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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시위대에 반말…폭행…통행방해

강산21 2008. 6. 21. 13:42
경찰, 시위대에 반말…폭행…통행방해
시위대 규모 늘어나자 기동대 투입…일부 시민 밀려넘어져 실려가기도
2008년 06월 21일 (토) 03:21:58 조현호·최훈길 기자 ( chh@mediatoday.co.kr)

"경찰이 시민들의 얼굴을 사진채증하려면 관등성명과 소속을 밝힌 뒤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도 않고 날 찍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 경찰을 휴대폰으로라도 찍으러 가까이 가자 휴대폰을 빼앗고 부수려했다. 대치하고 있는데 경찰의 다리 사이로 발로 정강이를 걷어차기도 했다."(21일 새벽 1시20분께 30대 초반의 한 시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를 진행중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20일 '48시간 비상국민행동'에 돌입하면서 최근 며칠간 모인 인원보다 많은 시민들이 몰리자 경찰이 또다시 서울 광화문 네거리 중 이순신 동상 방향 14차선을 버스차량으로 차단하는가 하면 일부 시민들에게 폭행을 가하고 강제연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경찰, 많아진 시민에 돌연 '폭행' '강제연행'

   
  ▲ 경찰이 21일 새벽 1시께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앞에서 시민들의 횡단보도 이용을 제지했다. 최훈길 기자 chamnamu@  
 
경찰은 최근 일주일여 동안 동원하지 않았던 기동중대(체포전담반)까지 출동시켜 경찰 차량 맞은 편에 시위중이던 시민들을 강제로 해산시켰고, 이 과정에서 횡단보도까지 가로막아 지나던 행인들까지 가세해 경찰을 규탄했다.

촛불문화제를 마친 2만여 명(주최측 추산·경찰추산은 3000명) 시민들은 명동과 종로일대를 돌아 20일 밤 10시께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 진입했다. 대다수의 시민들은 조선일보 코리아나 호텔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인 뒤 시청앞 광장으로 되돌아왔으나 일부 시민 40∼50여 명은 경찰이 가로막은 광화문 방향으로 향했다.

 

밤 11시40분께 광화문 교보문고 쪽 비각 앞 횡단보도에서 학생으로 보이는 촛불집회 참가자 40~50여명이 댄스와 노래, 자유발언을 하면서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었으나 그곳에 갑자기 경찰이 나타났다. 뒤이어 전경이 들이닥쳐 학생 1명을 강제연행했다(시민들의 증언에 의하면 7∼8명이 연행됐다). 경찰이 시민들(학생) 틈으로 비집고 들어온 뒤 갑자기 '치워버려' '끌어내'하고 외치자 뒤에 있던 전경 1개 중대급 경력(100여 명)이 인도 쪽으로 밀어붙이며서 일부 학생들을 연행했고, 그 자리에 있던 여성 시민들의 가방을 잡아채거나 밀어넘어뜨렸다.

 

현장에 있던 김아무개(33·여)씨는 경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때리기도 했다고 증언했고, 이아무개(28·여)씨는 "전경이 인도로 밀어붙이는 바람에 넘어졌고, 그 위로 전경들이 덮치면서 밑에 깔렸다"고 말했다. 이씨는 "어떤 아저씨는 전경이 잡아채는 과정에서 잠바가 다 찢어지기도 했다"고 밝혔다.

 

시청 앞 모여있던 시민들 너도나도 광화문으로 모여들어…"연행자 석방하라" 연호

   
  ▲ 시민들이 21일 새벽 1시께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앞에서 전경들과 대치해 뒤엉켜 있는 모습. 최훈길 기자 chamnamu@  
 
이 소식이 전해지자 시청 앞 광장에서 의료보험 민영화를 비판적으로 다룬 다큐멘터리 '식코'상영을 긴급 중단하고 상당수의 시민들이 광화문으로 넘어와 자정 무렵엔 700여 명이 넘는 인원이 버스차량 앞을 메웠다. 이후 경찰은 시민들로부터 자극을 받았는지 거친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21일 0시30분부터 일부 시민은 버스차량의 바퀴 또는 차체에 밧줄을 묶어 버스를 끌어내려는 시도도 했다. 이 중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시민은 맨 앞에서 밧줄을 당기다 순간 밧줄이 끊어져 그 자리에서 뒤로 넘어져 의료지원팀이 긴급후송하기도 했다.

 

특히 한 시민이 버스 위로 올라가자, 버스차량 위 플라스틱 벽 뒤에 몸을 가린 지휘관이 "야. 흰 옷 입은 애 너 내려와. 안 내려오면 검거할꺼야. 얼른"하며 반말로 위압적인 상황을 연출하자 시민들은 더 격해졌다. 일제히 "연행자를 석방하라"며 격렬하게 경찰을 비판했고, "반말한 사람 나오라"고 외치기도 했다.

 

시민들의 시위가 계속되자 경찰 지휘관은 마이크를 대고 "(버스에)밧줄 거는 분, 오늘 반드시 검거하겠다"며 "당신들이 이러면서 비폭력 평화시위를 논하느냐. 빨리 줄 풀어"라고 반말을 했다. 또 그는 시위대를 향해 "아고라 회원 분들"이라며 시위대가 특정세력에 의해 움직이는 것처럼 몰아가기도 했다. 그는 0시50분께 "약속한 시간이 다했음을 공지한다"며 "해산 안할 시에는 강제 해산 조치시키겠다. 불응 시 현장 검거하고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한 시민 버스 올라가자 경찰 "흰옷입은 애 너 내려와" 버스끌려하자 "빨리 줄 풀어" 반말

마이크 발언이 끝난 직후 새벽 1시께부터 제1·2기동대 소속 체포전담반(남색 투구에 흰 운동화 착용) 대원 200여 명이 시민들을 밀어내며 거칠게 교보문고 방향으로 달려와 저지선을 형성했다. 이후 2개 중대급 경력이 인도에 있는 시민들까지 에워쌌고, 인도 위까지 올라와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행인들의 통행도 방해했다. 인도 위로 올라온 경찰이 밀고 들어오는 과정에서 한 시민이 경찰에 밀려 뒤로 넘어져 의식을 잃었다. 곧 119 구급대가 출동해 그 사람을 후송해갔다.

 

경찰과 근접거리에 대치하면서 "횡단보도로 건너갈테니 비켜달라"고 주장하던 한 시민은 경찰에 둘러싸이면서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 시민과 지방에서 함께 올라왔다는 40대의 한 시민은 "지금 휴대폰으로 전화했는데 통화가 안 된다"며 "민변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특히 그가 전경 버스에 밧줄을 단 시민들에게 "도망가지 말고 그 자리에서 밧줄 걸고 있으십시오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라고 말하자 시민들은 "나를 체포하라"고 응수했다.

 

지나는 행인 횡단보도 막고…불법채증도

30대로 보이는 한 시민은 경찰의 불법채증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경찰이 시민들의 얼굴을 사진채증하려면 관등성명과 소속을 밝힌 뒤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도 않고 날 찍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 경찰을 휴대폰으로라도 찍으러 가까이 가자 휴대폰을 빼앗고 부수려했다"며  "대치하고 있는데 경찰의 다리 사이로 발로 정강이를 걷어차기도 했다"고 호소했다.

경찰은 이날 새벽 1시45분께 차단한 횡단보도를 열고 시위대와 시민들의 통행을 허용했다.

최초입력 : 2008-06-21 03:21:58   최종수정 : 0000-00-00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