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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등원 선언' 수순 밟기

강산21 2008. 6. 15. 20:28

<민주, '등원 선언' 수순 밟기>

기사입력 2008-06-15 15:33
 
제1야당 민생현안 외면 비판 우려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 통합민주당이 지난달 30일 임기개시 후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18대 국회 등원 문제와 관련, 이르면 이번주중 등원할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

당내에서 정부의 쇠고기재협상 선언이나 실질적인 재협상을 내용으로 하는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에 대한 한나라당의 동의 없이 섣불리 등원해서는 안된다는 의견과, 더이상 장외투쟁은 곤란하다는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손학규 대표가 15일 공개적으로 등원 불가피론을 개진했다.

손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과 오찬 간담회를 잇따라 갖고 "국회 등원을 무한정 늦추고 있을 수는 없다" "의원들이 국회에 안들어가면 무엇을 하겠는가" "나 혼자 나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선택한다면 두말없이 (국회에) 들어간다"는 직설화법으로 등원 선언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앞서 손 대표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진석 추기경,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수경스님, 김지하 시인 등 원로들을 잇따라 만나 의견을 구한 것도 등원을 경계하는 당 안팎의 반대 목소리를 잠재우고 국회로 들어가기 위한 명분 축적의 행보라는 분석이 나왔다.

무엇보다 손 대표의 이날 언급은 제1야당이 국회의 장을 거부하고는 설 자리가 좁아질 수 밖에 없다는 상황인식의 발로로 풀이되고 있다.

고유가 등 경제난이 심화되고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날로 팍팍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81석의 야당이 산적한 민생현안을 외면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더이상 보여서는 안된다는 판단에서라는 것이다.

쇠고기 파동으로 인해 정부 여당으로 향했던 국민들 비판의 화살이 자칫 야당으로 향할 가능성을 손 대표는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오는 20일까지 정부가 쇠고기 재협상을 선언하지 않을 경우 정권퇴진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힌 사실도 민주당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현실적으로 제1야당이 국회는 비워둔 채 촛불집회에 이어 시민단체의 정권퇴진 운동에까지 휘말려 들어가서는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는 탓이다.

당내 정치일정상 7.6전당대회를 앞두고 16∼17일 후보등록 이후 18일부터 대표와 최고위원 출마자들이 전국투어에 나서는 점도 더이상 '거리의 정치'에만 몰두할 수 없는 현실을 만들고 있다.

당 관계자는 "전당대회가 시작되면 장외투쟁의 동력이 급속히 약화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손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등원의 구체적 시기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하지만 결국 이번주중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국에 간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쇠고기 추가협의 결과가 17일께 나올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 결과를 민주당은 예의주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국민대책회의'가 20일을 재협상 선언 마지노선으로 잡았기 때문에 결국 17∼20일에 결단이 내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당내에서는 여전히 성과없는 등원에 대한 반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 3선의원은 "솔직히 오늘 대표의 발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한나라당으로부터 가축법 개정안을 동의받은 뒤 의장단 선출 등 1단계 개원협상에 임하는 식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손 대표는 이러한 당내 강경 여론과 자신이 당의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고 등원론을 혼자 밀어붙인다는 비판론을 잠재우는 동시에 국민여론을 듣기위해 이날부터 소속의원 및 시민 접촉을 강화했다.

이날 오후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박상천, 천정배, 이미경, 원혜영 등 3선 이상 중진의원들이 회동하는 자리에 가 등원에 관한 의견을 청취하고 등원의 시기가 무르익었다고 설득했으며, '네티즌들과의 100분 토론'을 벌여 국민들의 의견을 듣고 야당의 입장을 설명했다.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