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

'테돌이' 정연주 사장 "KBS 바꿔놓는 게 역사적 책무"

강산21 2008. 6. 13. 17:43
"내가 없어도 조중동이 이리 공격할까"
[인터뷰①] '테돌이' 정연주 사장 "KBS 바꿔놓는 게 역사적 책무"
신미희 (sinmihee)
▲ 정연주 KBS 사장은 "'조중동'의 어떤 비난과 비판에도 신경쓰지 않는다"며 "괘념하지 않고 무시해버린다"고 일축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정연주 KBS 사장만큼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인사도 드물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취임이래 17개월간 단독 인터뷰는 단 한번도 없었다. 취임 초기 아예 개별 인터뷰를 사양하겠다고 밝혔던 정 사장은 두 번의 기자간담회를 통해 모습을 비쳤던 게 전부였다.

그런 정 사장이 지난 8월 중순부터 <한겨레21>, <한국일보>, <월간국회보> 등에 이어 <오마이뉴스>와 잇따라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정 사장은 "1년 2개월간 준비한 팀제도입과 지역국 활성화 등 KBS가 새로워지려는 노력이 잘 알려지지 않아서 정당한 평가를 해달라는 차원에서 나서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정 사장은 "일부 신문은 정치적 지향성 때문에 내 이야기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와 함께 "앞으로도 우리 뜻이 왜곡될 수 있는 인터뷰는 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감추지 않았다. 한겨레 재직 시절 그가 '조폭언론'으로 명명했던 '조중동'의 융단폭격과도 같은 매서운 비판보도를 겨냥한 말이다.

"조중동에 일일이 반응 안해... 나중에 역사로 정리하겠다"

그러나 그는 '조중동'의 어떤 비난과 비판에도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괘념하지 않고, 무시해버린다고 일축했다. 마음의 평화가 흔들린 적도 없단다. '조폭언론'으로 지목했던 이들 신문의 수십년된 일방적 편향성은 결코 새삼스럽지도 않을뿐더러 되레 더 강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은 언론인으로서 갖고 있는 상식에도 닿지 않는 사설, 칼럼, 기사들이 그대로 나오고 있다"고 일갈했다.

그는 KBS 사장으로서 보낸 17개월에 대해서도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한겨레 시절보다 5배나 더 고되다'고 바빴던 나날을 표현한 그는, 그러나 "보람과 성과가 있기 때문에 힘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KBS를 바꾸어놓는게 역사적인 책무라고 생각하고 고단함도 잊은 채 KBS 사장 2년차를 맞고 있었다.

그중 가장 큰 보람으로 역시 8월에 단행한 팀제 도입과 지역국 활성화을 골자로 한 조직개편을 꼽았다. 그는 과거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보여온 KBS의 개혁 움직임과 관련, "이제 KBS의 반성은 1회용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그는 남은 임기 중 충분히 KBS 개혁과제를 다져놓을 자신을 내비치며 "차기 사장은 KBS 내부에서 나와야 개혁을 이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지난해 영국의 공영방송 BBC에서 3박 4일간 집중 탐구한 사례를 들면서 "앞으로 KBS의 경쟁자는 BBC, NHK"라며 국제화에 대한 포부를 비쳤다. 또 다큐멘터리, 드라마 등에서 호흡이 긴 대작으로 승부수를 던질 것을 밝히며 "우리 사회가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성숙한 사회로 가도록 기여하는 게 KBS의 공영성"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최근 KBS 사장실에서 가진 가진 정 사장과의 인터뷰 요약이다.

"'정연주 브랜드' 프로그램은 애초 없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취임 이후 언론과 개별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가 최근 접촉을 늘린 이유는.
"개별 인터뷰를 피했던 것은 내부적으로 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KBS는 그동안 관료적, 권위주의적인 분위기가 일선 제작자의 독창력과 창의력을 억눌러왔다. 사장은 제왕적 권력을 행사했고, 그런 문제를 극복하는데 전념하고자 했다. 지난 1년 2개월간 팀제 도입과 지역국 활성화를 골자로 한 조직개편을 준비했다. 8월 단행된 조직개편의 경우 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KBS가 새로워지려는 노력이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오해도 생기고 해서 설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몇몇 매체와 인터뷰를 했는데 이들을 선택한 기준은.
"선별한 게 아니라 개별 인터뷰를 하자고 요청한 순서로 했다. 그렇다고 해서 오해를 낳을 만한 매체와는 피하고 싶었다. 종이신문은 지면제약이 있고, 일부 신문은 정치적 지향성 때문에 내 이야기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인터뷰를 하는 게 역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했다. 그게 우리 언론의 현실이다. 앞으로도 우리 뜻이 왜곡될 수 있는 인터뷰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 취임 뒤 평직원과 자유롭게 얘기하고 '소주' 뒤풀이를 즐기고, 취임식에서 관현악 반주를 사양하는 모습 등이 파격으로 비치기도 했다.
"그만큼 과거 권위주의적이고 관료적인 잔재가 남아있다는 뜻이다. CEO라면 당연히 분위기 파악을 위해 식당 가서 사원들과 얘기 나눌 수 있다. 제작현장 가서 얘기하다 보면 일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사장으로 올 때 이미 각오했고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주장했지만, KBS 사장이 그동안 누렸던 제왕적 권력을 일선 제작부서와 중간 관리자들에게 넘겨주고 떠날 것이다. CEO로서 일상적 기능을 수행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 KBS 내부에서도 취임 이후 가장 큰 변화로 '조직문화가 달라졌다'는 점을 꼽는다.
"사실 KBS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많았다. 미국 특파원 시절에는 일부 프로그램으로만 접했고, 출입처에서 만났던 KBS 기자들 인식 정도였다. 90년 이후 KBS 민주화 과정을 직접 확인할 기회도 없었다. 그런데 와보니 상상을 뛰어넘는 건강함이 있었다. 변화, 개혁에 대한 바람이 오랫동안 축적된 게 있었다. 이 분들과 뜻을 모으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 이번 조직개편도 혼자 한 게 아니다. 집행기관 간부, 노조, 일반 사원, 이사회 등 모든 조직이 같이 했다. 내부에 그런 건강함이 없었다면 사장이 와서 무엇을 한다고 해도 활용하지 못했을 것이다."

