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

광고불매 당한 마이니치, <조중동>과 달리 '깊이 사과'

강산21 2008. 7. 27. 22:20
광고불매 당한 마이니치, <조중동>과 달리 '깊이 사과'
‘왜곡기사 항의→명예훼손 협박→광고불매’ 과정은 똑같아
입력 :2008-07-27 10:36:00  
[데일리서프 하승주 기자] 일본 3대 신문중 하나로 꼽히는 마이니치 신문 인터넷판에서 기업광고가 모두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다. 27일 현재 온라인판에 몇몇 보이는 배너는 외부광고가 아니라, 마이니치 신문 내부의 기사시리즈 바로가기에 불과하다. 기사면으로 들어가 보아도 구글이나 야후의 텍스트광고조차 없다.

이 사건은 마이니치 신문 영문판에 실어왔던 외부 기고가의 기사 때문에 일어났다. 물론 마이니치도 처음에는 독자들의 항의에 형식적인 사과만 하고 명예훼손 운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하지만 분노한 시민들이 광고불매운동으로 응수했고, 기업들도 이에 동조해 모두 온라인판에서 광고를 철수해버렸다. 하지만 한국의 조중동 광고끊기운동에 대한 조중동 보수신문이나 검찰의 대응과는 천양지차였다.

마이니치는 지난 20일 아예 접속시 사과문이 뜨도록 홈페이지를 뜯어고쳤을 뿐 아니라 20일자 신문 22면과 23면 두면에 걸쳐 내부조사결과를 상세히 보도하고 독자들에게 공식사과했다.

▲ 기업광고가 완전히 사라진 마이니치 신문 인터넷판(화면 캡처). 
이 사건의 경과는 이렇다. 지난 2003년부터 마이니치 신문 영문판은 WaiWai라는 코너에서 라이언 코넬이라는 이름의 한 호주출신 기자의 기사를 고정적으로 받아서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코너의 기사가 정말 황당했던 것이 문제였다. 지면에 옮기기도 민망한 수준의 일본의 각종 확인되지 않은 변태적인 내용을 영문판으로 올려온 것이다. 그간 일본 누리꾼들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였고, 결국 일본 온라인뉴스사이트은 J-Cast가 지난 5월 정식으로 이 문제를 고발했다.

J-Cast가 고발한 마이니치 신문의 그간 보도내용을 보면 충격적이다 못해 황당하다. “패스트푸드가 중추신경을 자극해 일본 여고생들이 성적광란상태에 빠졌다”는 둥, “일본 방위성이 로리타 캐릭터를 이용해 일본의 방위정책을 설명하고 있다”는 등의 기사들이다. 이보다 더욱 노골적이고 황당한 내용도 많이 있다. 물론 이런 기사들은 대부분 진위가 확인되지 않거나 허구임이 확실한 기사들이다. 일본 누리꾼들은 WaiWai코너를 “변태뉴스”라고 비난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본 시민들의 분노도 함께 폭발해 버렸다. 나라망신도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외국에 살고 있는 친구들이 이런 뉴스를 본다고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일본 유력신문이 도대체 제정신이냐?”는 등의 항의문이 인터넷을 뒤덮고, 메일이 쇄도했다. 결국, 지난 6월 20일 WaiWai코너는 폐지되고, 신문은 사과문을 공지하기에 이른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사과문을 공지하는 것까지는 당연했는데, 글 말미에 "인터넷상에 사건과 관계없는 여성 기자와 직원에 대한 중상 모략하는 이미지와 글이 올라오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와 같은 명예훼손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라는 문구를 넣어 시민들을 더욱 자극시켜 버렸다. 여기에 문제가 발생한 마이니치 인터넷판을 책임지는 디지털부문 상무를 사장으로, 디지털부문 국장을 임원으로 승진하는 조치를 취하기에 이른다.

▲ 광고불매운동에 대해 마이니치 신문은 검찰 고소가 아닌 사과 공지로 대응했다(화면캡처). 

상황이 이렇게 번지자, 일본 시민들은 마이니치신문 불매운동으로만 맞선 게 아니었다. 즉 마이니치에만 항의하는 것이 아니라, 마이니치 신문에 광고를 하는 기업들에게 항의전화와 메일을 보내기에 이른다. 이로 인해 마이니치신문(인터넷판)이 참여하고 있는 야후 애드네트워크와 광고대리점은 마이치티 인터넷판에 웹광고를 모두 빼버리기에 이른 것이다. 결국 현재 마이니치신문 인터넷판에서는 광고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마이니치 신문의 사례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조중동 광고중단사태와 매우 유사하다. 언론의 왜곡보도에 대해 시민들의 불만이 누적되고, 언론사에 대한 항의에 이어 광고기업에까지 불매운동이 이어진 것이다. 한국의 조선일보와 일본의 마이니치신문은 제휴관계를 맺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이 크게 다른 점도 있다. 일본 신문사는 계속 사과문을 공지하면서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등 낮은 자세를 유지하는 반면, 한국 신문사는 항의하는 시민들을 검찰에 고발하는가 하면 광고 철회 기업을 맹비난하는 칼럼까지 내보내는 등 '당당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마이니치 신문은 지난 6월20일 어정쩡하고 독자를 무시하는 1차사과로 된통 당한 탓인지 지난 20일의 2차사과에서는 완전히 백기항복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관련자 인사처분과 함께 아예 영문판 사이트 쇄신책까지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일본 정부나 검찰이 일본 시민들의 광고불매운동에 대해 법적인 조치를 취했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고 있다.

하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