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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한나라 사안마다 ‘부글부글’

강산21 2008. 6. 15. 20:25

청와대―한나라 사안마다 ‘부글부글’

기사입력 2008-06-15 19:08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곳곳에서 부딪치고 있다. 인적쇄신뿐만 아니라 공기업이나 수돗물 민영화 문제 등 굵직한 현안이 있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당이 청와대를 너무 흔든다"거나 "청와대가 못하니 피해는 우리가 입는다"는 공방이 거침없이 오고간다.

◇"수돗물 민영화하면 폭동난다"=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15일 기자들과 만나 "집권 초기니까 공기업 민영화를 밀어붙여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틀린 얘기"라며 "집권 초기에는 보통 지지율이 높으니까 개혁작업을 하는 것이지만, 지금은 안 그렇다"고 말했다. 특히 "한전과 수돗물 등은 민영화가 안된다"며 "서울시장에게 들으니 수돗물 원가가 460원인데 160원쯤에 판다. 그걸 민영화해서 가격정상화하면 폭동이 난다"고 말했다. 임 의장은 지난 11일 "공기업 민영화는 국정 후순위 과제"라고 말했고, 14일에도 기자간담회에서 같은 주장을 펼쳤다. 그가 잇달아 공기업 민영화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청와대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내부에는 '7월 이전에 공공기관 개혁안을 발표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다. "경제가 불황일 때 공공기관을 개혁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논리다. 국민 상당수가 공공기관 개혁에 찬성한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된다. 한반도 대운하 추진 문제와 관련해서도 당과 청와대·정부의 입장에는 온도차가 느껴진다.

◇"너무 한다" VS "잘 하던가"=당청 이견은 정책뿐 아니라 이미 인사문제까지로 확대된 상태다. 이명박 대통령도 당에 대해 언짢은 심기를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대통령이 요즘 들어 당에 대해 매우 언짢아하고 있다"며 "나라 경제도 어려운데 여당이 온통 인사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는 취지의 말씀이 있었다"고 전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당이 대통령의 인사권을 너무 흔들고 있다는 불만이 팽배해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해도 해도 너무 한다"며 "집권 초반인데 당이 청와대를 너무 몰아세우는 것 아니냐. 과거 같았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당 입장은 다르다. 고위관계자는 "청와대 참모들이 잘했으면 이렇게 됐겠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청와대가 못하니, 6·4 지방선거 재보선에서 당이 전패한 것 아니냐"며 "국회는 장관 해임결의안을 제출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당은 인적 쇄신과 관련, 류우익 대통령실장 교체를 강력하게 요청해왔고, 일부 문제 장관들에 대해서도 경질 불가피론을 끊임없이 건의하고 있는 상태다.

현실적으로는 청와대와 정부가 당의 주장을 감안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친박연대와 무소속 의원들의 입당이 마무리될 경우 한나라당은 160∼170석의 원내 1당으로, 모든 법률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킬 수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한나라당의 협조없이는 한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남도영 하윤해 김도훈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