- 일명 '정연주 브랜드'로 불리는 프로그램까지 있지 않은가.
"(웃음) 그런 것 없다. 가령 얘기가 많이 나온 <미디어포커스>를 보면 새로 만든 포맷이 아니다. 그전에 있던 <시사포커스>의 미디어비평 코너를 독립시킨 것이다. 그것도 제가 와서 한 게 아니다. 별도 프로그램으로 독립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내부에서 끊임없이 나왔다고 한다. 전 서동구 사장도 잠깐 있는 동안 약속했던 일이다. <인물현대사>도 와보니 기획안이 나와 있었고 진행자로 문성근씨가 내정까지 돼 있었다. 당시 신문을 보면 내정 기사까지 나왔다. 마치 정연주가 와서 '엄청나게 변했다'고 보는 것은 오해이다. 제가 일정한 역할을 한 게 있다면 제작진의 창의력, 독창력을 억압하던 구조를 벗겨줬다는 것이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9시뉴스 큐시트 받아본 적 없다"

- 그럼 프로그램 변화에 대한 영향이 없다는 뜻인가.
"일선 제작진과 프로그램에 대해 일절 간섭하지 않는다. 제작진이 자율권과 책임감 갖고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 만들어야 한다. 최근 중동문제를 다룬 특집을 3번 방영했다. 내용도 좋았지만 생명조차 위협받는 곳에 가서 우리 시각으로 중동문제 전반을 취재했다는 것은 그만큼 자율적인 제작이 이뤄졌다는 의미이다. 이런 프로그램은 어느 날 불쑥 나올 수 없다. KBS가 건강한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사례다. '9시뉴스' 큐시트를 미리 받아본 적도 없다.

출근 첫 날 오후에 9시뉴스 아이템이 쭈욱 적힌 큐시트를 가져왔길래 보내지 말라고 했다. 사장이 보도에 개입된다면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 보도국 독립을 위해서는 누구도 간섭해서는 안된다. 프로그램 관련해 이래라 저래라 지시한 적도 없다. 일선 제작자들이 자율을 갖고 하라는 것이다. 개인적 견해가 있고, 방향성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게 있지만 그걸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사장이라는 권위 때문에 지시로 받아들일 수 있다. 정말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성숙되면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 정 사장만큼 언론의 주목을 받는 인사도 드물다. 특히 한겨레 재직 시절 '조폭언론'이라고 명명했던 '조중동'의 매서운 비판을 많이 받고 있는데.
"특히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경우 제가 언론인으로서 갖고 있는 상식에 닿지 않는 사설, 칼럼, 기사들이 있다. 하지만 두 신문이 수십 년간 했던 보도행태로 볼 때 결코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정연주'나 '정연주 이후 KBS'에 대해서만 그런 게 아니다. 우리 사회의 사안, 사안마다 일방적 편향성을 보여왔기 때문에 새삼스럽지 않다. KBS 오기 전 그 언론을 지목해서 사용했던 표현도 일방적 편향성 때문에 지적했던 것이다. 그럼 그런 문제나 행태들이 바뀌었느냐, 사실 오히려 강화된 측면이 있다고 본다. 막상 당해보니까 더 심하게 느껴지더라.

그러나 그런 지적에 신경쓰지 않는다. 괘념하지 않는다. 많은 분들이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으면서 마음이 편하냐고 물어보는데 불편할 이유가 없다. 그 신문들이 언론권력을 행사하면서, 지속적으로 그렇게 보도해왔기 때문에 낯설지도 않다. 마음의 평화가 흔들린 적이 한번도 없다. 무시한다고 보면 된다. 정말이다. 신문을 볼 시간도 없지만, 방송관련 보도 스크랩으로 주로 보는데 제목만 봐도 무슨 얘기를 할 줄 안다. 심지어 어떤 기사를 보면 다음에 사설이 어떻게 나올지 예상된다. 신문 행태가 그렇게 되면 비극이다. 우리 사회의 건강함을 지향하는 입장에서 볼 때 참 슬픈 일이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일부 신문의 ‘정치적’ 비판을 두고 "병든 사람들이 쏟아내는 병든 언어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정말 신경 쓰이지 않는가?
"다른 한편으로는 여기 오기 전 일부 신문에 대해 상당히 격렬하게 비판했는데, 조폭언론이라고 썼고. 그 분들 입장에서 보면 '조폭언론'이라고 했던 사람이 비판의 대상이 됐으니까 그 신문들이 그렇게 비판하는 게 자연스럽다는 생각도 든다. 거기서 뭐라고 하든 정말 신경 안쓴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정치, 사회, 경제 등 각 분야에 있는 분들이 일방적 언론보도나 편향적 비판에 대해서는 무시를 좀 해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우리 사회의 건강성이 회복될 수 있다고 본다. 사장으로 와서 '조중동' 기사를 두고 왜 못 막았느니, 왜 이런 기사가 났느니 야단친 적 없다. 그냥 무시해버리라고 한다.

