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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
"누군가 내 전화를 엿듣는 것 같다."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 측은 최근 국가정보원에 휴대전화 도청에 관한 '문의'를 했다고 한다. 정 최고위원이 한나라당 전당대회(7월 3일) 이전부터 최근까지 자신의 휴대전화가 자주 끊기거나 통화감도가 떨어진다며 측근들에게 "혹시 도청 당하는 것 아니냐.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라"고 했기 때문이다. 정 최고위원 측은 "국정원에 물어보니 아예 휴대전화 감청 장비가 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정 최고위원이 '초원복집 사건' 이후로 도청에 민감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최고위원은 1992년 대선 당시 통일국민당 후보로 나섰던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부산·경남 선대위원장을 맡아, 이 지역 기관장들이 모여 대선 문제를 논의한 현장을 도청한 초원복집 사건에 연루돼 유죄(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정 최고위원은 당시 도청을 한 범인에게 도피자금을 제공(범인은닉)했다는 혐의였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중요한 얘기는 휴대전화로 하지 않는 습관을 갖고 있다. 그는 "휴대폰을 누가 언제 어떻게 들을지 아느냐"는 말을 자주 한다. 두 사람은 모두 국정원을 소관기관으로 하는 국회 정보위원을 맡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가정보원이 합법적으로 휴대전화 감청을 하겠다며 추진 중인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은 난항을 겪고 있다.
[황대진 기자
djhwa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