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

“조중동에 광고하기 겁난다”

강산21 2008. 6. 11. 13:23
2008년 06월 11일 (수) 12:33  미디어오늘

“조중동에 광고하기 겁난다”

네티즌 항의전화에 업무마비, 홈페이지 접속폭주도

[미디어오늘 이정환 기자 ]
10일 조선일보 1면 하단에 입시설명회 광고를 냈던 송파청솔학원 홈페이지는 이날 오후 방문자가 폭주하면서 서버가 일시 다운되는 사태를 맞았다. 이 학원 관계자에 따르면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이날 하루 종일 항의전화가 100여 통이 걸려와 업무를 제대로 볼 수 없는 지경이었다. 오후 들어 홈페이지에 조선일보 광고 게재를 사과드린다는 공지를 내걸었는데 여기에 댓글이 수백 개가 달렸고 항의전화는 끊이지 않고 걸려왔다.



▲ 네티즌들의 항의 전화를 받은 기업들은 조중동 광고게재 중단과 함께 사과의 글을 올렸다.
이 학원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조중동에 광고하기 겁난다"고 밝혔다. 자신도 촛불집회에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밝힌 이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예정돼 있던 거라 바꾸지 않고 나간 건데 이렇게 반발이 거셀 줄 몰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계속 광고를 내면 아이를 다른 학원으로 옮기겠다는 학부모 전화부터 우리 학원 아이들 불만 전화까지 다양했다"고 덧붙였다.

포털사이트 다음을 중심으로 확산된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은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날마다 아침이면 조중동 1면부터 마지막 면까지 광고주들 명단과 전화번호, 홈페이지가 올라오고 항의전화를 받은 기업들 반응이 실시간 댓글로 올라온다. 관련 인터넷 카페에는 성공사례와 칭찬게시판도 따로 마련돼 있다. 항의전화를 받고도 계속 광고를 게재하는 기업은 집중공략 대상이 된다. 중소기업의 경우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경우도 흔하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최근 고객센터에 "조중동 광고 관련 민원이 크게 늘어났다"면서 "이런 민원이 많든 적든 회사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SK텔레콤의 경우 이미 계획된 광고 외에 이들 신문에 추가 광고를 당분간 중단할 계획이다. 농협목우촌은 네티즌들 항의전화가 빗발치자 홈페이지에 공지를 띄워 "고객님들의 질책대로 금일 이후 광고에는 신중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에 광고를 낸 동화제약 관계자는 "다른 제약회사들은 사과공고를 내거나 광고 중단의사를 밝히기도 했는데 사실 광고라는 것이 해당 언론사의 논조를 보고 내는 것이 아니라 광고효과를 보고 내는 것이라 딱히 사과까지 할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관계자도 "내부적으로도 굳이 비난을 들으면서 이들 신문에 광고를 낼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최근 조중동에 광고게재 중단을 선언했거나 사과 또는 해명을 한 기업들은 광동제약명인제약, 농협목우촌, 르까프, 신선설농탕, 보령제약, 삼양통상, 신일제약, BBQ, 서울척병원, 천재문화, 유천칡냉면, 오마샤리프화장품, 고려이스쿨 등 대부분 중소기업들이다.

대기업들은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네티즌들은 광고 중단 약속이나 광고 게재 취소 등의 사례를 속속 보고하고 있다. 한편 최근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이 신문시장 전반의 광고위축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네티즌들의 비난을 의식해 조중동에 광고를 내면서 동시에 경향신문과 한겨레 등에도 내는 기업도 일부 있지만 상당수 기업들이 당분간 광고를 중단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