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부상후 소멸 기류..靑-朴측 모두 부정적
(서울=연합뉴스) 심인성 김경희 기자 = 여권 내부에서 급부상했던 `박근혜 총리카드'가 급격히 가라앉는 모양새다.
지난 10일 내각의 일괄사의 표명 직후까지만 해도 대중적 지지도가 높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국정의 전면에 나서 이반된 민심을 수습해야 한다는 주장이 세를 얻는 분위기였으나 시간이 흐를 수록 총리직 제안을 둘러싼 진실공방만 무성한 채 소멸되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여당 지도부와 청와대는 "유효한 카드"라는 애초의 기조에서 "가능성이 낮은 편"이라는 입장으로 한 발짝 물러섰고, 박 전 대표측은 초지일관 "총리직 제안이 없었고, 설령 온다 해도 받을 생각이 없다"며 확실하게 선을 긋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13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총리론은 보수층 대단결을 통해 진보진영과 대결하자는 것"이라면서 "이 정부가 `이념대결을 하지 않겠다'며 실용을 기치로 내세운 정부인데 박 전 대표가 보수 대단결을 명분으로 내각에 들어가면 진보진영과 한 판 붙자는 것이 된다. 현재 구도상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임태희 정책위의장도 전날 MBN `뉴스현장 정운갑의 Q&A'에 출연, "이번 쇠고기 사태는 대통령께서, 그리고 현 진영에서 책임지고 수습해야 한다"면서 "국면전환용으로 박 전 대표께서 이번에 총리를 맡는다는 것이 그 시점으로 볼 때 과연 지금이 시기인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소문이 무성하지만 박 전 대표에게 총리직을 제안한 적이 없다"면서 "현재로선 박근혜 총리카드는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측은 청와대에서 정식 제안은 하지도 않고 말만 흘리는 태도에 불쾌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향후 제안이 오더라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친박계 한 중진 의원은 "생각도 없는 사람을 흔들고 죽이고 하는데 도대체 뭐 하자는 것이냐. 어차피 제안이 온다 해도 받을 생각도 없다"고 잘라 말했고, 핵심 측근은 "박 전 대표는 총리를 받을 생각이 없다. 서로 신뢰관계가 회복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총리를 맡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지난해 12월29일 두 사람 회동 이후 불거진 `초대 총리론', 지난 5월10일 만남 직후 터져 나온 `당 대표론'과 비슷한 전개의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당시 양측에선 "이 대통령이 정식 제안을 하지 않았다", "박 전 대표가 제의를 거절했다"는 식의 상반된 주장을 펴며 논란만 벌였고, 결국에는 아무 것도 성사되지 않았다.
이처럼 박근혜 총리카드가 사라질 조짐을 보이는 것은 지금의 위기국면을 돌파할 수 있는 승부수인것은 분명하지만 두 사람간 불신의 골이 생각보다 깊어 자칫 또 다른 불화를 자초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대운하를 비롯한 주요 어젠다에 대한 입장이 엇갈려 심각한 정책상의 충돌이 예상되는 것 또한 현실적 한계로 지적된다.
아울러 박 전 대표가 총리직을 맡게 될 경우 실질적 권력분점이 불가피하지만 이날로 겨우 취임 110일을 맞은 이 대통령이 과연 그런 결단을 내릴 수 있겠느냐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두 사람이 서로 진정성을 보이고 화해하지 않는다면 박근혜 총리론은 현실화되기 힘들다"면서 "신뢰회복이 우선이며, 총리 문제는 시간을 갖고 천천히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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