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이슈·현안

‘이명박 대리인’ 최시중, 방송장악 음모 ‘지휘’

강산21 2008. 8. 25. 12:07

‘이명박 대리인’ 최시중, 방송장악 음모 ‘지휘’
KBS 사장 인선 조율 ‘7인 비밀회동’ 주도
“외풍 온몸으로 막겠다” 헛말임 드러내
한겨레  신승근 기자  김동훈 기자

< src="/section-homepage/news/06/news_font.js" type=text/javascript>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한국방송 새 사장 선임을 둘러싼 파문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그가 지난 17일 청와대 대통령실장과 <한국방송> 전직 임원들을 망라해 한국방송 문제에 관한 ‘7인 비밀회동’을 주도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로써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방송장악 의중을 집행하는 대리인이라는 의혹의 중심에 서게 됐다.

실제, 이번 ‘7인 비밀회동’은 이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것이라는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대목들이 적지 않다.

첫째, 최 위원장이 부른 자리에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참여했다는 점이다. 권력기관이 총동원돼 사퇴시킨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의 후임 인선이 임박한 미묘한 시점에서 이들의 모임은 그 자체로 논란의 여지가 크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들이 호출에 응한 것은, 최 위원장의 행보에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것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둘째, 최 위원장이 일찍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로 불릴 정도로 긴밀한 정치적 인연을 맺어왔다는 점도 주목된다. 최 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 50년 친구로, 1970년대 후반 이 의원 소개로 당시 현대건설 사장인 이 대통령과 만났다. 이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한 뒤에는 여론조사 전문가로 조력했고, 지난해 대선 때는 이 대통령 선거캠프의 최종 의사결정 단위로 알려진 ‘6인회’의 멤버로 활동한 최측근이다. 이 대통령과 최 위원장의 이런 각별한 인연 때문에 그가 방통위원장에 내정된 지난 3월2일부터 “이 대통령의 방송장악 수순”이라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셋째, 최 위원장은 새 정부 출범 이후로도 ‘이명박 정부의 비공식 권력 실세’ 노릇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논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청와대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또 여권에서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의 인사전횡 문제가 불거진 지난 6월9일, 이상득 의원과 함께 삼청동 안가에서 이 대통령을 만나 인사개편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요구는 곧 현실화됐다.

 

이런 까닭에 야당과 언론·시민단체들이 방송의 중립성 훼손을 우려하며 그의 방송통신위원장 취임에 반대하자 최 위원장은 여러차례 “방송의 독립성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3월17일 국회 방송통신위원장 인사청문회장에서는 “정부가 부당하게 (방송을)탄압한다면 대통령과 만나 담판을 해서라도 방송 독립을 지키겠다”고 공언했고, 이후에도 기회 있을 때마다 ‘대통령 측근의 힘’을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확보를 위한 선량한 목적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스스로 ‘7인 비밀회동’을 주도한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그동안의 공언이 모두 헛말임을 드러냈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건을 이 대통령이 최 위원장을 내세워 방송장악에 나선 사례로 보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17일 대책회의는 한국방송 이사회를 앞두고 청와대와 방송통신위원장, 한국방송 이사장이 ‘차기 사장’을 내정하기 위한 자리였을 가능성이 크다”며 “청와대와 방통위원회, 케이비에스 이사회 인사들이 몰래 만나 공영방송 사장을 낙점하는 게 ‘이명박식 공영방송’의 모습인가”라고 이 대통령을 겨냥했다.

신승근 김동훈 기자 sk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