그러나 어떤 사안에 대해 우리가 부족한 면이 있을 수 있다. '적기가' 방송의 경우 처음에 우리도 몰랐다. 물론 의도를 갖고 방송했다고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다만 공영방송 KBS에서 그런 실수를 한 것은 분명히 우리 잘못이다. 그래서 바로 사과했고. 기회 있을 때마다 사과했다. 재발방지를 위해 사내 절차도 밟고 있다. 부족한 것을 지적해주면 언제든 환영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이데올로기적으로 확대 비판한다면 수용하기 힘들다. '조중동'식 비평이 아니라 시청자위원회, 심의실, 노조나 직능단체, 시청자들로부터 오는 의견이나 지적을 매일 챙기고 있다."

- 지난해 송두율교수 사건 때 '간첩단 연루 혐의' 등 터무니없이 악의적인 보도가 많았는데.
"하도 많아서 일일이 기억하지 못한다. KBS 사장 재직 동안 보도를 다 모으려고 한다. 임기가 끝나고 나서 '역사'로 정리할 계획이다. (스크랩을 보여주며) 어떤 시대에, 어떤 기자가, 어떤 왜곡된 기사를 썼는지 다 나온다. 보도 문제는 그때 가서 정리할 일이다. 지금은 공영방송 KBS가 어떻게 하면 제대로 운영될지에 내 에너지를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해서 결과물로 시청자들한테 평가받으면, 과거 비난에 가까웠던 비판은 자연히 묻히리라고 본다. 60을 넘게 살아오면서 평소 역사에 대해 낙관하는 게 나와 하늘과 역사가 알면 된다. 내 자신과 우리 조직이, 또 우리 프로그램이 떳떳하다면 옆에서 뭐라고 얘기하든 별로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저런 보도는 자료로 모아놓고 나중에 역사로 정리할 정도지 일일이 반응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 정 사장이 'KBS의 개혁 로드맵' 앞에서 개혁 청사진을 설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동아일보> 애증 교차... 생각할 때마다 안타깝다"

- 그중 친정이라고 할 수 있는 <동아일보>의 집요한 공세도 빼놓을 수 없을 듯하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동아일보는 생각할 때마다 안타깝다. 동아일보 기자 생활 때만 해도 최고의 신문이었는데 '왜 저렇게 나락으로 떨어졌나' 싶기도 하고. 김병관 명예회장이 '조폭언론' 칼럼 나간 이후 저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간접적으로 전해들었는데 그런 게 영향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르겠다. 동아일보에 대해서는 애증이 있다. 제 젊음을 상당 부분 바쳤고, 언론계 삶이 거기서 출발했고, 무한한 애정을 가졌고. 지금도 애정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어쩌다가 저 모양으로 전락했는지 생각하면 안타깝다. 저뿐 아니라 동아투위 동지들이 다 그렇게 생각한다. 그 회사의 리더십 그룹이 그만한 철학이나 비전이 없었거나 구성원들이 내부적으로 심각하게 고민할 문제다. 제가 이래라저래라 할 일이 아닌 것 같다. 참으로 동아일보 생각할 때마다 안타깝다."

- 그간 사장직을 수행하면서 'KBS 사장 참 만만하지 않구나'라고 느낀 적은 언제인가.
"KBS 사장 자리가 편하게 대강대강 넘어갈 수도 있지만 제대로 하려면 밤잠을 잘 수 없을 만큼 일이 많다. 육체적으로 시간이 부족한 게 가장 힘들다. 새벽 6시부터 나와야 하니까. 아침부터 보고받고 회의하고, 출근부터 퇴근까지 이어진다. 그동안에는 팀제와 지역구 문제 때문에 끊임없이 토론해야 했고, 어떤 문제는 보고받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하고 이사를 설득해야 했다. 진짜 1년2개월간 일련의 과정들이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요구하더라. 간단한 일이 아니다. 개인적인 일이라면 힘이 들어서 못할 것이다. 그러나 매우 의미있고, 보람있는 일이기 때문에 힘든지 모르고 하고 있다. KBS를 바꾸어놓는 게 역사적인 책무라고 생각하고 즐겁게 하고 있다."

