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시국에 권력투쟁 할때냐" 비판론 팽배
(서울=연합뉴스) 황재훈 기자 = 인적쇄신 논란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퇴진론으로 번지면서 한나라당이 13일 폭풍전야의 팽팽한 긴장감에 빠져들고 있다.
한 발짝만 더 나가면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인적쇄신 논란이 정면충돌이냐 갈등 봉합이냐의 중대 기로를 맞고 있는 셈이다.
이 전 부의장을 겨냥한 공격에는 친이 직계 내 의견도 양분돼 있다. 이 전 부의장 입장을 지지하는 집단 반발 움직임도 나타나며 양측간의 세대결, 이전투구식 싸움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당내에서 정두언 의원의 주장을 지지하는 의원들로는 이재오계로 분류되는 김용태, 친이 직계로 분류되는 정태근 의원을 비롯, 당내 소장파 중진인 남경필, 원희룡 의원 등이 우선 꼽힌다.
한 친이 직계의 소장파 의원은 "해외로 나가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 상황에서 일단 주말 동안의 인사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재선 의원은 "당내에 SD(이 전 부의장)가 잘했다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을 만난 또 다른 의원은 "정 의원이 의원 배지도 던질 각오로 임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우선 내주 초로 예상되는 의원총회가 최대 고비다. 한 수도권 의원은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내주 초 의원 총회가 열리면 이상득 퇴진론이 분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 전 부의장측의 사태 수습을 위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내부에서는 지역구인 포항에 잠시 내려가는 지방행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에는 정두언 의원을 비판하는 수도권과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한 초선 의원 20여명의 모임도 있었다. 이들은 한때 당의 단합을 요구하는 성명 발표도 검토했으나, 당 지도부 등의 만류로 일단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임을 주도한 고승덕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 지도부와 중진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자고 했다"면서 "성명 발표도 검토됐으나 당 분위기가 진정됐으면 한다는 차원에서 조금 기다리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도부가 이제 역할과 목소리를 내달라는 입장"이라고 했다. 모임에는 이철우(경북 김천), 강석호(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의원과 비례대표인 나성린, 이은재 의원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모임에 참석한 다른 의원은 "정 의원 등만이 소장파가 아니지 않느냐"면서 "이들의 의견이 당내 다수 의견으로, 소장파 다수 견해로 몰고 가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친이 직계인 백성운 의원은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 이 전 부의장의 인적쇄신 개입설에 대해 "이 전 부의장이 그럴 분은 아니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침묵을 지켜왔던 당 지도부는 이날 홍준표 원내대표의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로 대응에 나섰다.
"쇠고기 파동으로 온 나라가 혼란을 겪고 있는 이 마당에 지금 권력다툼이나 할 때냐"는 비난 여론을 감안할 것으로 풀이된다.
홍 원내대표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극히 일부 의원 중에 당내 분란을 증폭시키는 행위는 시기도 뜻도 맞지 않는다"면서 "계속되면 좌시하지 않겠다. 해당 당사자들은 자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해당 당사자들은 자중해야 한다"면서 "이상득 의원도 앞으로 오해받지 않도록 처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또 최근 청와대 수석들의 일부 하마평이 이 전 부의장의 인적쇄신 작업 관여 의혹을 불러온 것을 감안한 듯, "최근 수석 인사 나오는 것을 보니 자가발전형이 많다"면서 "공천 과정에서 당내 분란의 책임있는 분까지 거론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거론 경위를 살펴보니 자가발전으로,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칠지 상당히 두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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