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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정부조사단, 그간의 청와대 주장 엉터리라고 간접시인?

강산21 2008. 7. 13. 20:14
[분석] 정부조사단, 그간의 청와대 주장 엉터리라고 간접시인?
하다하다 안되니까 이젠 자료유출은 불법이라고 ‘억지’
입력 :2008-07-13 18:13:00  
[데일리서프 하승주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록열람과 관련하여 김영호 행정안전부 1차관은 "봉하마을 사저에 노 전 대통령이 'e지원' 서버 1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13일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차관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노 전대통령 측이 이지원 서버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노전대통령의 서버 보유는 실정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또한 "노 전대통령이 자료를 무단유출하였으므로, 원본-사본 논란은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김 차관의 발언은 그간 이미 확인된 사실을 재확인하는 것에 불과하고, 정작 쟁점 사안은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지원서버를 갖고 있다는 김 차관의 설명을 잘못 해석하면 자칫 노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뭘 뜯어간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지원은 노 전대통령의 재임시 기록물을 열람하기 위해 구동시켜야 하는 소프트웨어다. 김 차관이 말한 이지원 서버란, 청와대 서버를 뜯어온 것이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이 청와대와 전혀 관계없이 따로 구입한 서버용 컴퓨터에 이지원이라고 하는 소프트웨어가 장착돼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김 차관의 언급은 노 전 대통령이 국가기록물관리법에 보장된 권리에 의거해, 그리고 무엇보다 정권 인수인계시 현재 청와대의 양해를 얻어, 자신의 재임시 기록물을 복사해, 그것을 보기위해 이지원이란 소프트웨어가 장착된 서버용 컴퓨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실정법 위반이란 주장이다.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괴이한' 주장이다.

또한 그간 청와대는 “원본을 뜯어갔다”면서 대변인 브리핑과 논평을 통해서도 ‘원본 유출’이라고 노 전대통령측을 강력히 비난해 왔다. 여기에는 노 전 대통령이 뭔가 국가재산을 '훔쳐갔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담고 있었다. 그러나 김 차관은 이날 ‘그런 논란은 무의미하다’고 규정했다.

원본-사본 논란은 청와대가 애초에 제기해, 마치 원본을 다 들고 간 것처럼 익명의 청와대 관계자들을 동원해 전직 대통령을 공격했던 사안. 김 차관이 "원본-사본 논란이 무의미하다"고 밝힌 것은 그동안 청와대 관계자들이 "무식해 원본-사본 문제가 뭐가 뭔지 몰랐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시인한 것과 진배없다는 지적이다.

즉 노 전 대통령측이 원본과 서버를 뜯어서 들고갔다고 떼를 써온 현재 청와대측의 주장이 '무지와 무식에 기인한 잘못된 억지'라고는 차마 얘기못하고 "그런 논란은 무의미하다"고만 얘기한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봉하마을 이지원 서버의 하드디스크 시리얼 넘버만 확인하면 쉽게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기록원 측은 시리얼 넘버를 가져 오지 않았다고만 답했다.

결국 이날 김 차관의 발언은 '노 전대통령이 청와대 서버 원본을 뜯어갔다'는 청와대 측 주장이 엉터리임을 공개시인한 꼴이 되고 말았다. 흠집을 잡는 것 족족 엉터리임이 밝혀지자 현재의 청와대 양해 아래 가져간 자료를 '불법유출'로 몰아가면서 억지를 쓰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길 없어 보인다.

하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