- 그중 보람을 느낀 적도 많았을 터인데.
"KBS가 규모도 크지만 그 영향력도 굉장히 높아졌다. 그만큼 책임감도 무겁다. 프로그램 하나하나가 신중해야 된다. 그동안 와서 보람 있는 일로 꼽자면 2TV가 굉장히 맑아졌다는 것이다. 공영성이 많이 강화됐다. 지난 6월 프로그램 품질평가 지수 조사에서 지상파 4개 채널 중 2TV가 1TV에 이어 2위를 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 뉴스 등 보도프로에서 지수가 높게 나왔다. <스펀지> <비타민> 등 공익적 내용을 담은 오락프로그램도 크게 기여했다. 그러면서 <스펀지>의 경우 시청률이 19%대를 유지하고 있다. 수입의 60%를 2TV 광고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런 결과는 쉽지 않은 일이다. 아직 모두 사라지지 않았지만 과거 선정성, 가학성으로 비난받았던 버라이어티 쇼도 많이 줄었다."

- 좋은 프로그램이 늘어도 시청률이 떨어진다면 그것 역시 압박이 되지 않는가.
"지금 KBS는 전반적으로 좋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평소 KBS에 가장 이상적인 시청률은 1TV가 1위를 하고, 2TV가 2위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데 그렇게 되고 있다. 얼마 전까지 드라마에서 고전을 했는데 <구미호외전>과 <풀하우스> 등에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주말드라마 <애정의 조건>, 일일드라마 <금쪽같은 내새끼> 등 선전하고 있다. 광고시장이 이렇게 어려운 적이 없었는데 모두 팔릴 정도였다. 2TV는 재미있으면서 정보도 있는 채널이 돼야 한다. 이번 팀제 도입으로 제작부서 CP 중 32명이 팀원으로 투입됐기 때문에 앞으로 프로그램이 더 생명력 있고 좋은 결과를 얻을 것으로 본다."
2004-09-13 11:38 ⓒ 2007 OhmyNews
"임기중 개혁 다져놓을 것.. 차기사장 내부서 나와야"
[인터뷰②] 정 사장 "과거사 청산은 역사적으로 당당해지기 위한 것"
신미희 (sinmihee)
▲ "부분적인 친일행위에 대해 스스로 인정하고 사과하면 누가 돌을 던지겠는가" 정 사장은 일부 언론의 솔직한 과거사 청산을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이번 조직개편의 방향은.
"시스템 정비는 먼저 '항아리형 조직구조'부터 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KBS 내부에서 개혁에 대한 끊임없는 요구와 아이디어가 있었다. 그런 에너지를 총동원할 수 있느냐가 지난 1년 2개월 동안 추진한 내용이다. 개혁추진단을 발족, 그간 나온 안을 정리하고, 노조와 협의하고, 이사회 승인을 거쳤다. 부문별 회의를 다 합치면 70회가 넘을 것이다. 팀제는 어느 누구의 작품도 아니고 우리 모두의 작품이다. 어느 날 뚝 떨어진 게 아니다. 건강한 다수에 의해 끊임없이 추구됐던 게 모아진 것이다. 그래서 '역사의 필연이고 시대적 요청'이라고 표현했다. KBS만의 과제도 아니다. 자리와 승진 위주에서 일, 현장 중심으로 옮기는 작업은 공기업, 공무원 사회로 확산돼야 한다."

- 취임 당시 "프로그램 개편과 조직 활성화 등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밝혔는데 팀제도입 등 조직개편을 말했던 것인가.
"그때는 구체적인 안을 갖고 말한 것은 아니었다. 와서보니 KBS 지역국이 너무 버려져 있었다. IMF 외환위기 당시 1000명 정도를 구조조정하고 인원이 부족하다 보니 지역국원을 편법으로 충원해 쓰고 있었다. 지역국 기자와 제작진을 만나면 한결같이 말하는 게 '지역국 황폐화'였다. 그래서 중간관리층은 대단히 많고 일손은 적은 '항아리형' 구조를 깨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제도개혁 뿐 아니라 일선제작진에게 최대 자율권을 보장해주는 문화개혁도 중요했다. 또 우리 재원을 공영화해야 한다고 봤다. 공영방송 재원의 60%를 광고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근간이 돼야 할 수신료는 24년째 동결돼 있다."

"'창가족' 잘못된 조직문화 상징... 팀제 도입은 모두의 작품"

- 팀제도입과 지역국 활성화의 골자는.
"1년 2개월 추진했던 조직개편의 두 축은 결국 팀제 도입과 지역구 기능조정을 출발로 하는 지역국 활성화이다. 팀제는 자리와 승진 위주의 직장문화를 일, 현장 중심으로 바꾸자는 게 핵심이다. 관리자에만 머물러 있던 중간급 이상 간부를 현업으로 보내자는 안이다. 차장급 이상이 1200여명인데 팀장 숫자가 185명으로 줄었으니 1000여개 자리가 없어졌다. 그분들이 현장으로 투입됐고 효과를 거두고 있으니 지난 1년여 노력이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또 선택과 집중을 통해 7개 지역국 기능을 조정, 지역국 활성화를 꾀하고자 했다."

