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

주부 오씨의 숙제 “조선일보 광고하지 마세요”

강산21 2008. 6. 12. 16:18
주부 오씨의 숙제 “조선일보 광고하지 마세요”
[현장민심] ‘화난’ 아줌마들 “가만있는 사람들을 왜 건드려?”
입력 :2008-06-12 13:58:00  
지난 10일 촛불집회장에서 만난 주부 오선영(가명.41세) 씨.

40대 초반의 그녀는 특별한 정치적 입장없이 살아왔지만 10일 저녁 시청앞 광장 한켠에서 촛불을 들고 있었다.

오씨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실망과 촛불집회에 참여한 소감 등을 풀어 놓다가, 조선일보로 화제가 넘어갔다. 오씨도 요즘 ‘숙제’를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오씨의 숙제란 바로 매일처럼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오는 ‘조선일보 광고기업 명단’을 보고 기업 홍보실에 항의 전화를 하는 일을 뜻한다.

▲ 시청광장에 나온 유모차 부대의 한 장면 (사진은 기사내용과 상관없음) ⓒ데일리 서프라이즈 
다음 아고라를 열심히 보냐는 질문에 대해서, 물론 거기도 보지만 워낙 글이 빨리 올라오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처럼 열심히 보진 않는다고 한다. 오씨는 인터넷에서 동호회를 딱 한군데에서만 활동하는데 그곳은 ‘스텐 프라이팬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한다.

일명 ‘스사모’로 불리는 이 까페는 회원수 약 4만명에 안전한 식기를 위한 각종 정보를 나누는 까페라고 한다. 주로 주부들이 모이는 까페다 보니, 유기농 식품이나 건강관련 정보들도 많이 나누게 되고, 자연스럽게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에도 관심이 갔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의 ‘한심한’ 수입협상도 화가 났지만, 오히려 조중동의 ‘파렴치한’ 말바꾸기에 더욱 화가 났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야 무능하고 줏대없다 보니 그런 협상을 덜컥 맺은 것이겠지요. 그래서 이렇게 촛불집회도 하는 거구요.

그런데 정말 조중동은 이해가 안되요. 거기도 언론이잖아요. 언론사라면 당연히 무능하고 줏대없는 정부를 비판하는 것이 정답 아닌가요? 그런데, 광우병 괴담이고, 순진한 사람들이 괴담유포세력에 놀아났다니요. 아마 우리 주부들이 그 조중동 기자들보다는 훨씬 더 많이 공부했을 겁니다.

더 웃기는 건 작년에 자기들이 쓴 신문기사들이 그대로 검색이 된다는 겁니다. 하다못해 사슴광우병(광록병) 때문에 녹용수입도 하면 큰일이라고 난리치던 기사가 그대로 남아 있는데 그걸 단 8개월만에 뒤집어 버립니다.

이건 우리 국민들을 갖고 논 것입니다. 무능한 정부 감싸안으려고 독자들을 데리고 논 것 밖에 더 됩니까?“


그녀의 분노는 곧 행동으로 들어갔다. 이미 집으로 배달되던 중앙일보는 한달 전에 끊었고현재는 경향신문을 받아보고 있으며, ‘조중동 광고기업 항의하기 숙제’도 열심히 한다고 한다. 그런 전화하기 힘들지 않냐고 물으니, ‘집에 앉아서 가만히 전화하는 게 뭐 힘들겠습니까? 이런 걸로 힘들면 저기서 봉사하고 있는 분들게 미안한 말이지요.’라고 답한다.

스사모 회원들과 함께 나왔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동네 헬스클럽 아줌마’들과 함께 나왔다고 한다. 스사모는 회원가입만 해두고, 특별히 글도 몇 번 남긴 적이 없이 그냥 읽기만 하는 까페란다.

이 주부를 시청앞 광장 아스팔트로 끌어 내고, 아침마다 기업들에게 전화하게 만드는 힘은 무엇이었을까?

“아, 그러게 왜 가만 있는 아줌마들을 열받게 만드냐는 말입니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된다는 것도 하늘이 노래지는 일인데, 좌파세력의 배후조종을 받았다느니, 광우병 소로 스테이크를 만들어 먹어도 된다느니, OIE 기준에 적합해서 안전하다느니... 그게 웃기는 말이라는 건 작년 조선일보 기사만 검색해 보면 뻔한 것 아니에요?”

중학생 아들을 등교시킨 후 아침 설거지까지 마치고 나면 오씨의 숙제하기는 시작된다. 상냥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차분히 ‘더이상 조선일보에 광고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그 회사 제품 많이 쓰고 있고 또 좋아합니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몇 달이 걸리건 이 숙제를 계속하겠다고 한다.

하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