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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광우병 촛불행사가 불법이 아닌 이유

강산21 2008. 6. 20. 13:32

경찰의 엉터리 ‘집시법’ 해석을 고발한다

[주장] 광우병 촛불행사가 불법이 아닌 이유

설창일, 한국민권연구소 부소장

등록일: 2008-06-20 오전 2:36:49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온나라가 시끄러운 지금, 경찰청은 집시법을 앞세워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일어난 촛불시위를 잠재우려 애쓰고 있어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고 있다.

한진희 서울경찰청장은 최근 서울 도심에서 잇따라 열리고 있는 촛불시위에 대해 "개최하는 것을 막지는 않겠지만 행사 성격이 정치적으로 변질되면 불법집회로 규정해 사법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한 청장은 문화제와 집회를 어떻게 구분하는가 하는 기자의 질문에 "전체적인 흐름을 갖고 판단해야 한다. 주최자가 의도했던 목적을 우선 따져야 할 것이다. 또 문화제라면 노래나 연극, 오락이 위주일 것이다. 정치인이나 사회단체가 어떤 주장을 펼치고, 그들 의도대로 (행사가) 진행되면 집회로 봐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집시법을 적용할 때 문화제와 집회의 구분 기준은 의외로 중요하다. 양자를 어떻게 구분하느냐에 따라 이번 쇠고기 촛불행사가 사전신고라는 절차적 문제만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지금 경찰의 논리에 따른다면 촛불의 성격상 야간에 행사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데 야간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현행법하에서 촛불 행사 자체가 금지되고, 따라서 촛불행사에 참여하는 모는 시민들이 범법자라는 억측이 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새로운 의사표현 방식인 촛불행사가 앞으로도 계속 불법집회 논란에 휩싸일 수 없다고 판단되므로 이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집시법을 뜯어보면...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이라 함) 제2조는 시위란 "여러 사람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도로, 광장, 공원 등 일반인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한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를 말한다"라고 규정되어 있고, 집회의 정의는 위 법률에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통상 "공동의 목적을 가진 다수인의 자발적으로 일시적인 모임"으로 해석하는 것이 법학자들의 견해이다.

이러한 집시법의 법조문에 근거하여 판단한다면 현재 촛불행사의 법적 타당성은 다음의 사항으로 정리된다.

촛불문화제는 집시법상 시위요건 충족 안해

첫째, 현재 집시법에는 시위에 관한 정의만 내려져 있으며 집회에 대한 정의가 없는 바 집회의 성립 여부는 법원에서 판단할 수 있으며 경찰이 판단할 영역이 아니다. 또한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문화제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행진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촛불행사가 불법시위라는 논란도 성립될 수 없다.

둘째, 시위의 정의에서 명기된 위력, 기세라 함은 사람의 의사의 자유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이나 그러한 태도를 말하는 바, 현재 촛불문화제에 나온 사람들이 광우병에 대한 대책과 자신들의 건강권에 대한 생각을 노래, 춤, 연주 그리고 자유발언 등으로 표현하고, 연예인들 특히 가수들도 출연하여 노래를 부르고 있는 지금의 촛불행사를 다른 사람의 의사의 자유를 제압·혼란케 하는 세력이나 태도라고 할 수 없으며, 더욱이 그러한 문화행사와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한 자유발언이 행사장을 지나가는 불특정한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는 더욱 아니다. 결국 촛불행사는 집시법 상의 시위요건을 충족하지 않으므로 시위라 볼 수 없다.

경찰은 노래 등 문화행사를 하더라도 피켓을 들거나 정치적 구호를 외치는 경우는 이를 집회라고 본다고 하였으나, 집시법 그 어디에도 다수가 소통하는 방식에 따라, 즉 피켓을 들었느냐 여부에 따라 집회, 시위 여부를 판단한다는 근거 규정은 없다는 점에서 위 주장은 경찰의 자의적 판단, 정치적 엄포에 불과하다.

셋째, 집시법은 제1조에서 "적법한 집회 및 시위를 최대한 보장하고 위법한 시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함으로써 집회 및 시위의 권리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가기관은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 및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촛불행사와 같이 공공의 안녕질서에 해가 되지 않은 자발적이고 자유스러운 소통공간을 오히려 권장해야 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촛불행사가 공공의 안녕질서를 해하거나 위 행사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만큼 과격한 행사가 아님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촛불행사를 집시법으로 규율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부자연스런 것이다.

효순미선·탄핵반대 촛불과 형평성 문제

넷째, 법원의 일반적 판단기준에 미루어 보더라도 촛불행사를 집시법으로 제약할 근거는 없다. 어떤 행위의 성격을 판단함에 있어서 일부분이 아닌 전체적인 맥락에서 판단하여야 하는 것은 법원의 판단기준이고 상식이다.

경찰의 주장을 십분 수렴하여 설사 촛불행사에 정치적 구호가 담긴 피켓과 자유발언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촛불행사의 일부분에 불과하고 수 만명에 달하는 우리 시민들은 각자 정부정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그곳에 참석하여 촛불을 드는 것만으로 표현하기 위해 그곳에 있는 것이므로 전체적인 맥락에 보면 정치적 의사표현은 오히려 일부분에 불과하다. 따라서 일부 참여자들의 행위를 가지고 그곳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을 집회참가자로 규정하는 것도 온당치 않다.

다섯째, 현재의 촛불행사의 연혁을 살펴보면, 새로운 광장문화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멀리 2002월드컵 당시 광화문을 꽉 메웠던 붉은 악마로부터 광장문화는 시작되었다고 할 것이다. 그 후 미군장갑차에 의한 효순·미선이 사망사건이 발생하면서 위 광장문화와 촛불이 결합되면서 오늘날의 촛불문화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2004년 탄핵반대 운동으로 다시 광화문에 촛불이 등장했다. 그러나 위 대규모적인 국민축제와 행사들은 야간에 이루어졌어도 전혀 불법행위로 규정된 바 없었으며 이를 사법처리했다는 입장도 없었다. 결국 현재 촛불행사의 집시법 적용 논란은 이전과의 형평성 문제도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광우병 촛불행사는 집시법상 집회, 시위로 판단할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으며, 집시법으로 행사를 규제할 필요성도 없으며, 그리고 지금의 쇠고기 촛불행사를 이전의 국민적 촛불행사와 달리 볼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집시법상의 구속력이 없는 것이다. 지금의 촛불문화제는 집시법상 신고 없이 자유로이 열릴 수 있다.

경찰의 논리는 정치적 압박에 불과

촛불행사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주동자를 색출하겠다는 경찰측의 입장이 오히려 문제가 될 형국이다. 당연히 법리적 공방에서 경찰측의 입장이 더욱 불리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측은 왜 촛불행사 불법성을 강조하는 것인가? 이는 당연히 현재 터져나오는 국민들의 직접행동을 어떻해서건 차단해보겠다는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뒷받침해 주어야 할 국가기관에서 오히려 기본권을 억누르고 제압하고 있는 지금의 현상은 80년대 민주화의 과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국민의 요구를 억누르는 정부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최근 20% 수준까지 추락해버린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은 이 정부가 얼마나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는지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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