- 조직혁신을 얘기하면서 '창가족' '철밥통' 용어를 썼던데.
"우리 사회에는 사닥다리형 위계질서에서 승진이 인생의 목표가 되는 문화가 있다. 승진이 안되면 인생의 낙오자로 여겨진다. 정년퇴임까지 강제로 쫓아내는 퇴출구조도 없다. 부장, 국장하던 사람들에게 예우차원에서 '위원' 자리를 준다. 일선으로 가도 선배대접 하느라 일을 맡기지 않는다. 그러면서 부·국장 때 누렸던 기득권이나 직책수당을 그대로 유지한다. 일은 하지 않으면서 햇볕 좋은데 자리잡고 퇴임까지 가는 '창가족'이 생긴 것이다. 잘못된 조직문화의 상징이다. 팀제 도입 이후 없어졌지만 이전에는 76명쯤 됐다. 그분들이 방만한 KBS 운영의 상징처럼 알려졌다. 다 노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분위기가 놀고먹는 것으로 알고 있고, 또 상당수는 놀고먹었다. 이제는 위원제가 없어졌고 그분들이 팀장, 팀원이 됐다. 팀장 발령을 받지 못하면 현장에서 팀원으로 일하게 됐다. 이렇게 되면 '머리 허연' 기자도 나오고, 정년까지 일선 PD로 일하는 큰 PD가 나오고, 전문가들이 나오게 된다."


▲ 정 사장은 "팀제 도입의 구체적 결실이 심층보도의 강화 등 보도본부에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일부에서는 팀제 실효성을 우려하기도 하고 일선에 내려간 중견간부들의 부적응 문제도 지적하고 있다.
"처음에 거부감 있는 것은 당연하다. 부장, 국장으로 있다가 새카만 후배들하고 일하자니 서먹서먹했다고 하더라. 수십년간 계속돼온 관행을 깼으니 왜 박탈감이 없겠는가. 선배들이 희생을 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 거름이 돼서 일과 현장의 중심조직으로 가는데 기여하리라고 본다. 그분들이 직접 일에 참여해서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고 있다. 라디오본부에서는 새벽이나 심야 프로그램 등 다소 꺼려하는 분야를 자진해서 맡고 있다. 지역국의 경우 현업 제작인원이 늘어난 결과가 됐다. 제주총국의 경우 '메기호' 재난방송할 때 인원충원 효과를 톡톡히 봤다. 지역국 기능조정이 더 진행되면 185명이 지역총국으로 옮겨가게 된다. 그러면 지역국 활성화에 더 기여할 것으로 본다. 부·국장 등 선배들의 경륜과 노하우, 후배들 패기 및 젊음이 맞나 시너지효과를 낼 것이다."

- 직장협의회 주비위원회 구성 움직임 등 조직개편에 거세게 반발하는 분위기도 있지 않은가.
"KBS 내부에는 사내게시판 등 공개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채널이 열려 있다. 인사단행 뒤 불만을 쏟아놓는 메일도 많이 받는다. 노조와 17개 각종 협회 등을 통해서도 견해를 밝힐 수 있다. 그럼에도 또 하나의 공개채널이 필요하다면 만들 수 있다. 직장협의회 비판도 KBS 질서를 해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다만 처음 문제제기했던 과정은 비판받을 대목이 있다. 내부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다면, 구성원에게 먼저 밝히고 의견 모으는 과정이 중요했다. 그런데 직장협 구성 제안이 뜨자마자 조선일보에 보도됐다. 정치적 성향이 짙은 조선일보에 바로 기사가 나갔다는 것은 (직장협에) 정치적 편향성이 있다고 봤다. 탄핵방송과 일부 프로그램에 대해 비판할 수 있고, 그런 비판을 극복하는 건강한 사내토론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 절차나 과정은 건강해야 한다. 당당해야 한다."

- 이번에 단행된 조직개편을 두고 '혁명적'이라고까지 표현했다. 하지만 KBS가 가야 할 길은 멀지 않은가.
"팀제가 안팎에서 주목받고 있다. 비판하는 입장에서는 비판하는대로, 성공하길 바라는 입장은 또 그런대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구성원들도 충분히 이해하고 성공시키려는 노력을 할 것이다. 팀제는 분야별 전문가 육성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전문가가 되려는 사람들을 선택, 지원할 것이다. 전문가 그룹을 엄격하게 선별, 육성·지원해서 팀장에 버금가는 보상을 해줄 것이다. 그렇다고 한번 됐다고 계속 누리게 하지 않는다. 2∼3년마다 한번씩 검증하도록 할 것이다. 또 새로운 개혁이 될 수 있도록 일종의 기동타격대격인 변화관리팀을 운영하고 있다. 항상 모니터하고 문제점을 바로바로 고칠 수 있도록 말이다.

"KBS 반성 1회용 없다... 남은 임기 중 충분히 다져놓을 자신 있다"


▲ 정 사장은 남은 임기 중에 충분히 개혁기반을 다져놓을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신입사원 채용방식에서도 큰 변화가 있던데.
"지난해부터 지역총국의 과반수 이상은 그 지역 출신으로 뽑는 지역할당제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합격자의 36%가 지방대 출신자로 전년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났다. 그간 구조적으로 차별받았던 지방대 출신을 적극 고려하자는 취지다. 또한 면접볼 때 출신 지역과 대학 등을 밝히지 않는 '블라인드 인터뷰' 방식을 택했다. 장애인들에게는 10%의 가산점을 부과하고 정원외로 뽑는다. 서울-지역간 불균형과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소수자를 고려해야 진정한 의미의 평등을 구현할 수 있다. 영어중심 채용관행을 바꾸기 위해 한국어능력 시험점수를 더 높은 비율로 반영한다. BBC 영어가 영국 표준어이듯 KBS 한국어가 우리말 표준어가 되겠다는 뜻이다. 올해는 연령제한도 완전 폐지했다.”

