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

‘위기의 조선일보’...오만이 빚은 참극, 출구가 없다

강산21 2008. 6. 12. 14:37
‘위기의 조선일보’...오만이 빚은 참극, 출구가 없다
[심층진단] 광고 급감, 호감도 하락, 독자 노령화...첩첩산중
입력 :2008-06-11 19:31:00   김동성 기자
묻혀진 자성의 목소리

2005년 경 조선일보 노보는 한 중견 기자의 목소리를 통해 내부자성의 목소리를 낸 적이 있다.

당시 노보에 실린 “신문이 사실 보도를 해야지 왜 세뇌를 시키려고 해?”란 제하의 이 글은 조선일보를 반대하는 외부인사의 주장이 아니었다. 조선일보에 다니는 기자에게 그 아내가 한 소감이 바로 글의 제목이었다. 그는 그 글을 통해 지금 자성하지 못하면 조선일보의 어두운 미래가 현실화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정국의 최대 이슈 ‘과거사위원회 폐지’ 두고 그는 “종합1면을 집사람(30대 주부)에게 불쑥 들이밀고 4단 제목 ‘대한민국은 성공한 역사다’의 첫 느낌을 5초 안에 말해보라고 했다”면서 부인은 “거부감이라는 대답이 망설임 없이 돌아왔다”며 평소 보수적인 성향의 부인이 “신문이 사실 보도를 해야지 왜 세뇌를 시키려고해?”라고 조선일보의 문제점에 대해 직설적으로 꼬집었다고 고백했었다.

그는 이어 자신의 아내의 보수적 성향을 설명하면서 조선일보의 미래에 대해 걱정했다. “집사람은 정치적으로 보수적이고, 경쟁이 나라를 발전시킨다고 믿고 있고, 노조가 기업 발목 잡는 것을 걱정하고, 교육 평준화에 반대한다”며 “이런 성향의 30대 주부가(한 명의 의견이니 일반화하긴 어려울 수 있지만) 조선일보를 읽으면 정보를 얻기보다 세뇌당하는 느낌이고, 신문이 과거만 들춰내 기분이 나빠진단다”고 아내의 예를 들어 우려를 표명했다.

결론에서 그는 “이래선 정말 조선일보에 미래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선일보가 각종 팀을 구성하고 컨설팅을 받는 등 최근 신문을 ‘재창간’ 수준으로 개혁하기 위해 뛰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아직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질책했다.

조선 노보 727호는 이 글 외에 광고가 점점 줄어들고 있고, 회사 측이 ‘퇴직금 개정안’을 강행하려 한다며 조선일보가 처한 경영 위기에 대해서도 솔직히 진단해 눈길을 끌었다.

이러한 내부 자성의 목소리가 그 후 조선일보에 얼마나 반영됐을까?

지금까지 조선일보를 지켜본 독자라면 아마 그러한 내부의 목소리가 있었다는게 신기할 것이다. 이후, 조선일보의 권력집착 현상은 '일종의 광기'라고 까지 평가받아왔다.

추측컨대 조선일보는 당시 처한 위기의 본질을 언론권력의 상실이라고 진단했고 그 권력만 다시 찾으면 과거의 영화가 돌아오리라 기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는, 한나라당이 입만 열면 주문처럼 외었던 이 말도 조선일보 보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한나라당이 집권했지만 과거의 영화가 돌아오기는 커녕 오히려 더 독자들의 외면을 받는 것은 물론 광고수입의 격감 등 위기를 맞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6월 10일 쓰레기로 쌓인 조선일보 정문(사진=서프라이즈). 

광고 격감

10일밤 조선일보는 쓰레기에 파묻혔다. 50만인지 60만인지 집계가 불가능한 끝없는 촛불 인파가 지나간 후 조선일보는 참담한 광경을 목격해야 했다. 그들은 쓰레기 봉투를 들고 거리를 깨끗하게 청소하는 사이 조선일보 정문 앞에는 엄청난 쓰레기와 오물들이 쌓였다.

