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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CEO 대통령… 쇠고기·대운하 일 벌여놓고 책임전가

강산21 2008. 6. 18. 22:53

 

 

‘무늬만’ CEO 대통령…

쇠고기·대운하 일 벌여놓고 책임전가

 

중부매일 jb@jbnews.com

 

 

 미국의 보수적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월25일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날 사설에서 “‘불도저’라는 별명이 붙은 이 대통령의 당선에는 변화에 대한 한국인들의  열망이 담겨 있다”고 썼다. 불도저란 뜻에는 난관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닥뜨린다는 뜻이 담겨있다. 여기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그의 ‘이력’도

주요한 배경이 됐다. 그러나 집권 이후 그가 보여준 리더십은 불도저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자신이 벌여놓은 일의 결과가 좋지 않거나 반응이 부정적이면 그 책임을 피하려는 경향이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책임전가의 리더십’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그의 태도도 이런 관점에서 반추해 볼 수 있다. 지난 4월 미국을 방문한 이 대통령은 서울에서 한미간 쇠고기 협상이 타결됐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성공한 협상, 잘된 협상”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4월21일 일본에서 출입 기자단과 만나서는 “(쇠고기 협상을) 너무 미뤘다”며 “도시 근로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쇠고기를 먹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미국산 쇠고기는 값싸고 질이 좋다”고 말했다. ‘치적’의 하나로 꼽는 듯한 태도였다. 그랬던 이 대통령은 범국민적 저항이 일어나자 서서히 태도를 바꿨다.

 

지난 7일 기독교계 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거론한 ‘노무현 정부 설거지론’도 그 연장선에서 나왔다. 한나라당을 분열 직전의 집안싸움으로 몰아넣은 친박근혜계 공천 배제와 복당 파동도 비슷한 진행 경로를 밟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23일 박근혜 전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공천심사에서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공천에 관여할 계획임을 ‘예고’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한나라당 공천 과정에서 당시 이방호 사무총장이 청와대와 수시로 통화하며 공천내용을 ‘조율’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총선 결과 친박계가 대약진을 하자 모든 책임과 뒤처리를 당의 몫으로 넘겼다.

 

강재섭 대표를 만나서는 “공천결과에 나도 놀랐다”고 말해, 자신의 무관함을 강조했다.  지난 5월10일 박 전 대표를 만나 “(복당 문제는) 당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운하 문제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지만, 국민 10명 중 7~8명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태도를 흐리고 있다. 청와대를 비롯한 정책 당국자들은 “민간 주도로 추진하겠다”고 하는데, 이 대통령은 “충분히 여론을 수렴해서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다.

 

무엇이 대통령의 ‘진의’인지는 모호하다. 이 대통령은 ‘시이오(CEO) 리더십’을 자신의 특장점으로 포장해 집권에 성공했지만,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진정한 시이오 리더십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