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

탈세, 상품권깡, 성매매 의혹...SBS미디어넷 비자금 의혹 ‘눈덩이’

강산21 2008. 8. 26. 10:49

탈세, 상품권깡, 성매매 의혹...SBS미디어넷 비자금 의혹 ‘눈덩이’

[데일리서프 민일성 기자] SBS의 계열사인 SBS 미디어넷이 상품권깡, 영수증 조작, 법인 매출 조작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수십억원대의 탈세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회사의 홍 모 대표이사는 이렇게 조성된 비자금으로 안마시술소와 룸살롱, 퇴폐업소에 드나들고 성 매매를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게다가 회사 직원이 내부 감사팀에 대표이사 홍 씨에 대한 비위를 제보했지만 SBS는 징계하는 시늉만 냈고 그에 대한 탈세 사건을 접수받은 송파세무서는 자금 장부와 통장을 확인하고도 세무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SBS 안팎에서는 "이 같은 선처는 윤세영 SBS 회장의 비호가 아니면 불가능하다"며 홍 사장이 윤 회장의 비자금 창구이라는 소문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시사주간지 시사IN 최근호(50호)는 "SBS 미디어넷 비자금 의혹 커간다" 제목의 기사에서 눈덩이처럼 불어가는 SBS 미디어넷의 비자금 의혹을 집중조명했다.

SBS 미디어넷은 SBS 골프채널, SBS 스포츠채널, SBS 드라마플러스 등 3개의 법인이 통합된 SBS 계열사로 SBS와 케이블 방송, 위성방송, 위성 DMB 등에 방송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국내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분야 프로그램 제공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업체로 2007년 매출이 1500억원을 넘었다. SBS 스포츠채널은 이승엽 선수의 일본 프로야구를 독점 생중계하고 있으며 SBS 골프채널은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SBS 오픈의 주관사이기도 하다.

시사IN에 따르면 홍 모 사장은 2002년 3월부터 장비와 콘텐츠를 구입하면서 비자금을 만들고 지인이 운영하는 제작사에 높은 제작비를 지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SBS 미디어넷 관계자는 "지난해 방송 장비 구입에 사용된 180억원 가운데 이유 없이 높은 가격에 사들인 장비가 있다. 송출 장비와 중계차는 놀고 있고, 채널 서버 3개는 사용 계획도 없이 6개월 넘게 방치 중이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사장은 장비를 구매한 업체 간부와 해외여행을 함께 가는 등 향응을 받았다"며 "콘텐츠를 구매하는 절차의 투명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고 시사IN은 전했다.

홍 사장은 상품권을 구입해 되파는 일명 '상품권 깡'을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도 받고 있다.

홍 사장은 2006년 9월 22일, 2007년 9월 11일, 2008년 1월 23일 등 3회에 걸쳐 SBS 미디어넷 법인카드로 500만원이 넘는 백화점 상품권을 구매한 뒤 이를 되팔아 현금으로 만들고 직원 통장을 이용해 비자금으로서 썼다는 것이다.

홍 사장은 또 계열사 SS비전에도 비자금을 만들어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SS비젼은 2004년 12월부터 2008년 1월까지 비자금을 만들어 SBS 미디어넷 경영관리팀에 전달했다. 홍 사장은 SS비전이 영수증 조작을 통해 만든 6000만원이 넘는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SS비전 관계자는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가지도 않은 출장비를 만들고, 없는 경조사를 챙기고, 밥값 영수증을 조작해 돈을 만들었다"며 "명절 때마다 직원의 복리 후생비에서 돈을 빼서 홍 사장에게 상품권을 선물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SBS 미디어넷은 법인 매출 조작 방법으로도 비자금을 만들고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드러났다.

SBS 미디어넷은 2002년부터 2005년까지 4년간 SBS 드라마플러스의 광고 매출을 적자 회사인 SBS 스포츠채널로 옮기는 수법으로 최소 40억원의 매출을 누락시켰다. 1억4000만원을 받아야 할 SBS 드라마플러스 광고는 1000만원에, 2500만원을 받아야 할 SBS 스포츠채널 광고는 1억3000만원을 받는 식으로 장부를 만들어 결손금을 소득공제를 받았다고 시사IN은 보도했다.

SBS 스포츠채널은 2002~2005년까지 4년간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아 탈루한 법인세가 10억을 넘는다.

이같이 조성된 비자금을 홍 사장은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 안마시술소와 룸살롱에 드나드는 등 방송사 계열 사장으로서는 부적절한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보였다는 것이다.

SS비전의 한 관계자는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홍 사장이 SBS 미디어넷 법인카드를 수십 차례 안마시술소에서 사용했고, SS비젼의 법인카드도 퇴폐 업소에서 사용한 횟수가 다섯 차례도 넘는다"고 말했다.

홍 사장이 드나들었다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ㅇ업소의 사진과 카드 명세표를 제시한 SS비전의 다른 관계자는 "홍 사장이 보통은 비자금으로 만들어둔 현금을 사용했고 아주 가끔 법인카드를 썼다"고 말했다.

SBS 미디어넷 내부 직원은 이같은 홍 사장의 비위 사실을 SBS 감사팀에 제보해 지난 2월말 SBS 본사 윤리경영팀이 특별감사를 벌였다. 그러나 비리 관련자들은 그대로 자리를 지키거나 오히려 승진했다.

홍 사장은 고작 감봉 3개월이라는 경징계로 마무리된 반면 제보한 직원들은 해고 위기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SBS 미디어넷 관계자는 "커다란 도덕적 흠이 있는데도 홍 사장이 자리를 지키는 것은 윤세영 회장의 비호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홍 사장이 윤 회장의 비자금 창구라는 소리가 회사내에서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시사IN은 전했다.

SS비전의 한 재무 관계자도 "SBS 미디어넷은 해외에서 장비와 콘텐츠를 사오기 때문에 비자금을 만들기 쉽다"며 "홍 사장이 만든 계열사를 통해 만든 비자금의 상당 부분은 윤세영 SBS 회장에게 전달됐다"고 주장했다고 시사IN은 보도했다.

이같은 의혹에 SBS 윤리경영팀 관계자는 "처음 듣는 소리"라며 감사 자체를 부인했다. 그는 SBS 홀딩스에 물어보라고 했고 SBS 홀딩스 관계자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했다. 홍 사장이 감사 받은 것에 대해서도 "언론사가 왜 관심을 갖는가. 휴가 중이어서 말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시사IN 기자가 다시 전화를 걸자 홍 사장은 "할 말이 없다"고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SS비젼 재무 담당자는 지난 2월 11일 홍 사장의 탈세와 비자금 관련 장부를 근거로 송파세무서에 신고했지만 송파세무서는 지난 5월 "근거 자료 부족"을 이유로 내사를 종결했다.

SS비전 재무 담당자는 "세무서에서 언론사라는 이유로 극히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파세무서 관계자는 "추징 세액을 추산하기에 증빙 서류가 미비했다"며 "추가 자료를 확보하지 못해 세무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시사IN 기자가 "언론사여서 조사가 진행되지 않는 것 아니냐"고 묻자 세무서 관계자는 "혐의가 있다고 함부로 조사할 수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