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현실그대로

국정원이 북한내 정보원 노출 가능성

강산21 2008. 9. 12. 16:38

국정원이 북한내 정보원 노출 가능성

기사입력

2008-09-12 09:26 

 

 
국가정보원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상태를 옆에서 지켜본 듯 구체적으로 언급, 북한 및 중국 등지에서 비밀리에 활약중인 우리측 정보원의 신분이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정보원(院)이 정보원(源)을 노출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12일 “국정원이 정보를 너무 과다하게 토해 냈다. 어떤 사실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불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과대포장하는 건 국익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며 “더구나 국가 정보의 최고 책임자가 핵심 정보취득 수단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성호 국정원장은 이에 앞서 10일 국회정보위원회에서 “김 위원장이 순환기 계통의 이상이 발생했으나 부축하면 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면서 마치 병실에서 지켜본듯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를 상세히 묘사했다. 때문에 이번 정보는 인공위성 통신감청 등의 정보수집뿐만 아니라 국정원이 사람에 의해 직접 확인한 ‘휴민트(HUMINT ; 인적정보)’로 높게 평가받았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전직 국정원 직원은 “북한내부에서 가장 은밀하게 취급되는 정보를 국정원이 마치 자화자찬하듯 발표했다”면서 “우리측 정보기관이 어떤 경로를 통해 누구로부터 내부정보를 수집하는지 발가벗고 보여준 꼴”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의 몸 상태를 옆에서 지켜볼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이기 때문에 국정원의 정보원이 누구인지는 이내 포위망이 좁혀질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미국 등에 비교해 위성과 과학장비를 이용한 ‘시긴트(SIGINT, 신호정보)’와 통신 도ㆍ감청을 통한 ‘엘린트(ELINTㆍ전자정보)’에 약하고, 휴민트에 강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아 온 한국으로서는 휴민트 정보원마저 붕괴될 위기에 놓인 셈이다.

국정원장의 신중치 못한 행태는 이미 도마위에 오른바 있다. 김만복 전 국정원장은 지난해 아프카니스탄에서 인질사태가 발생했을때 기자회견을 자청해 전세계에 얼굴을 노출시킨바 있다. 또 올해초에는 한 언론과 전직 국정원 간부 등에게 북한 고위인사와의 대화록 및 (지난해 대선 전날) 방북 배경 등이 담긴 문건을 유출해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사태 이후 국정원이 스스로 자성의 목소리를 낸 게 불과 엊그제 일이다.

북한 정보기관은 내부정보가 계속 유출되면서 관련자 색출에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전 부인 고영희씨 사망 소식(2004년)도 외부를 통해 먼저 알려졌고, 정남, 정철, 정운 등 김 위원장의 세 아들 움직임도 일본, 중국, 미국 등의 정통한 소식통을 통해 새어 나오는 등 정보 유출 사례가 줄잇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북한 지도부는 내부 관계자가 조직적으로 정보를 팔아 넘기는데 대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휴민트가 아니라 북한의 최고핵심관계자, 또는 중국의 고위관계자로부터 정보를 입수했을 경우에도 국정원의 경솔한 처사로 외교적 문제는 물론 정보기관간의 신뢰를 현저하게 헤칠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만일 국정원의 판단이 사실이 아닐 경우, 국제적 망신을 초래할 수도 있다. 북한체제의 특수성을 감안할때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에 대한 정보는 여전히 첩보수준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남북 관계 측면에서 정보가 지나치게 공개되면 북한에서 경계하게 된다”면서 “정보기관이 판단은 나름대로 하겠지만 공개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필수ㆍ최재원ㆍ신수정 기자(pilsoo@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