따지고 보면 촛불집회가 시작된 지난 5월2일이래 조선일보는 수난(?)의 나날을 보냈다. 매일같이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연일 촛불의 바다가 출렁였고 ‘불꺼라’ ‘쓰레기 일보“ 등등 조선일보를 향한 비난이 빗발쳤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5월초부터 일기 시작한 ‘조선일보 광고주 항의 전화 걸기운동’은 조선일보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과거에도 조선일보를 반대하는 운동인 '안티조선' 진영에서 이런 운동을 전개했지만 지금처럼 광고주가 공개 사과하고 광고를 내리는 일은 없었다.

S제약의 한 관계자는 “조선일보 광고에 대한 항의 전화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항의글로 도배된 홈페이지 폐쇄도 고려하고 있다”며 토로했다.

실제 5월 말 광고주 중 모 식품회사는 "다시는 <조선일보>에 광고를 안하겠다"는 공지문을 홈페이지 등에 팝업 형태로 띄워야만 했다.10일에는 송파청솔학원과 보스톤 허브치과 등이 <조선일보>에 광고를 실은 데 대해 공식 사과했다.

시민들의 항의전화에 기업들이 하나둘 백기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올들어 광고 물량이 지난해에 비해 10% 줄었다고 전해진다. 5월부터 시작된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물량의 광고들이 빠져나간 것이다. 조선일보로서는 광고물량 자체가 줄어드는 것보다 광고주들이 거대 언론보다 시민들을 더 겁내기 시작한 현상을 더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 가판대에서도 조선일보는 잘나가지 않는다(자료사진)  
미래독자 중.고생들이 외치는 '쓰레기 조선일보'

더욱 조선일보를 당혹스럽게 하는 것은 '미래 독자'인 중고생들이 노골적으로 '쓰레기 조선일보'라고 외치는 대목이다.

지난 5월 2일 촛불집회는 대다수가 중고등학생들이었다. 첫 촛불집회에서 어린 학생들은 누가 주도한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동아일보 불꺼라’ ‘조중동은 쓰레기’ ‘조선일보 무개념’을 외쳤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오만함으로 대했다. 지면을 통해 학생들이 '인터넷 괴담'에 현혹되고 '친북좌파 배후'의 선동에 놀아나는 것으로 몰아갔다.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친북좌파와 전교조가 배후라는 식의 기사들이 도배되면서 오히려 기름을 붓는 작용을 했다는 지적이다.

중.고생들은 지난 5월초, 조선일보가 사진 기사를 통해 "시위대가 지나간 자리에 촛농이 남아 있었다"는 식의 비아냥 섞인 기사를 내보내자 이들은 다음날 쓰레바퀴, 줄자 등을 가져와 촛농을 긁어내는 장면을 연출해 편파보도에 항의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경영진은 몇년전부터 '독자의 노령화'를 크게 우려해왔다고 한다. 독자층이 노령화 되는 현상은 분명 신문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언론계 중견 기자는 "나이 어린 아이들도 부정적 수사인 ‘조중동’이라는 말을 알 정도다. 이번 촛불집회에 대해 조중동 모두 오판한 것은 분명하다. 특히 조선일보는 다른 신문사보다 조직내부 논리가 강한 집단이라 이러한 오판에 대해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시민들 초상권 거부, 취재 기자들 맥 빠져

이번 촛불 시위에서 조선일보가 얼마나 큰 위기인가 눈길이 가는 또 다른 대목은 시민들의 ‘초상권 거부 운동이다.

조중동, 특히 조선일보에 대해서는 취재는 물론 자신의 사진조차 응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지난 31일 촛불 집회에서는 동아닷컴 기자가 조중동이라는 이유로 시민들에게 혼쭐이 난 바 있다. 시민들이 사진을 함부로 찍는다며 이 기자에게 신분증을 요구하자 자신은 동아 기자가 아니고 000 기자라고 속이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같은 날 전경 버스 위에 올라간 사진 기자들이 ‘저는 조중동이 아니에요’라고 큰 소리 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이 후, 촛불 시위 내내 기자들이 취재시 자신의 소속을 밝히는 룰도 생겼다. 소속사의 명예를 중시하는 언론계의 특성상 이같은 단면은 조선일보의 미래를 더 어둡게 하는 단면이다.

이래저래 조선일보의 미래는 암울하다는 언론계 안팎의 지적에 조선일보가 어떻게 대처해나갈지 주목되고 있다.

김동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