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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세계 식량안보를 위협하는 농업 보조금

강산21 2008. 7. 7. 11:51
 

제3세계 식량안보를 위협하는 농업 보조금


오랫동안 높은 생산성과 농업윤리를자랑하던 미국의 농업은 오늘날 전 세계의 소규모 영농인들에게 손해를 입히고 있으며 미국인의 건강과 복지에도 기여하지 못하는 일종의 카르텔이 되어가고 있다.


미국 정부는 농업부문에 상당한 규모의 보조금을 주고 있는데 매년 약 2백억 달러에 달하는 그 돈의 대부분은 4대 농업재벌에게 돌아간다. 이런 쓸데없는 짓을 미국의 양당은 계속해서 되풀이해 왔다. 농업보조금의 폐해를 줄이려는 시도가 있기는 했지만 세부사항 몇 가지만 바뀌었을 뿐, 시스템 자체는 변함없이 굴러가고 있다. 굳이 변한 것을 들자면 이 제도가 점점 부유한 농업 재벌들의 이익에 영합하면서 새로운 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싼값에 덤핑한 농산물을 수입하는 개발도상국의 농민이 입는 피해는 실로 막대하다.


농업 보조금의 가장 환상적인(?) 측면 중 하나는 그것이 우리 건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옥수수를 한번 생각해 보자. 정부는 지난 10년 동안 약 5백억 달러의 보조금을 옥수수 경작인들에게 지급했고, 그 결과 소비될 가능성이 없는 엄청난 양의 옥수수가 미국 내륙에 쌓이게 되었다. 보조금 때문에 가격이 하락한 옥수수는 멕시코의 농업을 해치고 일부 농민들을 북쪽으로 몰아냈을 뿐 아니라 식품 가공업자들로 하여금 다른 감미료 대신 콘 시럽을 사용하도록 부추겼다. 액상과당의 형태로 사용되는 콘 시럽은 청량음료를 비롯한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첨가물로 들어간다.문제는 콘 시럽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이다.


1960년대 후반에 개발된 액상과당은 1970년에는 그 사용량이 10배로 늘어났다. 이것은 비만의 큰 원인이 되었고, 특히 아동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의학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미국 내의 높은 당뇨병 발생률도 콘 시럽과 관련이 있다. 이러한 결과를 놓고 볼 때, 콘 시럽이 절약시켜 주는 얼마 안되는 돈에 비해 너무나 값비싼 대가를 치르는 것이 아닐 수 없다.


고과당 콘 시럽 문제 - 폴 뉴먼이 경영하는 유기농 식품 브랜드 '뉴먼스 오운'의 레모네이드에까지도 콘 시럽이 들어간다 - 는 농업 보조금이 건강에 미치는 나쁜 영향의 일부에 불과하다. 가령 유전자 변형 식품 문제도 농업 보조금이 촉발하는 폐해로 들 수 있다.


미국은 앞장서서 유전자 변형 식품을 허용한 나라이다. 현재 몇몇 해외 원조 프로그램은 유전자 변형 종자를 원조 받는 국가에 제공하도록 되어있는데, 유전자 변형 종자들은 곡물로 자란 후 거기서 다시 종자를 채취할 수 없도록 유전적으로 조작되어 있어 원조 받은 지역의 농민들은 매년 새 종자를 사야만 한다. 이것은 농작물의 다양성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오는 동시에, 종자의 특허를 소유한 농업 재벌에게 큰 이득을 준다.


거대 기업에 의해 좌우되는 식량 정책은 개발도상국에 값싼 농산물을 쏟아 부음으로써 큰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 그런 농산물 중 다수가 보조금을 받아가며 수출용으로 특별히 재배된 것들이다. 미국의 빈곤국 식량원조 예산 중 상당 부분이 자국 내 잉여 농산물을 사들이는데 쓰인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이 인정하듯이, 이것은 대단히 비효율적인 원조 방식이다. 비용과 에너지가 많이 들뿐더러, 아프리카나 라틴 아메리카와 같이 경제개발과 식량 확보가 밀접한 연관을 가진 국가들의 농산물 가격을 붕괴시킴으로써 소규모 농민들이 설자리를 잃게 만든다.


세계은행의 보고에 따르면, 미국의 농업보조금이 개발도상국들에 입히는 피해는 매년 3천 5백억 달러에 달한다. 그런데 해외 원조에 투입되는 미국의 공적개발자금은 그 7분의 1인 5백억 달러에 불과하다. 이에 관한 한 유럽도 미국 못지 않은 책임이 있다. 보조금 덕분에 남아 돌아가는 미국과 유럽의 식량이 기아선상에서 허덕이는 전 세계 약 8억 명의 인구를 구제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생산, 판매, 운송 시스템의 왜곡과 현지 농업에 미치는 나쁜 영향 때문에 식량 확보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농업 보조금은 식량 이외의 품목에까지 손길을 뻗치고 있는데, 면화 생산자들에게 주어지는 연간 2천 8백억 달러의 보조금은 면화 재배로 생계를 잇는 가난한 나라의 1천만 농민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이런 웃기는 현상은 자유 시장에 대한 강박적인 주장과 '미국이 세계를 먹여 살린다'는 자부심에 찬 선언을 무색하게 만든다. 미국의 해외 원조 - 사실상의 차관과 개발 원조금 - 는납세 규모로 보나 남반부 소농에 끼친 피해로 보나 농업 보조금에 비해 턱없이 적은 액수다. 따라서 단언하건대, 이런 종류의 보조금과 보호주의가 지속되는 한 미국의 정치, 여론 엘리트가 거드름을 피우며 떠들어대는 자유시장운용은 완전히 위선을 뿐이다.


전 세계 빈민에 대한 피해 외에도 사람들의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과, 환경파괴, 농촌사회 붕괴 등 미국 농업정책의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농업 무역 정책 연구원'의 한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기아는 불가피한 것이 아니다. 영양 결핍은 식량 부족 때문이 아니라, 경제를 구축하는 방식과 기아 문제에 대한 정치적 선택의 결과일 뿐이다.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는 기아를 물리칠 수단이 있다. 우리는 식량을 충분히 재배하고 있고, 재분배의 경제학을 잘 알고 있으며, 포괄적인 의사 결정을 보장해 주는 정치적 도구를 가졌다. 또한 적절하고 영양가 있는 음식물에 대한 모든 이들의 기본적인 요구를 충족시킬 능력이 있다."


농업 재벌들에게 과도한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미국은 제3세계의 식량 확보와 국제 정세 안정을 위태롭게 하고 있으며, 인류에게 가장 큰 선물이 되어야 할 식량 문제에 대해 무엇이 원칙 있는 행동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우리의 감각마저 위협하고 있다.


<미국이 세계를 망친 100가지 방법> 존 터먼, 재인, 2008, 4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