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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유럽횡단' 최창현씨, 이명박 고향 '1인시위'

강산21 2008. 9. 16. 11:19

최창현씨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15일 오후 이명박 대통령의 생가에서 1인시위를 벌였다.
ⓒ 최창현
휠체어를 타고 유럽을 횡단한 뇌성마비 1급 장애인 최창현(43)씨가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 마을에서 1인시위를 벌였다.

최씨는 15일 오후 이명박정부의 언론장악에 항의하는 내용을 담은 종이피켓을 전동 휠체어에 꽂고 경북 포항시 흥해읍 덕성1리(덕실마을)에서 1인시위를 벌였다. 최씨는 때로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최씨는 이날 이명박 대통령의 조부모가 살았던 집과 이명박 대통령의 생가, 조상을 모신 사당인 '이상재(履霜齋)', 선산 순서로 찾아다녔다. 최씨가 1인시위를 할 때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지만, 마찰은 없었다.

그는 "모름지기 언론은 자유가 있어야 되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신문방송법까지 개정해서 언론을 장악하려고 하니 어떻게든 이것을 막기 위해 국민이 나서야만 된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저 혼자 돈키호테와 같은 짓을 하고 왔다"고 말했다.



최창현씨가 이명박 대통령의 조상을 모신 사당인 '이상재'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 최창현
그는 "추석연휴 마지막 날 저는 이명박 대통령이 이 나라를 수렁으로 빠뜨리는 것에 대해 그 조상에게 책임을 묻고자 포항에 있는 이 대통령 고향마을에서 1인시위를 했다"며 "휠체어에 피켓을 꽂고 이명박 대통령 조부모가 살던 집을 방문하니 수많은 관광객이 자녀들의 손을 잡고 둘러보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사람들에게 '지금 현재 이런 잘못되어가고 있는 역사를 아이들에게 잘 가르쳐야 된다'고 외치니 어떤 부모는 아이 손을 잡고 빨리 빠져나가는 사람도 있었고 경찰을 부르라는 사람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곳에서 그는 "배가 물 위를 가야지, 자동차가 가는 길을 가서야 되겠느냐. 대통령도 대통령의 갈 길을 가야지, 엉뚱한 길로 간다면 하야시켜야 되지 않느냐"라고 외쳤다. 이에 "그 말이 맞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최씨는 소개했다.

최씨는 이어 이명박 대통령 고향 집에 도착해 1인시위를 벌였다. 최씨는 "이 대통령의 생가에는 이 대통령의 어린 시절과 성장기의 사진들이 전시돼 있었고 잠시 피켓으로 1인시위를 한 후 나왔다"면서 "대통령의 부모와 조상을 모셔놓은 선산을 찾기 위해서였다"고 설명.

이어 그는 "100m 동네 위로 올라가니 이 대통령 조상을 모셔놓은 사당이 있었는데, 그곳에 들어가서 1인시위를 하면서 조상들에게 촉구하는 구호를 큰 소리로 외쳤다"고 밝혔다. 사당 뒤에 있는 선산도 찾았는데, 그는 "묘지에 제 휠체어 뒤에 꽂았던 피켓을 놓은 채 1인시위를 했다"고 전했다.

그는 피켓 앞면에는 "광우병 소로 국민을 마루타로 만들더니 이제 국민의 방송, YTN, KBS를 명박방송으로 만든 쥐박아! 70년, 80년 군사정권도 너처럼 이러지는 않았다. 매일매일 미쳐가는 이명박과 어청수, 한나라당을 몰아내자"고, 뒷면에는 "용서받지 못할 저주받을 명박아 네가 총과 방패로 국민을 짓밟고 가둘지언정 국민은 물러나지 않음을 명심해라! 역사가 너를 독재자로 매국노로, 아니 더한 놈으로 심판할 것이다"고 써놓았다.



최창현씨가 15일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마을에서 1인시위를 하며 사용한 피켓이다.
ⓒ 최창현
이 피켓은 최씨가 지난 5월부터 촛불시위를 하는 내내 달고 다닌 피켓인데 중간 일부 문구를 바꾼 것이다.

최창현씨는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 집에 관광하러 온 어린 아이가 저의 피켓을 보고 '엄마, 매국노가 무슨 말이야?'라고 묻기도 했으며, 고향집 관광안내소에서 일한다는 어떤 아주머니는 제가 가는 곳곳을 따라다니면서 '어디서 왔느냐? 어디로 가느냐?'고 묻기도 했고, 경찰도 불러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으며, 경찰은 저를 제지하지 않고 그냥 돌아갔다"고 밝혔다.

선천성 뇌성마비를 겪은 최창현씨는 2007년 손발을 끈으로 고정하고 전동 휠체어를 입으로 조정하며 유럽을 횡단(2만6000km)해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그는 지난 5월 경찰의 촛불집회 참가자 강제연행에 항의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내고, 서울중앙지검에 이명박 대통령을 고소하기도 했다.



최창현씨는 이명박 대통령의 선산에 찾아가 '항의 피켓'을 꽂아 놓기도 했다.
ⓒ 최창현


전동 휠체어를 탄 최창현씨가 산에서 내려오고 있다.
ⓒ 최창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