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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권 ‘YTN 낙하산’ 구본홍 교체설 나돌아 ‘관심’

강산21 2008. 9. 13. 11:38

MB정권 ‘YTN 낙하산’ 구본홍 교체설 나돌아 ‘관심’
‘YTN의 손석희’ 구본홍에 을지문덕 시를 들려준 것도 화제
입력 :2008-09-12 10:50:00  
[데일리서프 민일성 기자] ‘YTN의 손석희’로 불리는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이 물밑으로는 대화를 시도하면서 뒤로는 노조를 고발해 압박하고 있는 구본홍 사장에게 소송에 대한 답변으로 시를 들려줬다.

여수장우중문시(與隋將于仲文詩)

그대의 신기한 책략은 하늘의 이치를 다했고,
오묘한 계획은 땅의 이치를 다했노라.
전쟁에 이겨서 그 공 이미 높으니,
만족함을 알고 그만두기를 바라노라.


12일 시사IN의 고재열 기자의 ‘독설닷컴’에 따르면 노 위원장은 구 사장에게 을지문덕의 ‘여수장우중문시’를 들려주고 사장실 앞에 이 시를 붙였다.

▲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이 구본홍 사장에게 을지문덕의 시를 들려줬다. 사진 = 커널뉴스 동영상 화면캡처 
‘여수장우중문시’는 고구려 영양왕 23년(612), 수나라와 싸울 때 을지문덕 장군이 적장인 우중문에게 보낸 시다. 현재까지 전하는 가장 오래된 우리나라의 한시로 을지문덕은 시로 적장인 우중문을 조롱했다. 을지문덕 장군은 하루에 일곱 번 싸워 일곱 번 패하면서 적을 깊숙이 유인하는 전략을 펴 결국 살수에서 적을 몰살시켰다고 한다.

앞서 구본홍 사장은 노조의 출근 저지 및 인사 불복종 투쟁에 맞서 9일 노종면(현 노조위원장), 권석재(사무국장), 현덕수(경제부 기자, 전 노조위원장), 우장균(정치부 기자), 조승호(정치부 기자), 정유신(돌발영상 PD) 등 노조원 6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이에 응답해 노조는 지난 7월 17일 ‘날치기’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구 사장을 선임한 주주총회 결의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10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고 기자는 “이 시를 들려주는 것과 함께 YTN 노조는 구본홍씨의 좌우명인 ‘음수사원(飮水思源)’을 구씨 본인에게 되물었다”며 “물을 마실 때만 그 근원을 생각하지 말고, YTN 사태에 대해서도 무엇이 근원인지 현명하게 판단해보라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고 기자는 “구본홍씨는 명분도 없지만 싸움의 방식에 있어서도 노조위원장에 몇 수 밀리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고 기자는 YTN노조가 76.4%의 높은 찬성표로 파업을 가결시킨 것에 대해 “언론계의 평가는 한마디로 ‘대단하다’는 것이다”며 “YTN이 이렇게까지 잘 싸울 줄 몰랐다는 것이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고 기자는 을지문덕의 시를 사장실에 붙여놓은 것에 대해 “파업을 앞두고 YTN 노조가 긴장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런 문화투쟁을 통해서 냉정을 되찾고 있어서 안심이 되었다”며 “노조는 냉정한데 반해, 회사는 긴장하고 있다”고 사내 분위기를 전했다.

고 기자는 “노조원들은 회사 간부들의 태도로 이를 감지할 수 있다고 했다”며 “벌써 ‘구본홍은 물 건너간 거 아니냐’ ‘곧 다른 사장이 구원투수로 온다더라’ ‘구본홍 시다바리만 하다가 낙동강 오리알 되는 것 아니냐’ 하는 말이 나온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YTN 노조가 9월 셋째주부터 배지와 리본을 달고 방송하는투쟁을 시작한다. 사진 = 커널뉴스 동영상 화면캡처  
고 기자는 “사실 언론계 안팎에서도 김인규 카드와 김은구 카드 불발로 이병순 카드를 내민 KBS처럼 YTN도 구본홍 카드를 접고 다른 카드를 내밀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두 달 동안 출근도 못하는 구씨로는 안 된다는 판단이 정권 수뇌부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라고 언론계 정보 동향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YTN 노조는 9월 셋째 주부터 ‘낙하산반대’ 배지와 ‘공정방송’ 글씨가 새겨진 리본을 달고 방송을 하기로 했다.

노 위원장은 11일 오후 YTN앞 촛불문화제에서 “지금 제 가슴에는 낙하산반대가 그려진 배지와 ‘공정방송’ 네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진 리본이 있다. 기자들, 앵커들, 엔지니어들 모두 가슴에 배지와 리본을 달고 다음 주부터 방송에 임하기로 했다”며 ‘배지 투쟁’ 소식을 알렸다.

그는 “저희가 방송을 멈추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끝까지 싸워서 그 사람을 이기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저들이 바라는 그런 식의 파업은 될 수 있는 대로 프리킥하고 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방식으로 정말 짜증나서 못 견딜 정도로 끈질기게 투쟁하는 방식을 채택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민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