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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주칼럼] 여론조작은 가능한가

강산21 2008. 7. 9. 11:43
[김선주칼럼] 여론조작은 가능한가
김선주칼럼
한겨레
» 김선주 언론인
촛불시위의 파장이 언론계로 튀고 있다. 그동안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누리꾼들이 이른바 메이저 신문사인 조선·중앙·동아일보 불매운동과 함께 기업체에 광고 중단 요구를 해 왔다. 조·중·동이 쇠고기 파동의 실상과 촛불집회의 양상을 왜곡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번엔 조·중·동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에 뉴스 제공을 안 하기로 했다. 다음이 불법행위 공간이 되었고, 자사가 지속적으로 명예훼손을 당하고 있는데도 방치했고, 뉴스 콘텐츠의 자의적 배치를 통해 여론을 왜곡했다는 것이 주요 이유다.
 

서로 여론을 왜곡한다고 주장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조·중·동과 인터넷 사이트의 대결이라기보다는 조·중·동과 누리꾼의 대결 구도라고 할 수 있다. 언론의 힘이, 여론 형성의 장이 신문에서 방송으로, 방송에서 인터넷으로 옮아가는 것은 예견되었던 일이지만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다.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인구보다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뉴스를 보고 또 실시간으로 쌍방향 의사소통을 하는 인터넷이, 국민들 특히 젊은 세대들이 가장 선호하는 매체가 된 지 오래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인터넷을 통한 뉴스 전달이 대세가 된 세상에서 여론조작이나 언론장악이 가능할까. 이명박 정부와 집권여당은 방송인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을 잡으면 모든 정책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고 민심도 잡을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언론인 출신이라는 문화부 차관이 대통령이 한국방송 사장을 파면할 권리가 있다고 공언했을 정도로 온갖 무리수를 둬 가면서 한국방송 사장을 바꾸려고 안간힘이다. 국영방송 사장을 대통령이 갈아치우지 못하다니 그게 무슨 대통령인가 사석에서 이 정부 관계자들이 울분을 토했다고 한다.

 

그러나 인터넷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그래서 인터넷을 효율적으로 이용했던 노무현 정부도 어느 시기가 되자 인터넷에서 빛을 잃었다. 전혀 말이 안 먹히는 시점이 왔던 것이다. 사장이 코드인사라고 말이 많았던 한국방송도 노무현 정부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사장을 바꾸어서 방송을 통한 언론장악을 한다거나 인터넷을 이용해 여론을 조작하는 것은 불가능한 세상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알베르 카뮈는 신문기자 출신이었고 스스로 매체를 창간하기도 했지만 언론에 의해 자신의 의사가 왜곡되는 것에 대해 좌절과 상처를 많이 받았다. 그는 언젠가 언론을 두고 “어떤 신문은 그것이 혁명적이기 때문에 진실한 것은 아니다. 신문이 진실할 때 비로소 혁명적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아마도 촛불집회가 힘을 얻는 것은 누리꾼들이 주축이 된 여론의 생성과 발전과 행동이 갖고 있는 진정성 때문일 것이다.

 

다음은 뉴스 콘텐츠를 생산하는 힘이 없고 조·중·동은 인터넷상에서의 여론 형성의 장이 줄어들었다. 양쪽 두루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조·중·동은 포털 사이트를 통해 기사가 나가지 않으면 반대(안티)는 줄어들 것이라는 계산을 한 듯하다.

 

대중은 기억력이 없다. 한가지 이슈에 오래 매몰되지 않는 성격을 가졌다. 누리꾼들도 마찬가지다. 곧 촛불이 사그라들 수도 있다. 그러나 인터넷 자체는 똑똑하다. 기억력이 비상하다. 개별 누리꾼들은 불안정하고 목적의식도 없고 방향도 없어 보인다. 때로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그러나 인터넷 자체가 무척 똑똑하기에 잊은 듯 보여도 언젠가는 불씨가 남았다가 다시 점화된다.

 

조·중·동이 똘똘 뭉쳐 불특정 다수인 포털 사이트를 상대로 여론을 왜곡한다고 분통을 터뜨리는 것 자체가 일단은 메이저 신문사가 여론장악 능력을 상실했음을 자인하는 징표라 할 수 있다.


김선주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