- 혹자는 KBS 개혁을 두고 ‘5년마다 쓰는 반성문’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KBS 개혁이 지속되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정권이 바뀌고 나서 했던 KBS의 반성이 내부 구성원 마음에서 진정으로 나왔다면, 다수 의견에서 나왔다면 지속됐을 것이다. 짐작컨대 지도부에서 정치적 레토릭(수사)으로, 1회용으로 반성하고 그걸 받쳐주는 시스템이 없었을 것이다. 이번 팀제도입은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놓는 것이다. 이제 KBS의 반성은 1회용 아니다. 이를 남은 임기 중에 충분히 다져놓을 자신이 있다. 저와 구성원들이 해놓은 개혁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려면 차기 시장은 KBS 내부에서 나와야 한다. 지금 과정을 다 지켜보면서 그 필연성을 100% 이해한 사람이 한다면 절대 과거로 회귀할 수 없다. 실패할 수 없다."

- 결국 KBS 개혁의 성공 여부는 구성원들 몫이라는 뜻인가.
"그렇다. 90년 방송민주화 투쟁 이후 KBS 내부는 그 씨앗을 키워왔다. 지난 10여년간 활짝 꽃피지 못했을 뿐이다. 지금은 그 축적된 힘을 꽃피울 시대가 됐다. '정연주'가 와서가 아니다. 역사의 필연이자, 시대의 흐름이다. 내부 역량이 모아진 속에서 후임 사장이 나온다면 KBS 개혁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믿는다."

- 최근 과거사 청산과 관련, KBS 역시 언론계 과거청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 맥락에서 지난해 <미디어포커스>에서 보여줬던 'KBS, KBS를 말한다' 후속이 나올 수 있지 않겠는가.
"자꾸 반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스스로 떳떳해지기 위해 과거 잘못에 대한 용서를 구해야 한다는 게 중요하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도 같다. 일제강점기에 긍정적인 역할도 했고 부정적인 역할도 했다. 부역도 했고 저항도 했다. 그런 부분적인 친일행위에 대해 스스로 인정하고 사과하면 누가 돌을 던지겠는가. 그런데 자꾸 아니라고 우기니까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과거사 청산은 스스로 떳떳해지고 역사적으로 당당해지기 위한 것인데 그 자체를 반대하는 게 우선 이해되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자꾸 악용하는 것도 안타깝다. KBS는 과거에 대해 반성하고 떳떳해지는 게 프로그램을 통해서 나타내야 한다. 요즘 KBS 구성원이나 프로그램은 당당해지고, 자기검열을 필요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 지난달 시민사회 의견수렴 없이 KBS 독단으로 기존 시청자위원회 유지를 결정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시청자위원회는 여러 계층과 단체에서 대표 인물을 뽑아서 프로그램에 대한 지적과 비판적 논의를 하는 곳으로 지난해 위원회 구성이 잘 됐다고 생각했다. 시청자위원회도 적극적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교체 필요성을 절박하게 생각하지 못했다. 그게 안이한 판단이었다면 1년 뒤에는 어떻게 폭넓은 의견을 모을지 성실하게 고민하겠다. KBS처럼 집중적으로 감시되는 곳이 없다. 대부분 경영자료가 공개돼 있다. 그런 측면에서 매우 건강한 조직이다. 시청자위원회 교체에 대한 지적은 KBS 투명성을 더 높여야 한다는 좋은 의견으로 받아들인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이라크 파병보도에 대한 국방부의 보도자제 요청을 KBS, MBC 공영방송이 전폭 수용해서 '관제언론으로의 회귀'라는 비난을 샀는데.
"과거 보도지침 시절 요구됐던 사안은 매우 일상적인 것까지 독재권력 유지 수단용이었다. 이번 엠바고 요청은 정책보다 부대원 안전과 관련된 것으로 알았다. 그 문제는 보도본부 자체로 판단했다. 그러나 국방부 요구를 과하게 받아들인 문제는 반성해야 한다고 본다. 자이툰부대 파병의 경우 국군 안전과 관련한 부분은 협력해야 하지만 백지위임처럼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지난번은 처음이어서 깊이 있는 고민을 못한 것 같다. 우리의 경우 정부가 엠바고 요청을 남발하고 기자들도 너무 쉽게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 기자들의 편의주의도 있고 기관등에서는 언론을 쉽게 관리하려는 의도가 있다. 우리 언론이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위해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 <한국사회를 말한다> <인물현대사> <일요스페셜> <미디어포커스> 등 대표적인 개혁 프로그램의 진로에 대한 가장 큰 고민은.
"타이틀이 무엇이든 거기에 담기는 내용이 얼마나 질이 높고 완성도가 높은지가 중요하다. 누구나 봐도 탄성을 낼 만한 작품이 나와야 한다. 내부적으로 시스템은 많이 갖춰졌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제작인원이 넉넉하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미국, 영국, 일본 등에 비하면 제작인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TV프로그램은 인적, 물적 자원이 종합적으로 필요한 분야이다. 따라서 인적 지원체제를 어떻게 강화하느냐가 프로그램 질을 좌우한다. 이번 팀제도입으로 일정부분 보충되고 있고, 경륜있는 인력이 일선으로 내려갔다. 각 본부별로 기획팀을 만들어 호흡이 긴 장기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하반기부터는 드라마뿐 아니라 다큐멘터리 등에서도 큰 작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과거 신문사 재직 시절 탐사보도 강화를 강조했는데 방송보도의 탐사저널리즘에 대한 구상은 없는가.
"팀제 도입의 구체적 결실이 나오는 곳이 보도본부이다. 과거 신문, 방송할 것 없이 편집국장, 보도국장이 전권을 쥐고 있었다. 이제는 팀장이 동등한 자격으로 편집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활발한 토론과 아이템 선정 등이 이뤄진다. 기획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밀렸던 경제뉴스, 국제뉴스가 많이 반영되고 3분짜리 심층뉴스도 많이 들어가고 있다. 본격적인 탐사저널리즘과 별도로 1분 10초짜리 백화점식 나열의 단발성 포맷을 좀더 심층적으로 가져가려고 한다. 과거 한 부처에 한 명씩 출입기자가 나가던 방식에서 다수가 다수 출입처로 나가고 있다. 출입처 위주에서 분야별 취재로 방식이 바뀌고 있다. 이런 변화가 다른 언론사에도 번지리라고 본다. 기자들이 자기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어야 한다."

