작 총괄사장의 ‘후광효과’로 신정부 출범 후 외국 귀빈은 물론 정부 주관 행사를 ‘싹쓸이’하다시피하고 있다. 지난 6월 기준으로 외국 정상 초청 방문 8건 중 절반이 롯데호텔이었고, 신라호텔 3건, 조선호텔 1건이었다. 톱 VIP의 롯데 쏠림 현상도 커져 지난해 롯데호텔에 투숙한 톱 VIP 명단과 올해 명단을 비교해보면 1~4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1~4월엔 톱 VIP 투숙이 21회였지만 올해 같은 기간엔 46회였다. 때맞춰 공군총장 경질, 몸 낮추는 국방부 청와대의 정상급 행사만이 아니다. 각종 정부 주관 행사도 롯데에서 주로 열리고 있다. 최근만 해도 금융감독원, 국가보훈처 등의 행사가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이와 관련해 롯데그룹 정책본부 측은 “장 총괄사장은 롯데호텔 사장으로, 제2롯데월드를 건설하는 롯데물산과 연결짓는 것은 무리”라면서 “최근 호텔 리노베이션을 통해 정·관계뿐 아니라 일반인의 이용률도 높다”고 밝혔다. 주목할 것은 때맞춰 단행된 공군참모총장 경질 의혹이다. 국방부는 민관합동회의가 있은 지난 18일, 임기가 7개월이나 남은 김은기 공군 참모총장을 경질하고 새 총장에 이계훈 합참 차장을 내정했다. 참여정부 당시 취임한 김 전 총장은 서울공항 활주로 변경을 근거로 제2롯데월드 건설을 반대해 온 대표적인 인물로 꼽히고 있다. 때문에 공군참모총장 교체 배경에 롯데월드 착공 문제가 들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상희 국방부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김은기 총장의 교체를 납득할 수 없다는 민주당 서종표 의원의 질문에 “군의 인사 운용은 그동안에도 1년 반에서 2년 사이에 융통성 있게 운용해왔다”면서 “이번에도 새로운 총장 후보자가 업무 수행을 위한 준비도 하고, 앞으로 있을 장군 인사 복안까지 수립하도록 하기 위해 지금이 교체의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은기 총장 본인의 의사가 아닌 ‘경질’ 분위기가 담긴 발언이다. 민주당 이 부대변인은 “MB가 자신의 강공 드라이브에 반대 목소리를 낼 경우 어떻게 되는지 경고한 것”이라면서 “앞으로 공무원의 반기업 정서나 행정, 공기업 통·폐합 반대 움직임에 대한 공개 경고로, 긴 시간의 촛불집회를 큰 상처 없이 통과하면서 국민을 안중에 두지 않는 자신감이 나온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국방부와 공군은 이 대통령의 이번 발언 이후로 제2롯데월드 건립 허용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대안을 마련하는 데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새 활주로를 만들거나 헬기를 뺀 항공기를 다른 기지로 옮기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롯데그룹, 실탄 마련 들어갔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롯데그룹의 구애 공세는 일찌감치 시작됐다. 롯데그룹이 대통령 취임일인 지난 2월 25일과 26일 이틀에 걸쳐 종합지와 경제지 등 모든 중앙일간지를 대상으로 대통령 취임 축하 광고를 게재했던 것. 유통업계에서 유일할뿐더러 롯데 자체에서도 이런 성격의 광고는 처음이다. 어느 기업보다 보수적인 롯데의 평소 이미지에 비추어 파격적이었다는 게 재계 일반의 반응이었다. 특히 재계 순위 5위의 탄탄한 사세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경제계에서 극도로 몸을 낮춰왔던 롯데의 지금까지 태도에 비추어 달라진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명박 시대’를 맞아 사전 조율이 있지 않았느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사실 이 같은 소식은 정부의 발표가 있기 며칠 전부터 이미 재계와 주식시장에 파다하게 퍼진 사항이다. 특히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지난 15일부터 “신동빈 부회장이 청와대에서 제2롯데월드 신축과 관련해 발표를 한다”는 소식이 돌았을 정도였다. 최근 롯데의 일본 자금 차입도 이 같은 의혹을 뒷받침한다. 무차입 경영을 견지한 롯데그룹은 최근 외화표시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롯데호텔, 호남석유, 롯데쇼핑 등을 통해 동원한 자금만 이미 7000억 원이 넘는다. 롯데그룹 측은 운영자금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그룹 내 풍부한 유동자금을 감안할 때 롯데월드의 건립자금이 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M&A를 위한 작업이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배경 때문에 막대한 예산 낭비와 안보 위험 증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특정 기업, 특정 개인을 위해 특혜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거세다. 한나라당의 유승민 의원은 이례적으로 “대통령께서는 지난 4월부터, 그리고 서울시장 때부터도 제2롯데에 대해서 굉장히 애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제 대통령이 됐으니 군용 비행장 전반에 대한 형평성과 납득할 수 있는 안을 내야지, 제2롯데월드 하나에만 매달리는 것은 정부가 균형을 잃은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롯데그룹 측은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룹 정책본부 관계자는 “오랜 숙원 사업이 이제 좀 빛을 보려는데 각종 근거 없는 의혹이 터져 답답하다”면서 “아직 제2롯데월드의 건립 승인 결정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관련 입장을 내놓는 게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2006년 참여정부 시절에도 서울시가 허가한 상황인데 국무조정실 행정협의조정위원회의 불허 결정으로 난항을 겪었다”면서 “MB정권이 제2롯데월드 건축에 대해 특혜를 준다는 것은 억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허가를 내주었던 서울시장은 이명박 지금 대통령이다.
<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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