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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헌60주년> ②멀티포인트 개헌론

강산21 2008. 7. 13. 19:52

<제헌60주년> ②멀티포인트 개헌론

기사입력 2008-07-13 09:02
 
 
권력구조ㆍ영토ㆍ기본권ㆍ경제 조항 등 다양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정치권과 학계를 중심으로 개헌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구체적으로 현행 헌법의 어떤 조항을 손질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사안인 권력구조에 대한 논의에서부터 기본권 보장, 영토 및 경제관련 조항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개헌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

이른바 권력구조 하나에만 집중하는 '원 포인트' 개헌이 아니라 포괄적인 개헌, 이른바 '멀티 포인트(multipoint)' 개헌론인 셈이다.

최장수 헌법으로 기록되고 있는 이른바 `민주헌법'에 대한 개정 필요성에는 일치된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여러 견해들의 충돌지점이 적지 않다.

◇권력구조 어떻게 바꿀까 = 가장 큰 관심사로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를 그대로 가져갈 것인지,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로 변화시킬 건지, 또 대통령제를 유지시키는 선에서 중임제로 갈 것인지, 중임제로 갈 경우 임기를 얼마로 할 것인지 등이 쟁점이다.

권력구조 개편의 필요성은 과거 군사정권의 장기집권 기도를 차단하기 위해 도입된 현행 대통령 단임제가 역사적 소임을 다했다는 시각에서 비롯된다.

내각제는 의회가 내각의 진퇴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민주적 요청을 충실하게 반영하는 제도지만 정국불안을 야기하고 의회가 정쟁의 장소로 굳어질 수 있어 한국의 정치 현실에는 맞지 않다는 반론이 있다.

행정부와 입법부의 마찰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외교와 국방 등 외치는 대통령이 맡고 내정은 총리가 책임지는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로 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물론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 구분이 불명확해 권력투쟁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국민 정서상 대통령제를 전제로 개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으며, 그 핵심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당시 주창했던 `4년 중임제'로의 전환이다.

임기말 레임덕을 완화할 수 있고, 대통령이 차기 선거를 의식하게 됨으로써 여론을 반영한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이 장점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시기상조론을 내세운 단임제 유지 주장도 없진 않다.

성낙인 서울대 교수는 "어떤 형태든 대통령에게 쏠린 권력을 나누는 방향으로 제도화돼야 한다"면서 "지금까지 개헌을 하면서 단 한 차례도 없었던 국민적 토론을 거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뜨거운 감자' 영토조항 = 논란거리중 하나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3조 영토조항의 개정 여부다.

제헌헌법 4조를 이어받은 이 조항은 한국정부가 유엔이 인정한 한반도 내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점을 들어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남북 기본합의서 채택 및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을 통해 북한의 실체를 더 이상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할 때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헌법 3조 영토조항이 헌법 4조에서 북한을 평화통일의 대상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과 모순된다는 지적이 있다. 헌법 4조에 북한을 국가로 인정한다는 의미가 깔려 있는 만큼 3조의 영토조항과는 괴리된다는 것이다.

반면 현행 헌법 전문에 한국이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고,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 조항은 존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기본권.경제 조항도 개정 목소리 = 기본권과 관련한 조항도 일부 손질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우선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라는 조항에서 보듯 주체를 `국민'으로 표현한 것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본권에 대한 외국인의 주체성이 폭넓게 인정되는 상황에서 마치 국민만이 기본권의 주체인 것처럼 규정하는 것은 시대착오라는 주장이다.

공무원의 근로3권을 제한하는 헌법 33조2항을 개정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34조의 내용을 좀더 구체화하는 한편 고령화사회에 대한 대응 수단으로서 노인의 사회적 보장의 구체화도 헌법에 명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경제민주화를 위한 규제와 조정의 기능을 국가에 위임하고 있는 헌법 119조2항의 경우 자유시장경제질서 조항과 배치된다는 점을 들어 경제계를 중심으로 개정론이 제기되고 있다.

김일영 성균관대 교수는 "지금 헌법은 지나치게 시장에 많이 개입하는 측면이 있어 시장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고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시장 개입이 전체 국민의 경제주권을 보호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 단순히 자유시장경제 체제만을 고려하는 헌법 개정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반론도 엄존한다.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