"KBS에서 '정연주'가 쏙 빠져도 그리 부당하게 공격할 것인가"

- 수신료 문제 개선도 KBS 개혁의 주요한 과제인데.
"이상적인 수신료와 광고수입 비중은 7:3으로 본다. 당연히 수신료 현실화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수신료 문제는 국회 결정 사안이므로 KBS가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다만 원론적인 차원에서 얘기하면 최선의 선택은 광고가 하나도 없는 공영방송이 좋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국민부담이 커지므로 7:3의 비율을 생각했다. 당장 30% 가는 것도 쉽지는 않다. 그래서 수신료 60%, 광고수입 40%만 되도 공영적 재원구조로 가는 게 아니겠느냐는 생각이다. 다음에 점진적으로 광고비율을 줄여나가면 되지 않겠느냐는 바람이다. 하지만 국민이 동의해주고 국회가 승인해주려면 KBS가 비효율적인 경영을 덜어내고 떳떳해져야 한다. 지금 그런 노력을 하고 있다."

- 언론계 전반의 경영상태가 좋지 않다. 올해 KBS는 어떤가.
"지난해 광고목표에서 800억이 미달됐는데 올해는 1300∼1500억 미달될 것 같다. TV광고 크기 자체가 10% 줄었다. 지난해 실질적으로 임금인상을 하지 못했다. 적자규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2년 연속 긴축경영을 하고 있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외부환경이 워낙 좋지 않다. 남은 기간 얼마나 허리띠를 졸라매고 적자를 극소화할 수 있는지, 광고수입을 더 늘릴 수 없는지 강구하고 있다. 올해도 인상은커녕 임금삭감안을 내놓았다. 조직개편 등 엄청난 변화의 스트레스를 받는 사원들에게 다른 것으로라도 격려해주는 게 필요한데 CEO로서 정말 고통스럽다. 2년 내리 임금동결은 너무 혹독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노조와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것이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다른 방송사와 비교해 노동생산성이 절반도 안된다는 지적을 받곤 하는데.
"잘못 알려진 수치 중 하나가 KBS를 MBC, SBS와 평면 비교하는 것이다. MBC와 SBS는 지역방송과 자회사 등이 대개 나뉘어져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지상파 2개, 위성채널 2개, 라디오 7개에 사랑의소리, 국제방송, 국립교향악단, 국악관현악단 등 공적서비스 기능까지 모두 하나의 조직으로 돼 있다. 지역총국과 지역국도 본사 소속이다. 그런 규모로 치자면 2TV·2라디오 광고수입과 수신료만으로 운영을 유지한다는 것 결코 방만한 경영이 아니다. 흔히들 KBS를 방만하다고 얘기하는데 모든 채널이 수익을 MBC, SBS 등과 비교할 게 못된다. SBS 노동생산성이 KBS보다 두배라고 하는데 그건 사회과학의 기초도 모르고 분석이다. 수익은 없고 지출만 되는 공적 서비스를 모두 거느린 KBS와 모든 채널이 수익을 내는 상업방송의 단순비교는 무리이다."

- 수년간 계속됐던 디지털방송 논란이 방송사-노조-방송위-정통부 논의를 통해 종식됐다. 그러나 지상파DMB와 위성DMB의 경쟁구도 등 새로운 문제가 도출되고 있는데 KBS 입장은.
"위성DBM는 통신재벌이 추진하는 유료 서비스이다. 그러나 공영방송 KBS는 무료의 보편적 서비스를 해야 한다. 재해재난방송도 모든 국민이 공짜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상용화할 기술과 플랫폼이 없다면 위성DMB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나 지상파DMB가 있으므로 우리는 당연히 지상파로 간다. 이동수신 문제도 지상파DMB로 해결할 수 있다. 한번도 흔들린 적 없다. 지상파DMB는 반드시 위성DMB에 앞서 시작해야 한다는 게 우리 입장이다. 지상파DMB 사업자가 빨리 선정돼 연내에 이 문제가 매듭지어지길 바란다. 그동안 기술을 축적했기 때문에 아무 문제없다. MBC, SBS와 달리 우리는 위성DMB 지분참여를 하지 않았고, 지상파채널 재전송에도 반대한다."

- 지난해 BBC에 가서 오랫동안 영국의 공영방송 모델을 조사, 연구한 것으로 안다. 어떤 점을 집중적으로 탐구했는가.
"3박4일간 BBC 장단점을 살펴봤다. KBS의 편향성 시비가 있을 때였는데 미국 PBS도, BBC도 모두 진보편향에 대해 끊임없이 비판받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공영방송이 프로그램을 제대로 만들고자 하면 편향성 시비가 운명적이구나'라고 깨달았다(웃음). 우선 BBC에 가보니 인적, 물적 등 제작지원 시스템이 굉장히 부러웠다. 40년된 어린이 프로그램 <블루 피터>가 있는데 KBS에서도 이런 프로그램 하나 만들자고 다짐했다. 그래서 이번에 어린이 프로그램 전담팀을 만들었다.

한편으로는 BBC가 부딪치는 도전도 보고 왔다. 보수세력으로부터는 진보성향을 비판받고, 상업방송에서는 수신료 유지에 대해 문제제기했다. 공영방송 체제에 대한 도전이 끊이지 않았다. 공영방송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았다. 상업방송만 되면 방송의 저질화, 선정화는 불보듯 뻔하다. 2억이 넘는 시청인구를 가진 BBC월드도 눈에 띄었다. 유명 호텔만 가면 BBC월드, NHK월드 다 나오는데 KBS는 나오지 않는다. 앞으로 KBS 경쟁자는 BBC, NHK라고 생각했다. 귀국하자마자 글로벌센터를 출범시켰다."

- '국민의 방송’KBS이 추구해야 할 공영성, 공정성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사랑의소리, 국제방송, 사회교육방송, EBS 지원 등에 더해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사회가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성숙한 사회로 가도록 기여하는 게 공영성이라고 본다. 우리 사회 성숙과 발전을 가로막는 문제를 제기하고, 토론하는 것도 KBS의 역할이다. 지난번 정치개혁 논쟁 때 토론회로 공론의 장을 열어줬고, 지난달 4회 연속 경제특집도 그같은 사례이다. 그런데도 KBS 편향성 시비가 나오는 것은 이데올로기적 선입관을 갖고 봐서 그렇다. KBS 문제를 사사건건 정략적으로 연계, 공격하는 것은 우리 구성원과 프로그램이 부당하게 평가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KBS에서 '정연주'가 쏙 빠져도 그리 부당하게 공격할 것인가. '정연주' 때문에 공격이 있다는 것은 부당하다. 합리적인 비판을 해달라. 아주 편협하게 안경쓴 채 정치정략적으로 비난하면 조금도 아프지 않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꼽으면.
"<구미호외전>도 좋았고. 좀 유치하긴 하지만 새로운 실험을 했다는 게 중요하다. 지난해 MBC <다모>를 보고 그 형식이 좋다고 느꼈다. 하지만 KBS는 공영방송이라서 주제나 표현방식에 한계를 받아 실험정신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구미호외전>은 그런 한계를 깨서 신선했다. <풀하우스>도 남들은 유치하다지만 난 무척 재밌었다. <애정의조건>은 여인의 과거가 존재 자체를 흔들어버릴 정도 아닌가. 뭐니뭐니 해도 올해의 최고작은 역시 <꽃보다 아름다워>이다. 처음에 시청률 낮다고 했을 때 바로 내려가서 격려했다. 결국 나중에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얼마나 감동적이고 가슴 따뜻한 드라마인가. KBS 일일드라마는 사회 이슈도 꼭 넣고 있다."

- 텔레비전을 좋아하고, 즐겨보기로 유명하던데.
"글쎄.. '테돌이'라고 하던데 그게 뭔 말인가. 내가 텔레비전을 좋아하는 것은 주변은 다 아는 얘기이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6년만에 끝냈는데 텔레비전 때문에 1년이 늦어졌을 정도이다. 그때 즐겨본 게 미국의 의회전문 케이블방송인 <시스팬>이 있다. 국회 상하의원을 포함해 모든 종류의 토론과 집회를 있는 그대로 다 보여준다. 영국 의회와 미국 공산당 전당대회까지 보여준다. 참 인상깊었다. 그밖에 <바이오그래픽>과 휴먼스토리 <브라보> 등을 통해 미국의 영화산업에 대한 정보를 많이 얻었다. <히스토리> 채널도 열심히 봤고. 를 통해 좋은 다큐멘터리를 많이 봤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로저앤미'도 에서 처음 봤다. 지금도 집에 있을 때는 KBS 드라마와 프로그램을 반드시 챙겨본다."

- 평소 즐겨보는 뉴스사이트가 있다면.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을 자주 보고. <오마이뉴스>는 하루에도 5∼6번씩 들어간다. <미디어오늘>은 언론관련 뉴스가 많으니까 보고. 미국관련 뉴스도 매일 본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뉴스위크>와 <타임> 등은 거의 챙겨 본다."
2004-09-13 11:48 ⓒ 2007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